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항상 정보만 얻고가는 초보 마니아입니다. ^^

기존에 사용하던 마제 청축을 은사님께 선물하게 되어 새로 쓸 키보드가 없을까 하여 그날 장터를 뒤졌더니 리얼이 녀석이 루프랑 함께 올라왔더군요. 사실 제대로 수입을 얻게 되면 새 물품을 지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10여만원 가까이 싼 가격이 구입할 수 있는데다 어차피 가격이 떨어질 녀석도 아닌 것 같아 과감하게 질러버렸습니다. ^^

그동안 리얼이에 대한 소문을 많이 보았기에 과연 어떤 키감일까 궁금했었는데, 예상을 뛰어넘더군요. ^^ 어느분이 최고의 키감은 가슴속에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제 가슴속의 키감은 바로 이녀석인듯 싶습니다.

치면 칠수록 다시 치고 싶고 어느새 자판 앞에 앉아 즐겁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해 주는 녀석이 바로 이 리얼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역시 마니아의 어느분께서 하신 말씀처럼 처음에 느낀 키감은 "나무 도마에 두부를 써는 느낌"이었습니다. 서걱서걱하고 부드럽게 들어가는 맛이 기계식에 익숙해진 분들께는 재미가 없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저 또한 기계식을 근 6개월 써 왔지만 말입니다;) 확실히 처음 구입하시고 많이 내놓으신 분들은 바로 이 키감에 실망을 해서가 아닌듯 싶습니다.

저 또한 처음의 나무 도마에 두부 써는 느낌에는 적잖아 실망한 것이 사실입니다만 단 한가지 이유로 인해 이 키보드에 마음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 바로, 팔이 편하다는 겁니다.

지금 오른손을 자신의 왼팔에 대어보십시오. 그리고, 왼팔이 눌린다는 느낌을 거의 받을 수 없을 정도로 오른 손가락들을 눌러주십시오. 네, 오른 손가락의 그 감각을 기억해 주십시오. 그리고 키보드에 대고 그 오른 손가락을 눌렀을 정도의 압력을 키보드에 가해 보십시오. 네, 그 힘만으로도 눌러지는 녀석이 리얼포스 입니다. ^^

많이들 들으셨을 구름타법의 정체가 바로 이 저압력의 키감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녀석을 원했던지라 만져보고 정말 반했습니다. 그래, 네놈이구나! 내 가슴 속에 있던 키감은! 이랄까요 ^^

가격에 대해서는 사실 말씀드리기가 미묘합니다.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두고 있는 가치 평가들이 다 다르니까요. VGA에 50만원씩 쏟아부어도 돈이 아깝지 않은 분들이 있으신 반면, 옷에 100여만원씩을 쏟아도 아까워하지 않으신 분들도 있으시니까요. 개인적으로 전 자장면을 먹을 때 솜씨가 좋은 집에 가면 삼선 자장을 시켜먹습니다. 제 가까이에는 건프라의 PG와 HG를 구분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 네, 이쯤이면 드리고 싶은 이야기를 아실 겁니다. 그런 분들이 과감히 지르시는 물건을 비교해 보면 그 물건들은 확실히 다른 물건들에 비해 얼핏 봐도 뛰어난 가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8600GT보다는 8800GTX가 성능이 좋은게 분명하고 길거리의 청바지보다는 리바이스 진이 더 질기고 디자인 또한 멋집니다. 재료가 잘 갖춰진 집에서 먹는 만원짜리 삼선 자장면은 동네의 2500원짜리 자장면보다 맛이 좋습니다. HG에 비해 PG가 그 볼륨이나 디테일도 훨씬 훌륭하구요. 마친가지로 키보드 또한 15000원짜리보다 24만원짜리가 훨씬 뛰어남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그 키보드를 단순한 입력기구로 보는 것인지, 그 키보드가 갖고 있는 키감을 중시할 것인가가 차이가 있는 것이지요.

리얼포스가 갖고 있는 키감은 분명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키감을 누리기 위해서는 20여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것이죠. 물론, 키보드를 단순한 입력장치로만 보시는 분들께는 이 가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으시겠지만, 키보드의 키감을 이해하시고 자신의 팔과 손의 피로를 덜고 싶으신 분들께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덧 : 사실 이 글을 쓰기 전에 해피해킹 프로의 키감과 동선 및 키 조합의 효용이 궁금하여 하나 주문하였으나 판매자분께서 개인 사정으로 취소하여 다행히 자금을 보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사실 리얼이를 얻었을 때만 해도 이걸로 졸업이 가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듯이 리얼이부터 시작이라는 말씀이 이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