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시장정보에 올라왔기에, 마침 키보드 가방이 하나 필요하던 참이라 돈 버리는 셈 치고 하나 질러봤습니다. 14,900원짜리니만큼 솔직히 큰 기대 없이 질렀는데, 택배 포장을 뜯어보고는 조금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재질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닙니다. 매끄럽지 않고 까끌한 느낌이 드는 재질에, 어설프게 붙어 있는 Carryboard 로고는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허접한 폰트로 박혀있습니다. 적당히 페인트로 눌러 찍은 듯한 로고를 보니 몇 번 빨면 사라질 것 같아 한시름 덜긴 했습니다만.

그 다음에 지퍼를 열어보니 제법 실속은 있습니다. 여전히 허접한 재질이긴 하지만 방수처리가 되어 있고, 마감도 깔끔한 편입니다. 적어도 돈 날렸다는 생각은 안 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자, 내외관을 살펴본 다음은 당연히 키보드를 넣어봐야죠. 일단 사이즈가 슬림한 게 제가 생각하던 것보다 디자인이 컴팩트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거 너무 작은 거 아냐? 하고 조금 걱정되긴 했는데, 메인 수납공간에 리얼이를 넣어보니 딱 맞더군요. 슬슬 만족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앞에 주머니가 하나 더 있는게 생각나 대충 사이즈를 따져 보니, 길이는 같고 폭은 좀 좁은 게 마제가 들어가면 딱 맞을 것 같았습니다. 리얼이를 넣은 상태로 즉시 마제를 뽑아 넣어보니 딱 맞습니다. 빵빵해져서 보기에는 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훌륭합니다.

개인적으로 키보드를 들고 다닐 일이 많은데, 이 가격에 이런 정도라면 돈값 이상은 충분히 하는 셈입니다. 손잡이에 따로 손가락 보호 처리가 되어있지 않고 어깨끈이 너무 얇은 게 흠이지만 무게가 그리 많이 나가지 않는 키보드 수납용 가방이라는 점과 가격을 생각하면 허용 범위 내입니다.

키보드 자주 들고 다니시면서 비싼 키보드 가방 가격에 부담을 느끼시는 분이라면 권해드려도 괜찮겠다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