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고
고맙습니다.
오늘 이베이 구경하다가 이런걸 발견했는데요,
요걸 사다가 어떻게 하면,
usb 로 연결해서
맥북이나, 윈도우pc에서 쓸 수 있을까요.
혹시 경험 있으신 회원분이 있으신가 해서요.
자료를 좀더 찾아보니 아무래도 G80-0247같습니다. 당시에 산업용으로 판매된 것들중 하나인가 보네요. 마이크로컨트롤러가 내장되어 있어 직접 매트릭스를 제어하지 않고도 키 입력을 받을 수 있는 제품입니다.
https://deskthority.net/viewtopic.php?t=262
이 모델이라면 신호규격 등이 공개되어 있으니 작업이 아주 어렵진 않을 듯 합니다. 위에 적은 리스트에선 최소 3번이 되겠네요. 아두이노 등으로 해당 프로토콜에 맞게 통신프로그램을 작성해 PC USB 신호로 변환해주면 끝. 누군가가 같은 일을 미리 해놨을지도 모르죠. 다만 이렇게 사제컨버터 방식을 사용할 경우에는 딱 해당 키보드가 제공하는 기능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단순 문자입력 외엔 실사용에 문제가 있을 확률이 대단히 높기는 합니다. 빈티지 활용 자체가 목적이라면 상관없겠지요.
스펙을 보니 5V 패러렐 출력인데, 잘만 만지면 패러렐포트를 가진 구형 PC에서는 컨버터조차 없이 (..물론 앱은 하나 짜야겠지만) 곧바로 쓸 수도 있을 걸로 보입니다. 허나 요즘PC는 빌트인 패러렐포트가 없으니까 큰 의미는 없겠지요. USB-패러렐포트 컨버터나 USB-GPIO 컨버터 보드를 사면 되지만 이러면 아두이노를 쓰는거랑 작업량 차이도, 금전상 이익도 거의 없는데다 실사용에는 아두이노보다 더 불편하니까요.
근데 이런 건 딱 저 모델에 해당되는 얘기고, 키보드마다 상황이 크게 다를 것이니 구매를 고려하시는 게 있으면 미리 충분히 조사를 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사진상으로 정확한 모델명 파악이 안됩니다만 (우측 끝 레이블 Artikel-Nr. G80-02?7? 이라고 써있는데 그게 중요) 아주 오래전 단종된 구형 컴퓨터의 전용 키보드이거나, 터미널 등 PC가 아닌 다른 장비의 키보드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럼 그대로는 절대 쓸 수가 없습니다.
일단 테스터기라도 동원해 키 자체가 건강한지부터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안그러면 리소스는 리소스대로 들이고 나중에 굉장한 실망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키 상태가 좋지 못하다면 관상용 직행으로 빠른 손절을 하든지, 비슷한 것을 사다 퓨전을 하든지, 키를 분해하는 모험을 하는 등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 되겠죠.)
키가 모두 건강하다면 아래와 같은 테크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유명 빈티지 기종일 경우 누군가가 친절히 컨버터나 PCB를 만들어놨을 수 있습니다. 또는 관련 개조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베스트이지만 정황상 확률이 매우 낮아 보입니다.
2. 상용컨버터는 없지만 누군가 비슷한 작업을 성공시킨 후 관련 회로도, 펌웨어 등을 공개한 상태다 - 이정도만 돼도 아주 좋습니다.
3. 회로도, 신호스펙, 매트릭스 등의 자료는 남아있어서 이걸 가지고 자작 컨버터나 자작 컨트롤러 설계를 한다 - 여기부터는 슬슬 힘들어지지만 여전히 재미는 있습니다. 본문 사진의 경우는 제품 밑에 깔려있는 종이가 그쪽 정보로 보이므로 희망이 있어 보여요.
4. 완전 레어 기종이라 정보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 이때부턴 많이 힘들어집니다. 회로도를 분석하고 IC를 뒤져가며 직접 전원을 인가한 후 시그널 포맷을 알아내든지, 매트릭스를 직접 작성해 그에 맞게 커스텀 컨트롤러를 붙이든지, 아예 풀 와이어링을 하든지 정도의 선택이 남습니다. 정보는 있지만 기판이나 회로 자체가 고장나버린 경우에도 비슷한 결과가 됩니다.
5. 기판을 살리는 데에 실패한 경우 - 키/키캡만 적출해서 씁니다. PCB를 그대로 쓸 생각이 원래 없었거나 1-4의 과정이 귀찮으면 곧바로 이걸 해도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이러면 빈티지를 복원해 쓴다는 기쁨이 반감되기는 하죠.
6. 1-5가 전부 불가능할 경우, 마지막 용도인 관상용(...)으로 두는 걸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레이아웃상 잘 복원해도 실사용이 쉽지 않긴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