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키보드가 필요해서 이런저런 제품들 리뷰만 눈팅하다가 결국은 저렴하게 아이락스를 샀습니다.
노트북 키보드보다 쫀쫀한 느낌이 적어서 별로긴 하지만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접해본 키보드는 24년쯤 전 금성에서 나온 FC-150이라는 컴퓨터였습니다.
MSX-1과 재믹스, 삼성 SPC-1500, 애플 등이 경쟁하던 시절이었는데 FC-150 특유의 고무키보드(?)는 이 제품의 최대단점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의 노트북 키보드와 비슷하면서 굉장히 뻑뻑해서 누르기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손가락 힘이 작아서 뻑뻑하게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괜찮은 펜타그래프 키보드였을지도.. 하지만 좀 심하게 키압이 높았던 것 같긴 합니다.
어쩌면 요즘 나오는 '러버돔 키보드'라는 것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컴퓨터학원도 다니고 애플2 기종을 구입하기도 하면서 MSX와 애플2를 두루 접해보았는데
딱딱거리는 애플보다는 부드럽게 눌러지는 MSX를 더 좋아했습니다. 컴퓨터 자체의 성능이나 게임에서의 그래픽의 화려함 때문이기도 하구요.. 하여간 애플은 영 싫은데 주변의 압력에 의해 애플 쪽으로 기계어 프로그래밍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 당시의 애플은 기계식이었던 것 같고, MSX는 뭐였을까요? 그 당시에 멤브레인이 있었나? 아니면 기계식 중에서 부드러운 종류였던 것 같군요.

나중에 286AT 때에는 딸깍거리는 세진키보드를 사용했던 것 같은데, 386SX 때였나 펜티엄1(90MHz) 때였나 해서는 부드러운 키보드를 접하게 됐습니다. 딸깍거리지 않고 스무스~하게 입력이 되니까 참 좋더군요. 좀더 쉽고 빠르게 타이핑이 되는 것 같고... 리드미컬한 그 느낌이 세진키보드 따위는 다시는 못 쓰겠더군요.
컴퓨터 매장 아저씨도 이런저런 얘기 하면서, 딸각거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부드러운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건 개인 취향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알고 보니 그때 접했던 부드러운 최신 키보드는 싸구려 멤브레인이고, 예전의 구닥다리 세진은 지금도 비싸게 팔리는 기계식인 듯합니다. -_-;;;

최근에는 노트북이 필요해서 하나 샀더니 키감이 너무 좋더군요(하시의 애니노트 최상위 제품입니다). 엘쥐 인터내셔널에서 나온 5년전 멤브레인 키보드에는 비할 바가 아니죠. 그런데 노트북은 직장에 들고다녀야 하고 모니터와 키보드를 별도로 구매하려다보니 고민하다가 이 사이트도 알게 되고 기계식이 고급이란 것도 알게 된 겁니다. 결국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표준 키배열이면서 펜타그래프인 아이락스 제품을 샀습니다만, 노트북 키보드보다는 좋질 못하군요.

어쨌든 왜, 뭣 때문에 그런 딸각거리는 걸 선호할까요? 제가 만져보지 못한 체리니 마제니 하는 것들은 엄청나게 좋은 키감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세진키보드도 나름 명품이라는데 저는 왜 별로인 걸까요? 소리가 시끄럽고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누르는 순간에 너무 힘이 들어가고 눌러지는 순간 바닥 끝까지 들어가는 그런, 내 손으로 통제할 수 없는 듯한 느낌이 싫었던 것 같습니다. 원하는 순간에 가볍게 적당히 눌러졌다가, 끝까지 들어가지 않고 퉁겨져나오는 그런 느낌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저에게도 맞는 명품키보드가 있을까요? 펜타에는 왜 고급형이 안 나오는지.. 리얼포스가 맞을 듯하긴 한데 구입하기 전엔 써볼 수가 없어서 쉽게 지를 수가 없는 현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