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키보드, 프로게이머의 필수 웨폰... 너무도 잘 알려지고 일반적인 키보드라 그런지,
이곳에 사용기 한줄 없다는게 일단 놀랍네요.

저또한 굳이 [만원짜리]에 사용기라고 끄적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멀쩡한 키보드 두고, 일부러 산 키보드라 그런지 남다른 소감이 들기는 하네요.
그래서 기념으로 몇줄 적어볼까 합니다.

전에 쓰던 키보드는 앱솔루트 3 블랙으로,
다나와 최저가로 검색해서 가장 싸면서도(4천원), 약간의 디자인(?)이 느껴지는 것으로 고른 거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키보드는 컴퓨터 부품 중에 가장 싸면서도 투자할 가치가 전혀 없는 것으로 어겼었죠.
그리고 좋은 키보드의 기준은 갖가지 기능키로 무장해서 한눈에도 뽀대가 느껴지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키감이니, 손맛이니 하는 말은 극매니아들이나 쓰는 사치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들 손이 얼마나 고급이라고 그런거까지 신경써줘야 하나... 하고 말이죠.

근데 말입니다. 이쪽세계를 어렴풋이 알고부터
(20만원을 호가하는 키보드가 있다는 얘기... 멤브레인이니, 메카니컬이니 하는 얘기...
쫀득쫀득한 손맛이라느니... 근데 겉모양은 별볼일 없다는 것 등등)
왠지 키보드에 대한 관심을 끊을 수가 없더군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눈만 높아져 가지고,
전에 쓰던 키보드가 영 허접하게 보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게임과 리포트가 잘 안되는 이유가 키보드에 있다는 무책임한 결론에 이르기까지 하더군요.

결국 그러한 핑계로 키보드의 세계에 발을 담가볼라고 하는데,
입문자에게 있어 췌리니 아이비엠이니 하는건 좀 과분하다 싶어
중급 수준의 키보드를 물색해 보았죠.

그래서 나온 것이 아이롹스의 펜타그래프 키보드와 삼성의 DT-35 였습니다.
뭐... 너무도 흔하고 저렴한 제품이라 별로 고민이 필요없지 않나라는 생각도 드시겠지만,
저에겐 어떤 것이 합리적인 소비의 道인가... 많은 고민을 하게 했죠.

결국 고른 것은 삼성 키보드인데, 그 이유를 따져보니 왠지 허탈합니다.
바로 [키스킨], 일명 더스트 커버 때문입니다.

제가 전에 쓰던 키보드에 애정을 잃게된 결정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키사이로 박힌 무수한 먼지들 이었습니다.
위생적인 면을 떠나 가끔씩 들여다보면 기분이 영 찜찜하죠.
진공청소기로 빨아드리면 어느정도 해결은 되지만, 지금 자취를 해서 그것조차 여이치가 않습니다.

애초부터 키스킨이 있는걸 샀으면 좋았을 것을...
제품 컨셉이 초염가라 그런지, 키스킨은 별도로 판매조차 안하더군요.

용산에 가서 비슷한 걸 사려고 해도,
별도로 판매하는건 가장 일반적인 삼성 키보드꺼만 있고, 나머진 제품속에 같이 들어있는게 전부였습니다.

머리를 아무리 멋지게 다듬어도 비듬투성이라면, 차라리 깔끔한 스포츠형이 났습니다.

결국 키스킨을 어디서나 쉽게 구할수 있고, 겉으로 보기에 하나도 특징이 없는
삼성 키보드를 사게 된 것이죠.

하지만 아쉬운 맘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근데 뭐랄까... 분명히 오천원짜리와 만원짜리는 다르더군요. (정확히는 13000원입니다)

외양으로 보면 아주 은근한 곡선이 가미된 간결한 바디 라인이 일품입니다.
왼쪽 상단에 고딕체의 SAMSUNG 마크, 오른쪽 상단의 은은한 LED 등, 그리고 위쪽의 넓은 이마...
(뭐야? 아무 특징이 없잖아?)
글로 표현하긴 뭐하지만...군더더기 없으면서 실용적인 베이직의 멋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반면 오천원짜리는 싸구려임을 감추기위해 여러부분에서 오바한 흔적이 느껴지죠.

그리고 키스킨의 잇점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키의 글자들이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비닐막으로 인해 가독성이나 키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어차피 글자의 선명함은 읽기보다는 기분상의 문제이고
키감 또한 키스킨만의 부드러운 맛이 의외로 괜찮습니다.

무엇보다 먼지걱정없이 키보드를 항상 새것처럼 쓸 수 있다는게 기분이 좋네요.
가끔 키스킨을 열어보면 어제 산 듯한 싱싱함을 느낄 수 있죠.

그리고 키의 재질 말인데요.
같은 플라스틱이지만 도료의 영향인지, 무광택 플라스틱의 오돌도돌한 느낌이 살짝 납니다.
그외 있잖습니까? 플라스틱에도 싸구려와 고급의 차이가 느껴지는...

또한 키 높이가 커서(앱솔루트의 1.5배), 키가 힘있게 솟아오른 인상을 줍니다.
그래서 키 각각이 분명해 보이고, 눌렀을때 좀 더 안정된 감을 주는듯 합니다.

앱솔루트는 칠때 키가 흔들거리면서 달그락거리는데,
좀 쎄게 칠때에는 키보드 전체가 울리는 듯 탕탕거리는 느낌이 나죠.
삼성 키보드는 상대적으로 키 각각의 완충작용이 잘 돼있는 듯 합니다.
키를 아무리 쎄게 두들겨도 다른 키까지 흔들리거나, 톡톡하는 타격톤이 크게 변하질 않습니다.
특히 넘패드 쪽이 아주 부드럽네요.

마지막으로 함께 들어있는 손바닥 받침대도 상당히 편하군요.
그동안 의례히 들어있는 걸로다 생각하고 무시했었는데, 실제로 써보니 물건이네요.

흠... 이상입니다.
별 내용도 없는게 상당히 길어졌군요.

암튼 삼성 빠돌이는 아니지만, 키보드는 참 만에 드네요.
제가 컴퓨터를 남들꺼까지 4번 조립한 적이 있는데요, 앞으론 이 키보드를 리스트에 꼭 넣을 생각입니다.

*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키스킨 사용기 같아서 내용을 조금 추가했습니다.
  근데 또한번 읽어보니 삼성 알바생이 쓴거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