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존칭을 생략하였음을 밝힙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글이 다소 기니 읽기 싫으신 분은 저~기 뒤쪽 파란색으로 씌여진 부분만 읽으시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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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 멤브레인 키보드 등으로 분류되고,
기계식 키보드에도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 체리키 스위치, 일본 알프스 스위치를 적용한 모델과
독특한 형태의 버클링 스프링 방식의 IBM model M 시리즈,
그외 nmb 스위치나 기타 다양한 키스위치를 적용한 모델 등
아직까지도 그 진가가 발휘되지 않은 키보드가 무수히 산재해 있다.

그리고 지금,
키보드매니아 사이트를 들락날락거린지 어언 10개월에 접어든 나의 눈으로 바라봤을 때
이곳 키보드 매니아에서는
키보드라는 동일한 카테고리 안에서도
어떤 주기적인 유행을 타는 것을 확연히 느끼게 된다.

그 유행의 소용돌이 속에 당당하게 우뚝솟았던 녀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고무댐퍼 있는 알프스 넌클릭 스위치가 적용된 애플 확장 키보드 II가 그랬고,
철판치기 신공에 환상의 키감으로 불리우는 오렌지색 알프스 넌클릭 스위치 적용 애플 확장 키보드 I이 그랬으며,
레이아웃의 이질감을 최소화한 컴팩트형이면서 체리 스위치 중 동양인에게 가장 잘 맞는다고 평가받는 체리 갈색슬라이더를 적용한 mx1800모델이 한자리를 꿰어 차고 있다.

그리고 그 끝자락에는
키보드매니아 사이트탄생 이래 최고의 빅 힛트상품, 보라카이님의 땀이 깃들인
통칭 카이저라고 불리우는 철판댄 G80-3000 모델과 mx-1800모델이
지금까지도 유행을 이어가고 있음을
이 곳에서 어느정도 지켜보셨던 분들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아쉽게도 내가 1800이나 3000모델을 가지고 있지 않은터라
아직까지 카이저의 위력을 아직까지 느껴보질 못하고 있지만,
하물며 물건넌 일본에서까지 소식을 전해듣고
주문이 마구 들어올 정도라고 하니 그 뛰어남이야 오죽하겠는가?
선구자이자 개척자이신 보라카이님의 수고로
많은 분들이 카이저 모델의 멋진 키감을 접할 수 있게 되었음을
키보드매니아의 입장에서, 그리고 보라카이님의 순수한 한사람의 팬의 입장에서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

빨간불 미니-03.jpg


--그렇다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철판 공동구매로 인해
카이저의 뛰어남에 대한 사용기가 가끔 올라온다.
그리고 애플 IIgs나 해피해킹프로의 뛰어남에 대한 사용기도 눈에 띤다.
그렇다면 눈을 돌려 바라보자.
체리 갈색 슬라이더, 알프스 오렌지색 슬라이더, 정전 용량 방식의 키
거기에 스탠다드형, 컴팩트형, 미니....
위의 키스위치에 아래 lay out 이라면 최강이라고 불릴만한 녀석들의 조합이 분명히 나오게 되어 있다.
허나, 여기에서 절대로 빠지면 안되는 녀석이 빠져 있으니,
그토록 입으로만 회자되는 체리 구형 청색 슬라이더이다.
더우기 보라카이님께서 직접 손보신 체리 구형 청생 슬라이더, 바로 이 녀석과,
한때 왕창 풀렸지만 무지막지한 키압때문에 천덕꾸러기 녀석인 체리 빨간불 미니가 합쳐지면 어떤 맛이 나올까?
궁금하지 않은가?
바로 그 궁금증에 대한 약간의 해답이나마 알려드리고자 이 글을 쓰려고 한다.

1. 외관 및 만듦새

무식할 정도로 보이는 뒷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검정색 케이스,
그 흔한 고무 받침대 하나 없이 나사머리 부분이 돌출되어 있는 바닥면,
잘 빠지는 키캡, 키캡의 높은 위치에 따른 손목 보호대 필수,
높이조절 절대 불가, 짧은 코일 케이블,
F와 J키에 그 어떤 구분점이 없는 점 등
찾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단점 투성이의 녀석이다.

그런데, 보라카이님의 딱 한마디 설명을 듣고서는 이 모든 단점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바로 이 녀석은 군(軍)용 재질로 도배된 키보드로, 특수 제작되면서 보급된 모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그 제품에 전체적으로 사용된 재료 - 키 프레임 재질, 내부의 기판 및 철판 설계, 코일 케이블 재질, 각 키에 적용된 LED
-의 수준을 살펴보면,
정말 타 키보드 모델들이 울고갈 정도의 견실함을 보인다.

-키 프레임 재질... 우들두들 정말 무식하게 생겨먹은 재질에, X라 두껍다.
긁으면 흠집은 날지 몰라도 웬간한 충격으론 깨질 것 같지 않다.
-내부의 기판... 보라카이님의 말을 빌리자면, 유리 에폭시 수지라나 뭐라나...
하여튼 일반 체리 키보드나 알프스 키보드에 적용된 종이 페놀 수지가 아닌, X라 내구성 강한 재질이라고 하신다.
혹시나 싶어 찾아보니 유리 에폭시 기판은 토프레 리얼포스 89U 최신 모델에 적용된 최고급기판이란다.
-알루미늄판... 체리사 스위치 적용한 모델 중에 자체적으로 철판댄 녀석이 과연 몇 모델이나 존재하는지 아는가?
내가 아는 한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 ^^;
하물며 알루미늄판이라 함은...더욱이 키보드 밑면 역시 얇지만 알루미늄판이다.
-코일 케이블 재질... 보통 ps/2케이블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무식하게 두꺼운, 그래서 믿음직한 재질의 블랙 코일 케이블이다.
-각 키마다 적용된 LED...불빛이 가능한 적게 새어나가야 할 특수상황에서 불이 없어도 사용하기에 딱 아닌가?
-미니형태의 초소형 크기...공간절약은 기본?
-검정색 체리 리니어 스위치...군용을 염두에 두다보니 키압보다는 구분감없는 무소음형 넌클릭에
내구성 강하기로 소문난 체리 스위치가 적용된 듯하다.

※뭐.. 논리에 맞지 않고 오바인 부분도 몇군데 보이지만, 중요한 건 이 부분이 아니니 애교로 넘어가주시길.. ^^;

2. 레이아웃

초절정 미니키보드다.
텐키 생략, 기타 다른 펑션키들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위치해 있다.
체리 미니 4100모델과 layout이 거의 동일하다.

체리빨간불 미니_01.jpg

3. 키감

내가 알기로, 체리 구형 청색 스위치는
chicony kb-5161, kb-5191 일부모델(한독 키보드 및 각종 회사의 oem형식으로 납품되었다.) 및
체리사 자체 제작한 모델 몇몇에 적용되었다.
요즘도 청색 스위치가 적용된 모델이 나오긴 하지만,
구형의 그것과는 격이 틀리다는 게 열이면 열, 백이면 백이 답하는 평가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길래?
나는 아직까지 많은 종류의 키보드를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구조나 원리, 과학적 분석을 통한 접근방식은 그냥 '그렇구나'하며 넘어가는 타입이다.
그래서 가급적 나와 같은 초보의 눈높이로 그 설명을 해 볼까한다.

이상 키감이라는 것은 키보드 매니아라면 누구나 꿈꿔왔을 것이다.
(이상적인 키보드와는 별개의 문제다. ^^;)
문제는 이 키감이라는 것이 개인의 주관이 상당히 높게 개입되어 있어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다는 점이다.
허나 눈이나 귀 등 인간의 오감을 통해 접하는 것들 중,
가장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촉감(피부로 느끼는)을 통한 것이기에
이상키감이라는 한가지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
다른 어느 경우보다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사용기를 통해 언급한 이상 키감의 후보들은
애플 IIgs, 철판 댄 mx-1800 갈색축, ibm xt 5150, ibm at 5170, 리얼포스, 해피해킹 Pro 정도...
이 중에서 내가 지금껏 접해본 키보드는
애플 IIgs, 애플 확장1, 리얼포스, 철판 댄 mx-1800, 해피해킹 pro 정도로,
철판 댄 mx-1800과 해피해킹 pro를 제외한 다른 제품들은 써보고 느낄만큼 느껴봤으니
내 나름으로의 객관적 평가 기준은 충분히 확보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ibm 5170키보드를 접해보진 못했지만
일전에 보라카이님께서
king of king이라고 평가받는 ibm 5170 개조버전의 키감과 철판댄 구형 체리 청색축의 키감이
오십보백보라고 일컬을 정도로 유사하면서도 최고의 키감을 갖는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리고 한참동안 그 의미를 잊고 지내다가
지금에야 이 사용기에서 말하건데,
최고의 키감은 위의 어느 것도 아닌 철판보강된 구형 체리 청색축 키보드가
그 최고봉에 위치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경박하지 않은 가벼움, 통통 튀는 맛 속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
성숙한 여인의 탐스런 가슴을 누르는 것과 같은 탱탱함은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손에 착 달라붙어
손가락과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슬라이더의 그 느낌은
일전의 어느 키보드와도 경험해 보지 못한 최고의 키감이다.
손가락의 움직임과 하나가 된 슬라이더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아는가?
많은 분들이 리듬감이라고 표현하는 그것으로도 모자라다.
그건 단지 극한의 키감에 따른 부수적 효과일 뿐이다.
치면 칠수록 에너지가 충전되는 듯한 하이톤의 재각거림은 보너스다.

그 키감은 마치...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나름대로 시각적인 묘사를 하자면,
상쾌한 아침 산새들이 흥겹게 지저귀고 있는 햇살 비치는 숲 속에서
졸졸 흐르는 맑디맑은 시냇물에 물장구 치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고 할까?
분명 그 상황에서의 내가 느끼는 감각이 아닐까 싶다.

한문장으로 정의내리자면,
두 귀와 열 손가락이 함께 즐거운,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더욱 더 빠져들고 싶어지는 환상의 키감을 보여준다.


-- 맺으며..

보라카이님께서는
신형 체리 두 셋트를 아작내서야 구형 체리 한셋트를 제조할 정도로
불량률도 체리 키스위치 중 가장 높고,
만들어 내기 힘든 스위치가 체리 구형 청색축이라고 하셨다.
또한 이 글의 주인공인 이 키보드조차도
체리 구형청색축의 80~90프로 정도의 성능에 근접한,
다소 불완전한 키스위치로 제작을 하셨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의 만족감을 전해준다는 것이 대단하지 않은가?
아울러 완벽한 100%의 체리 구형 청색축에 철판댄 키보드라면
또 한차원 높은 세계를 경험해 주리라고 생각하니 전율이 일 정도다.

한가지 고민인 것은 내부 구조 및 키프레임이 모델마다 천차만별일진데,
분명 적용되는 모델마다 약간의 키감의 차이가 보일 것 같다는 점이다.
(아무리 통울림현상을 잡고, 체리 스위치 본연의 키감을 그대로 살려준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궁합도라고도 볼 수 있을까나...
과연 어느 녀석이 체리 청색 스위치의 감추어진 잠재력을 다 끌어낼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작성하게 끔 키보드 및 조언 말씀 아끼지 않으신 보라카이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