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지난 리뷰(http://www.kbdmania.net/xe/review/11398436)에서, 스피드 스위치의 1.1-1.2mm 작동점이 1.5mm로 변하는 것만으로 그 전 리뷰에서 보였던 체리 은축에서 문제가 되는 과도한 민감도(http://www.kbdmania.net/xe/review/11354879) 문제가 어느정도 개선됨을 이야기 하면서 작동점이 아닌 스프링 압력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어떨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보았습니다. 그래서 구비했던 카일 다크그레이축을 쟁여만 두다가 (아직 커스텀 입문을 안하여 솔더링 같은 작업은 엄두를 못내었고..) 최근 구매(했으나 결과적으로 얻은) 아콘 AK87 키보드에 이식하여 이참에 확인 해 보았습니다. 

1. 스위치 교체.
기존의 박스 화이트 스위치를 다크그레이 스위치로 교체하면서 몇몇 사진을 찍어두어 관련 내용을 조금 이야기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키캡.jpg


키캡을 분해하고 같은열의 체리 얇은 레이저 키캡과 비교해 봤습니다. 체리 기준으로도 상당히 낮은 키캡인데, 그래도 로우 프로파일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서 스텝스컬쳐의 효능은 줄어들지 않는 느낌입니다.

분해.jpg
제가 가진 AK87은 초기 핫스왑모듈 문제로 무상제공이 되어버린 녀석으로, 스위치 재결합시 모듈을 보호하려고 기보강을 분해하여 끼우기로 하였습니다. 키캡과 스위치를 빼고, 상판을 분리해 보니 상하판 결합 구조가 상당히 특이한것이 보이네요. 하단부에 하판과 상판을 고정하는 구조물이 꽤 높게 만들어져 있는데도 상단부는 그러한 구조가 없이 그냥 기보강이 얹혀져 있습니다. 

납땜1.jpg납땜2_결함.jpg
문제가 되는 핫스왑모듈의 납땜 정도 차이가 나는 부분을 비교 해 봤습니다. 전반적으로 편차가 있는 와중에 땜납이 얇은 곳은 꽤나 얇아 보이긴 합니다.ㅎ 어쨌거나 제조사의 경고도 있어서 새 스위치를 넣을 때는 해당 모듈을 손으로 받쳐두고 넣었습니다.

흡음재.jpg
흡음재는 약간 성성한 스펀지 입니다.

2. 영상
일단 타건영상부터 올려봅니다.



키스킨 유무로 나누어 찍어 봤습니다.
여전히 그렇듯 핸드폰 촬영의 왜곡에는 주의해 주세요.

타건음은 딱히 말할건 없습니다. 일단 AK87자체가 기본은 하는 키보드고, 흡음재 덕분인지 잡음도 크지 않더군요. 

3. 카일 다크그레이 스위치
리뷰를 위해 실사를 하는 동안 중점적으로 본 것은 과연 저압스프링의 스피드 스위치(제 경험에선 체리 은축)에서 보여주던 과한 민감도가 과연 얼마나 개선되는가였습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 하자면 꽤나 개선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은축은 손을 올려만둬도 어쩌다가 입력이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다크그레이축은 그러한 원치않는 입력이 되는 경우가 있기는 있었으나,
'스위치간 편차로 인하여 입력점이 더 짧거나 스프링이 조금 약간 스위치에서 손이나 손가락에 어느정도-인지가 되는 수준의- 긴장이 들어간 상태'에서 입력이 이루어졌습니다.
시작압력이 높은 것이 생각보다 크게 장벽으로 작용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위의 타건중에서도 민감도로 말미암은 오타는 없다시피 하였습니다.
(특히 이런 타자연습 타건의 경우 저는 파워타건 습관이 남아 있어 키 입력 후 손가락을 완전히 키에서 때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 그럼에도 은축의 경우 어느정도 익숙해진 뒤에도 그러한 오타가 발생했던걸로 기억합니다.)
다만 제가 (주로 적축 사용시 생긴..) 키 입력 후 손가락을 완전히 떼지 않는 버릇이 있어, 반복입력 속도가 빠른 설정과 더불어 가끔 원치않는 반복 입력이 일어나는 일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 흑축 사용시에는 반쯤 이루어지던 바닥에 닿지 않는 구름타법의 요소가 다크그레이축 사용시에는 거의 항상 바닥을 치게 되었는데, 3.5mm로 짧아진 총 이동거리가 원인인 듯 합니다.

따라서 '정확하고 빠른 입력'을 내새우는 게이밍 키보드에 괜찮은 스위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게임 장르에 따라 고압스프링을 사용하기에 어쩔 수 없이 손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것은 단점입니다.
제 경우 주로 디아블로3를 즐기는데, 이동키를 계속 누르고 있거나 쉬프트 키를 누르고 있는 상태가 많아 한시간 정도 지나면 손이 피로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키를 빠르게 입력해야 할 필요가 있는 장르에서 적합할 것 같은데, 당장에 떠오른느것은 스타크래프트 등의 RTS입니다.

4. 종합_역치의 작용
키보드의 입력을 감지하는것은 키를 눌렀다는 의식/모니터로 보이는 입력의 결과/키보드에서 나는 소리/입력시 손가락으로 느껴지는 압력,촉감 등 다양한 요소가 합쳐져서 이루어집니다.
키보드를 중심으로 두면 뒤의 두가지, 즉 소리와 (소리를 제외한)키감이 얼마나 입력과 잘 연계되느냐에 따라 전통적인 '자판'으로서의 키보드의 만듦새를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리니어 키보드는 정확한 입력을 가치로 둘때 좋은 키보드라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입력과 '연계되는' 촉각적인 구분감(tactility)도, 소리(acoustic feedback)도 없기 때문이지요. 굳이 따지자면 키보드에서 느껴지는 스프링의 압력과 '바닥치는 소리' 정도가 있습니다. 물론 그 덕분에 '부드러운'입력이 가능해지기에 사용자가 얼마나 숙련되는가에 따라 입력의 정확성과 속도가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지요.

어쨌든, 리니어 스위치의 이 '구분감의 부재'는 게이밍을 위시한 '스피드 스위치'로 오면서 대중적인 적축계열의 저압스프링과 만나 민감도의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즉, 민감도의 문제를 좀더 정확하게 이야기 하자면 키 입력과 사용자의 감지간의 괴리라고 하겠습니다. 

리니어 스위치에서 바닥을 치기 전인 작동점을 느낄 수 있는 구분감은 '스프링의 압력', '손가락이 이동' 그리고 그 두가지로 인한 '일(Energy)' 정도가 있습니다. 이쯤에서 이전 리뷰에서도 보았던 표를 보고 이야기를 해 봅시다.

표.PNG

(이전 EK820 리뷰에서 카일 LP 리니어 스위치와 다크그레이 스위치의 에너지 계산시 셀을 잘못 지정한 오류가 있었습니다. 이번 표는 수정된 값입니다.)


민감도 부분에선 딱히 문제가 없었던 카일LP리니어, 이번 다크그레이, 그리고 민감도 문제가 분명했던 은축의 Energy 소모량을 보면 바로 이 수치와 민감도를 연결하고픈 욕망이 생깁니다. 이전 리뷰에서 그런식으로 이야기 하기도 했었구요. 하지만 이번에 내요을 정리하면서 생각해 보니, 실제로 에너지 소모가 '감각적으로' 확연하게 느껴지는건 장시간 사용시의 피로감이지 개개 키의 입력 정확도나 민감도와는 큰 상관은 없다고 하는게 맞을 듯 합니다. (여담으로, 이 때 카일LP스위치의 경우 짧은 이동거리로 인해 바닥을 치는 충격으로 인한 손끝의 피로감도 있긴 합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이야기 하겠지만 리니어 스위치의 입력 정확도/민감도에 이동거리와 압력이 작용하기에 이 총합인 '일'과 수치로 봤을 때 연관관계가 있는걸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에서 나오듯, 인간이 감지하는 감각의 '역치'를 손가락의 이동에 대한 감각과 압력 중 하나가 넘을 수 있느냐?가 민감도 문제의 원인이 됩니다. 인간의 감각은 지속적인 자극보다는 자극의 변화에 더 민감하며, 이때 변하는 정도를 감지하는 최저값을 '역치'라 합니다. 만약 손가락의 이동에 대한 정보 혹은 압력에 대한 정보 둘 다 이 역치값을 밑돌면 사용자가 감지하지 못한체로 입력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이것을 각 스위치에 대입하면,
은축 - 이동거리/키압 모두 역치값 밑이어서 무의식적인 입력이 일어남.
카일LP - 이동거리를 인식할 수 있어 입력을 감지함
카일Dark gray - 키압을 인식하여 입력을 감지함
정도로 정리되겠습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경우이며, 사람에 따라 저 '역치'는 달라집니다. 즉, 어떤분은 1mm의 손가락의 움직임도 감지하기 충분할것이고, 어떤분은 45g정도는 무겁다고 느낄 수 있단 것이지요. 
어쩌면 이전에 쓰던 키보드의 종류(저압이냐 고압이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이건 키 입력시 손가락에 보내는 '어느정도 압력으로 눌러라'란 명령과 그 때 감각에 대한 학습, 그리고 실제로 느껴지는 감각과 차이를 인지하는 부분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전 리뷰의 파랑/노랑/주황색 화살표로 표시한 그림을 보면 이해되실거에요.)

5. 마무리.
비교적 객관적인 내용은 이만하고, 제 감상을 이야기 해 보죠.
(일터에서 저소음적축을 쓰고 있기도 해서) 기존 체리 일반 스위치의 2mm-4mm 작동거리에 익숙한 저에게 스피드 스위치는 아무래도 어색한 면이 있고, 이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고압 스프링을 사용한 다크 그레이축이 스피드축으로써는 쓸만했으나 스프링 압력에 의한 장시간 사용시의 피로감과 적으나마 발생하는 무의식적인 입력이 단점으로 느껴집니다. 

이로서 '리니어 스위치의 키감에 미치는 키압과 스트로크의 상관관계'에 대한 제 경험과 생각은 얼추 정리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리와 실제 자기 손에 맞는 키보드를 찾는 경험이 어쩌면 영 별개라는것이 키보드 생활의 오묘함이지요.(키감을 결정짓는 요인은 키캡/하우징 등 너무나 많으니깐요.) 그런 의미에서 제 손은 맞는 키보드를 찾아서 계속 경험이 필요하겠습니다.^^

덧. 제 경험상 작동점-바닥점 스트로크가 1.5mm-3mm이하인경우 리니어스위치는 별로 좋은 키감이라 하기 힘들었고(EK820 Kailh LP linear 경험 등에서) 이 수준에선 구분감이나 소리가 있는것이 훨씬 좋았습니다.(체리ML, Romer-G 혹은 카일 LP click의 경우) 이때도 카일 box white가 LP click에 비해 감각적으로도 좀 더 좋았던 기억이 있어 여전히 스트로크는 1.7-2mm/3.5-4mm 정도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특히 리니어의 경우 바닥점이 3.5mm 이상은 되어야 바닥에 일찍 닿는 '답답함'이 없었습니다. 

다음 리뷰는 아마 간단한 카일 박스흑축 리뷰 정도 될 것 같네요.(FX로 대기중입니다!ㅋㅋㅋ)
그럼 다음에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