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들 모두 편안한 주말 보내시고 계신지요~

만년 초보 새파란입니다.

지난 번에 이어 '비운의 키보드'를 하나 더 소개하려구요.

2005년부터 꾸준한 눈팅과 더불어 여러 고수님들을 만나면서

참 다양한 키보드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얻고

높은 몸값을 유지하면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혜성처럼 사라진 녀석들도 여럿이었죠.

어떤 녀석은 배열이 난감해서,

어떤 녀석은 너무 드물어서,

어떤 녀석은 치명적인 결함이 있어서 등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를 얻기도 전에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NMB 카나가 배열 문제로,

NEC 청축 클릭이 희소성 등의 문제로 사라졌다면,

오늘 소개해 드리는 녀석은 치명적인(!) 결함때문에 사라졌다고 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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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입양한 녀석은 박스까지 다 갖춰진,

나름 신동품급 녀석이었습니다.

녀석을 입양했을 때에는 NMB가 나름 인기를 얻고 있었던 시기여서

클릭과 넌클릭은 물론이고 '카나(kana)'도 간간이 장터에 나오곤 했었는데,

이녀석은 그 전이나 후로도 별로 못 본 듯합니다.

그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몇몇 고수님들은 갖고 계실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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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키 배열입니다.

지난 번에 소개했던 EMR2나 어제 제 곁을 떠나간 리딩엣지 2014 등과 같은 배열인데,

앞의 두 녀석보다는 그래도 익숙해지기 쉬운 배열입니다.

탭/컨트롤 등등의 키가 그나마 익숙한 위치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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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인쇄 방식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색사출은 확실히 아닙니다, ㅋㅋ

사진을 찍을 때 좀 꼼꼼하게 살펴봤으면

적어도 실크스크린 인쇄인지에 대한 것은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다시 꺼내서 뒤적이기 귀찮으므로 일단 패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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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석의 치명적인 결함(?) 중 하나는 바로 연결 방식입니다.

생겨먹은 건 꼭 5핀 AT 단자인 것 같은데 AT to PS2 변환 잭을 써도 먹통입니다. 

그럼 이녀석은 단순한 관상용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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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활동을 접으신 멤버 중 한 분인 '빠샤'님께서

이녀석을 살릴 수 있는 변환 젠더를 만드셨습니다.

원래는 EMR2를 되살리기 위한 젠더였다고 들었는데,

EMR2의 연결부를 보니 또 다른 연결부품이 필요한 건 아닌지,

또는 EMR2가 아니라 다른 XT 키보드용 변환 젠더가 아니었는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아무튼 전혀 뜻하지 않게 '빠샤'님의 컨버터로 이녀석이 부활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용하려면 많은 길(!)을 거쳐야 하죠.

원래 연결잭 부분에 '빠샤'님의 컨버터를 물리고,

PS2 to USB 컨버터를 물려야 비로소 출동 준비가 완료되는 거니까요.

아이메이트를 써야 실사용이 가능한 애플 키보드보다 한 수 위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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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B 스위치를 보신 분들은 이미 익숙하실,

'다스베이더' 얼굴 닮은 NMB 스위치입니다^^

윗쪽 하우징이 키캡과 단단하게 체결되어 있어서,

키캡을 분리할 때 저 얼굴이 함께 딸려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키캡만 딸려 올라오면 그마나 괜찮을 텐데,

초기에는 아무 생각없이 키캡 리무버로 키캡을 확 잡아챘다가

스위치 하우징은 물론이고 스프링과 일부 부품이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바람에

낭패를 보셨던 분들도 있었습니다.

NMB가 많이 보급된 키보드는 아니기 때문에

스위치 상하면 대체할 부품 찾기가 상당히 난감하죠.

바로 이부분이 치명적인 결함 중 두 번째입니다.

상태 좋은 스위치를 찾기 어려운 알프스 스위치는 우스울 정도로

NMB나 NEC 등은 스위치가 아니라 키보드 자체가 드물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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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키캡,

그리고 스위치를 단단하게 잡아 주는 키캡 안쪽 부분입니다.

스위치 얼굴(?)을 보면 '다스베이더'도 떠오르지만

일본 그림책 캐릭터 중 '도모(TOMO''라는 녀석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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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 넘버와 출신지 등은 밝혀져 있지만,

모델명이나 생일 등의 상세한 정보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베일에 싸인 녀석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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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샤'님의 컨버터에는 넘버락/캡스락/스크롤락에 각각 해당되는 LED가 있습니다.

물론 키보드에도 LED가 있지만,

불이 들어오는 컨버터도 나름 희소성있고 괜찮답니다^^

 

처음에는 넌클릭치고 키압이 꽤 높아서 살짝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키압에 좀 적응이 되고 속타를 하게 되면,

생각보다는 키압의 부담이 금세 사라지는 것이 재미있더군요. 

키캡과 스위치가 워낙 단단하게 체결되어서 그런지,

단단하고 밀도 높은 키감을 보여줍니다.

또 구분감도 또렷해서 속타를 하다보면 손끝이 꽤 즐거워지더군요.

예전에 NMB 리니어를 만져봤을 때도 생각했던 것이지만,

체리의 키감이 시원하고 냉철하다면

NMB의 키감은 단단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조금만 더 범용성이 좋고,

자신의 취향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좀더 있었더라면,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키보드 중의 하나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나마 동족(?) 중에는 NMB 클릭이 요즘도 관심을 갖고 아껴주시는 분들이 있어 행복한데,

이녀석은 실사용이 어렵다는 아주아주 치명적인 결함때문에

비운의 키보드로 남을 수밖에 없는 녀석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남은 휴일도 편안하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