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작년 말.. 그러니깐 거의 1년전에, 저를 정말 설레게 했던 키보드가 있습니다. 


홀효과~ 키보드~


간단히 말해, 자석의 이동을 센서가 감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스위치(?)를 이용한 키보드입니다.


오래 전 허니웰(Honeywell)사에서 만들던 스위치 몇 종류가 쓰이다가,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해당 스위치를 쓴 키보드에 대한 리뷰가 유투버 Chyrosran22님이 올려 놓은게 있네요 : https://www.youtube.com/watch?v=37tdDoC7rGA )


이 홀효과를 이용한 스위치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수명입니다. 

센서 자체의 수명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기계적인 부분이 고장나거나 회로가 갑작스럽게 타버리거나 하지 않으면 수명이 다할일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라는군요.. 물론 단가문제로 키보드용 스위치로는 사양되었고, 현대에 와서는 노트북이 접혔는지 확인하는 등에 쓰인다고 하더군요.


어쨋든, 그 홀효과를 이용한 키보드가 매스드랍에 올라왔고,

저로선 '새로운 방식의 스위치는 언제나 환영이야!'란 생각+공제자의 뽐뿌(홀 센서는 우주선, 핵발전소, 미사일  격납고 등에 쓰여왔.. 어쩌구...)에 홀려서 기대만발하며 공제에 참여했습니다.


사실 홀효과를 이용한 키보드를 현대에 다시 만들어냈다란 점 하나만 보고 산거라 기대하면서도 키보드 자체의 품질은 딱히 큰 기대가 없었고, 생각대로 몇가지 이슈는 있었고, 키감 자체도 그냥저냥 리니어여서 한 번 시범타건을 해 보고는 보관만 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최근 Mito canvas XDA 키캡을 받고, 색 배열이 나무하우징인 그 XMIT키보드에 어울리겠다~ 란 생각에 다시 꺼내봤습니다.

... 그리고 다시 실망한 점이 있어 한풀이겸 글을 써 보려 합니다.


1. 일단 몇몇 사진과 설명을..

box.jpg

요런 박스에 왔습니다. 홀효과를 자랑이라도 하듯 개폐는 자석식이었습니다.


whole.jpg

약간 싼티나는 비닐랩핑 포장...


back.jpg

자체경사 고정인 하우징 디자인이고, 저는 "70g"스위치인 대나무로 선택했습니다.

아, 저 70g은 작동점이 아니라 바닥에서 압력이라, 초기 압력이 적축과 비슷하게 느껴졌으니, 작동점 압력은 50g정도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카일/오테뮤 적축과 같죠.)


port.jpg


선연결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마감이 그리 좋지 않은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나무라 기본적인 오일처리는 한 것 같습니다만 그 이상의 마감을 한 흔적은 없었습니다. 나무결의 비교적 거친 느낌을 그대로 주는 하우징이죠.


disassemble.jpg

흔한 반투명POM+PBT인 키캡과 SMD LED가 보이는 PCB. 

진한 초록색 부분에 홀효과 센서가 있는것 같습니다.


magnet.jpg

스위치 안쪽의 자석을 좀 더 자세히 찍어봤습니다.

전반적으로 얇아서 약해보이는 슬라이더 가이드가 좀 아쉽습니다...


slider fix.jpg

슬라이더/하우징은 보시는바와 같이 걸쇠구조로 되어서 PCB에 난 구멍으로 직접 조립됩니다.

그래서 한 번 조립하면 뒤판을 열고 걸쇠를 풀어주기 전에는 분리가 불가능합니다.


board and top.jpg

다만 '위로' 방향키 하우징이 붕 뜬것을 보시듯, 조립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몇몇키가 불완전하게 조립되어 있어 저 슬라이더 분해 사진을 찍을 수 있었죠..

나무 하우징 상판과 PCB가 딲! 붙어 있는게 보입니다.


2. 키감

접점이 없다-걸리는게 없다 이다 보니 슬라이더의 움직임 자체는 아주 부드럽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 구조상 끝까지 키를 누를때 슬라이더가 직접(!!) PCB를 치게되어서, 이때 소리/반발력(?) 등이 일반 스위치의 플라스틱 하우징을 치는것과 약간 다른 느낌을 줍니다. 저는 약간의 부드러움이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바닥이 PCB에 직접 닿기 때문에 일반 스위치의 플라스틱 하부 하우징과 슬라이더가 부딪칠때 나는 소리가 없습니다. '딱' 하는 소리보단 '득?덕?' 하고 막히는 느낌입니다.

오히려 슬라이더가 올라와서 상판을 치는 소리가 일반적인 슬라이더-하우징 부딪치는 소리라 더 크게 들립니다. 아래에 추가된 영상들에서 자세히 들어보시면 키캡이 올라올때 소리가 더 도드라짐을 알 수 있습니다.


3. LED

저는 키보드의 LED는 인디케이터 이외엔 불필요하다! 오히려 방해된다! 라고 까지 하는 쪽입니다만,

아무래도 (매스드랍과 연관을 했더라도) 개인 주도의 공제이다 보니 LED효과에 꽤나 힘을 썼습니다. 

기본은 레인보우 이지만 다양한 모드를 지원하고, 커스텀 LED 매핑도 지원하더군요.

이건 동영상으로 대체하겠습니다.






4. QC 문제.

개인주도 공제라지만 일단 발단은 중국 어느 기업에서 소리소문없이(...) 발매한 초기 홀효과 키보드입니다. 제 기억으로 XMIT 이분이 우연히 이 키보드를 접하고는 몇몇 개선점을 토의해 가면서 공제를 진행했습니다.


그래도 카일이나 오테뮤등 어느정도 시장 점유를 가지고 있는 업체도 아니고, 금형이니 뭐니 완전히 새로 만드는것이다 보니 품질관리에 관한 문제가 좀 있습니다. 

1차분 공제 후의 많은 안좋은 평가도 여기에 기인한 듯 하더군요.


제가 받은 제품으로 보자면,


crack.jpg

대나무의 불완전한 접합으로 읺나 크랙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마 모든 제품에 공통되는 사항이 될 것이 슬라이더의 QC입니다.

slider_QC_1.jpg

눈에 띄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키캡 체결하는 십자부분의 가로세로 굵기가 다르고, 그 다른정도도 스위치마다 제각각입니다. 사출되는 플라스틱의 수축을 조절하지 못하는 제조상의 결점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slider_QC_2.jpg

가운데에 보이는 슬라이더의 높이가 다른 스위치들과 다릅니다...

그리고 나무 하우징의 품질관리 문제로 스테빌라이저가 제대로 장착이 되지 않은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보강판용 스테빌인데, 일반 보강판 두께에 맞추어 스테빌이 장착될 부분의 나무 두께를 조절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되지 않아 제대로 조립이 되지 않습니다..)


stuck.jpg


그리고 결정적으로! 하우징 QC문제때문인지 스테빌라이저 폭이 제대로 맞지 않아 마찰때문에 스테빌라이저가 쓰이는 키를 누른 후에 다시 올라오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왓 더....


처음 Mito Canvas 장착하다가 발견했고, 근데 요상하게 오리지날 키캡은 또 제대로 작동을 하길래 체리 레이저 PBT 키캡(쉬프트)를 끼워봤더니 여전히 같은 증상이 있어 그냥 이 키보드가 삐꾸인걸로 판명 했습니다...

배열문제가 아니라 그냥 키보드 설계? QC? 미스로 키캡놀이가 불가능한 키보드라니...

(저 나무와 미토 캔버스 키캡간 아름다운 색상 조합을 실사하지 못한다니..)


이번에 매스드랍에서 진행하는 2차분은 이 문제를 엄밀한 좌우폭을 맞출 필요가 적은 Costar 스테빌라이저(=마제식)를 채용하는걸로 해결했더군요..



5. 아쉬움

아무래도 완전히 새로운 설계의 키보드라 품질대비 공제가가 좀 되었는데, 타건감이나 마감등이 저가형 키보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점이 아쉽습니다.(아, 위의 치명적 설계/QC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요.)


더불어, 기왕 접점이 전혀 필요없는 홀효과를 이용하였다면, 슬라이더/하우징을 현재 방식이 아니라 (카일에서 만드는 광감지식 키보드 하우징/슬라이더 처럼) 하나의 '모듈'로 만들어서 교체가 가능하게 만들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에 맞춰서 상판?보강판?의 디자인을 좀 수정할 필요는 있을테지만요.


위의 슬라이더/하우징의 '모듈화'가 아쉬운 다른 이유는 스프링/슬라이더가 PCB에 직접 닿는다는 점입니다.

'자석'이 움직이는 걸 감지하는 작동원리상(그리고 '자장'을 막는 물질은 없으므로!<-진짜로요, 없어요.) 케이블을 고정식으로 만들고 방수 코팅을 하면 '완전한' 방수 키보드를 만들 수 있는데(아, 물론 슬라이더/하우징의 스프링이 녹슬거나 하는건 감안해야 하지만 적어도 회로등은..) 실제로 이 키보드도 PCB에 방수코팅을 했다고 합니다. 이건 케이블이 착탈식이니 정확히는 적당한 생활방수 수준이겠지만요..

(사실 위 QC나 나무하우징 마감 정도로 봐선 실제 코팅을 했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만..)어쨋든, 

방수코팅을 했는데 그 코팅위에 바로 스프링과 슬라이더가 닿으니 사용을 계속함에 따라 코팅이 벗겨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장기적으로 PCB자체는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들고 그러네요.ㅎ

또한 앞서 말했든 슬라이더가 PCB에 직접 닿는 느낌도 다름이 느껴질 정도는 되는데다, 얕은 홈(?) 같은게 있지만 스프링이 완전히 고정되지 않는점도 왠지 모르게 아쉽습니다. 


6. 결론.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고, 가격을 생각하면 이 품질은 좀.. 이란 생각이 듭니다만,

어쨋거나 새로운 시도(홀효과 키보드의 부활)를 하고, 일반 소비자에게 나름 대대적으로 판매한 첫 제품이란 점에서 보너스를 얻네요.


마무리는 간단한 타건영상으로 하겠습니다.





덧. 홀효과 센서가 핵발전소 등에서 쓰인다는건 사실인듯 합니다만, 스위치로서가 아니라 터빈 회전을 측정하는 센서나 우주의 자기장을 측정하는등의 용도로 쓰인다는군요. (아마 이 키보드에서 쓴것과는 다를) 좋은 센서/구조를 이용하면 스위치로서도 내구도나 신뢰도가 높은 방식이니 어쩌면 몇몇 기기의 스위치에도 사용됬을 법도 하지만, 확실한 언급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덧2. 홀효과 센서의 가능성이랄까.. 신뢰도에 관해서 재미있는 글을 검색으로 찾아서 링크를 일단 걸어 봅니다. 첫 페이지의 요약만 대충 읽었습니다만, 핵융합실험로(ITER)의 강한 열과 방사선 안에서 자기장 측정 센서로 활용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것 같더군요. 

( http://www.iaea.org/inis/collection/NCLCollectionStore/_Public/36/049/36049857.pdf )


덧3. 이 글을 쓰기전에 다시 홀효과 스위치에 대한 검색중 발견한 닉시튜브+홀효과 스위치 조합의 초기 전자계산기에 대한 링크도 일단 올려 봅니다. 아.. 저 디자인.. 츄릅 :b

( http://oldcalculatormuseum.com/sperryedc3.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