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일이 업인 사람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필기구에 관심이 많았죠. 키보드도 연장 선상에 있습니다. 글 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하드웨어에서라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항상 노트북으로만 작업하다가 올초에 데스크탑을 한 대 들였습니다. 친구 집에서 타이핑 해본 리얼포스 10주년이 너무 마음에 들었거든요. 오로지 키보드 때문에 데스크탑을 산 셈입니다. 어찌됐든 리얼포스 R2를 아주 만족스럽게 잘 사용하였습니다만... 여러 키보드를 사용해보고 싶은 욕망이 샘솟았습니다. 


 그래서 기계식 키보드 한 대를 구매했죠. 레오폴드 fc750r 청축이었습니다. 찰칵거리는 청축음이 처음에는 기분 좋게 느껴졌는데, 아무래도 무접점 특유의 그 도각거리는 상쾌함에는 못 미치더군요. 그러다가 결국은 해피해킹 프로 2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해피해킹은 아무래도 높은 진입장벽을 지닌 키보드로 보입니다. 그 특유의 키배열에 익숙해지는데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으니까요. 게다가 리얼포스의 다소 조용한 타건음에 비하면 조금은 시끄럽다는 인상이 있고요. (리얼포스 저소음 버전 보다는 확실히 해피해킹 타입 S가 더 시끄럽습니다) 

 처음에 구매했던 해피해킹 프로2의 경우에는 러버돔 안쪽에 자리잡은 스프링의 소음이 굉장히 시끄러웠습니다. 게다가 스프링 소음이 일정하지 않아서 대충 쳐보기만 해도 키마다 굉장히 다른 소리가 들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특히 리턴 키의 소음이 너무 심했거든요. 도각거리는 느낌도 거의 들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이 키보드가 리얼포스와 더불어 최고의 명품으로 칭송받는 이유가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키 배열에 익숙해지자 손이 덜 피로하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최초로 느낀 만족감이었달까요? 그렇다면 한 번 윤활을 진행해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당장 크라이톡스 용액을 구매하고... 그랬습니다.


 해피해킹의 타건감은 윤활을 진행하였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스프링 소음도 듣기 싫어, 러버돔을 뜯고 스프링까지 모두 윤활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러버돔은 건들지 않는 게 좋다고들 하시지만, '하나 버리는 셈 치고...'의 마음으로 접근했습니다.) 

 

 그 후의 타건감은 정말... 


 드디어 초콜릿 부러뜨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군요. 그 후 타입 S까지 구매를 했습니다. 조금 오래된 연식에 낡은 키보드였는데, 소음이나 타건감이 윤활을 진행한 프로2와 거의 유사하더군요. 윤활을 진행하고 나니 거기서 소음이 훨씬 줄고, 타건감도 훨씬 힘이 덜 들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리얼포스 2의 타건감이 아직까지는 훨씬 더 마음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