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매냐 생활을 시작한지 어느덧 3년차입니다. 3년동안 저의 키보딩 생활을 되돌아보면 제일 처음 해피해킹프로1으로 입문하여, 

마제와 11800을 지나 리얼포스86을 거치면서 기계식보다는 정전용량방식이 제 손에 더 맞다고 느꼈었습니다.


한동안 정전용량에 빠져있다가, 그 다음은 갈축, 그 다음은 청축, 흑축은 키압이 너무 높아서 버거웠고 

적축은 가벼워서 좋기는 했지만, 뭔지 모를 그 서걱임이 망설여졌고, 그리고 그 후에는 백축에 기울어져 있습니다. 

간간이 버클링이나 G81, G86, ML 스위치 키보드 등도 써봤지만 잠시 써보고는 계속 취향이 바뀌었지요.


이런식으로 키보드 바꿈질을 하다보니 저의 취향 중 한가지 확실히 알게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키캡의 표면 촉감입니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리얼포스의 승화 키캡이고 레이저 인쇄는 정말 싫어합니다. 

키보드가 맘에 들어도 레이저 각인 키캡이면 키캡을 바꾸거나 아니면 그 키보드를 방출해버리곤 했습니다. 

키캡에 민감하기는 해도 레이저, 이색사출은 많이 경험했었지만 체리 스위치용 승화만은 만저본 적이 없었습니다.

중간에 G83 승화키캡을 개조한 걸 잠시 빌려서 써봤습니다만, 그 많은 키보드 중에 순정은 없었다는 것이 새삼 놀랍습니다.



이번 리얼파스님이 마련해주신 이벤트 덕에 간신히 순정 그것도 두꺼운 승화를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__)


물론 비싼 제품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제품인지라 생판 모르는 남에게 빌려주는 건 리스크가 매우 큰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내주시고 이벤트를 만들어주신 점 정말 고맙습니다.



무수히 많은 키보드와 키캡을 구매해봤지만, 사실 이번만큼 택배를 기다리면서 조마조마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제 소유가 아닌 이벤트 물품이라 분실하면 상당히 여파가 클 것이라는 점과, 

쉽게 구할 수 없는 키캡이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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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녀석이 승화키캡을 입어볼 키보드입니다. 승화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키캡을 벗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356CL이고 간이보강, 60그람 변백에 KG-8 윤활, 스위치 스티커 작업이 되어 있는 녀석이지요.

원래는 이색사출 키캡을 장착해서 사용했습니다. 넌클릭 특유의 걸리는 느낌이 좋은 키보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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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저녁에 우체부 아저씨께서 가져다 주셨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후라 길이 많이 미끄러웠었는데 다행히 잘 도착했습니다.

연말이라 저녁 약속도 많고 일도 많아서 일주일간 숙성을 시킨 후 지난 주말에서야 박스를 열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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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둥.. 보는 순간 두근두근 했습니다. 잘 왔구나.. 다행이다.. 이런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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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도착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는 차원에서 키캡 정리 용지 위에서 확인을 해봤습니다.

크게 상처나거나 오염된 것도 없고 윈키리스 문자열 부분이 모두 다 있습니다. 

키캡을 정리하면서 뒤집어보니 정말 제가 가지고 있는 그 어떤 키캡보다도 두껍습니다.

돌치의 이색사출이 비교적 두꺼운 키캡이었는데 이건 그것보다도 조금 더 두꺼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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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클이 두꺼운 승화 키캡을 입은 후의 모습입니다. 

언뜻 육안으로만 보면 사실 그전 이색사출 키캡을 꼽았을 때랑 차이점을 확인하기 쉽지 않습니다. ㅎㅎㅎ


두꺼운 승화는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두근거리며 첫 타이핑을 시작했습니다.

촉감은 리얼포스 키캡의 승화 느낌과는 사뭇달랐습니다. 처음 쳐보는 것이라서 그런지 손끝에서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시타용으로 몇줄을 써보면서 느낀 점은 두꺼운 승화는 넌클릭는 좀 안어울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앞서 이벤트를 체험하신 '마티;'님은 승화키캡에서 구분감이 더 명확해졌다고 하시던데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색사출의 구분감이 더 좋았습니다.


개개인별 취향이 제각각이므로 누구의 말이 맞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제 손에 맞고 제 맘에 들면 그게 최고의 키보드지요..


현재 생각으로는 리니어보다도 클릭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두꺼운 키캡이 클릭음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 같네요.

그런데 리니어에서는 어떤 느낌일지 정말 모르겠네요. 시간이 난다면 새로 조립한 리니어 키보드에 적용을 해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이벤트가 끝나기 전에는 그럴 시간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의 이벤트 체험은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 타자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나는야 破壞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