콘트롤러 추출용 DT-35 하나 구해볼려구 집앞의 고물적치장(?)을 기웃거리다 주워왔습니다.
겉모습은 꼭 DT-35처럼 생겼는데 뒤집어보니까 BTC-5900이더군요.
할아버지께서 고물들을 쌓아놓고 정리하고 계셨는데, 키보드 하나 가져가도 될까요라고
미리 말씀을 드리고 구경했던 터라 집어든 키보드를 도로 내려놓을 수 없어
담배 한갑 사드리고 가져왔습니다.
얼마나 꼬질꼬질한지 키보드에 무슨 국물같은게 덕지덕지 묻어있고, 기름묻은 손으로
타이핑을 했는지 키캡의 손가락 닿는 부분이 삭아 있더군요. -_-;;;
연결해보니 키 대여섯개가 안눌리고... 가져오고 나서 후회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키감은 중국산 DT-35보다 훨씬 낫습니다.
키캡이 유격이 없어 단단하게 느껴지고, 하우징도 꽤나 만듦새가 훌륭합니다.
Made in Korea라고 써있는 것도 굳이 집어온 이유중의 하나인데,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우선 세제와 락스를 풀어 목욕부터 시키고, 전에 미니로 만들었던 5576-001에 붙이고 남은
스티커를 문자열에 붙였습니다. 훨씬 깔끔해지고 멋있어졌습니다. -_-v
그리고 왜 키가 안눌릴까 들여다봤더니 멤브레인 시트와 콘트롤러가 맞닿는 부분이
어쩐 일인지 닳아서 전선 역할을 하는 전도성의 물질(?)이 다 벗겨져있었습니다.
알루미늄 호일을 가늘게 잘라 이어줬더니 잘 작동하네요.

담배 한값에 얻어온 키보드지만 목욕시키고 제 몸값보다 비싼 스티커까지 붙여서
어엿하게 살려놓으니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
키감도 쓸수록 점점 더 마음에 들구요.
예전에 방출했던 HP 분리형 키보드하고 비슷한 키감인데
제 생각에는그것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전 중국산 DT-35도 마음에 들어하며 썼는데
막손은 막손인가 봅니다.  ^^
좋은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