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쓰던건 G80-3000 흑축이었는데, 아무래도 크기도 좀 부담스럽고 왼쪽 새끼손가락이 아려와서 키배치 바꿀 수 있는 작은거 찾다가 Truly Ergonomic 으로 왔습니다. 키네시스랑 말트론같은건 너무 육중해보여서 애초에 제외했는데, 해피해킹 프로2 는 사이즈도 컴팩트하고 가격대도 큰 차이가 안나고 해서 많이 고민하다가, 키감보다는 키배치가 좋은게 나을거같아서 TE 로 샀습니다. 


체리 적축, 갈축, 청축 세개만 제공하고 게중에 블랭크 키캡은 갈축에만 제공되서 갈축 블랭크로 구매했고요. 

86 키와 88 키가 있는데, 88 키는 양쪽 하단의 alt 키가 분리되어있습니다. 전 바깥쪽 키는 그다지 정밀하게 누르지 못해서 키가 작으면 오타가 잘나기때문에 86 키로 선택했습니다. 


키감때문에 쓰는 키보드는 아니니 키감 대신 키배열에 집중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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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먼지커버인데, 커버가 정말 싸구려티가 심하게 납니다. 처음에 그냥 껍데기로 보고 버리려고 했는데 설명서에 버리지 말고 먼지커버로 쓰라고...- _-; 기능면에선 뭐 문제될게 없긴 하지만 얇은 판떼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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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는 이렇습니다. 


일반 키보드 배열의 불만 :

vim 과 이맥스를 주로 쓰는데, 이맥스는 ESC-Meta-Alt-Control-Shift 라고 불릴정도로 특수키와 조합을 많이 씁니다. 게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는건 아무래도 ctrl 이랑 shift 인데 문제는, 일반적인 키보드에서는 저 키들이 다 바깥쪽에 위치해있어서 쓰다보면 새끼손가락이 아려와요.(특히 왼손) 엔터키나 탭키도 물론 새끼손가락으로 많이 쓰긴 하는데 저런 단타형 키들은 바깥쪽에 있어도 상관 없는거같고, ctrl, shift 등 처럼 키조합할때 힘줘서 누르고있어야 하는 키들이 문제같더군요. 


vim 의 경우는 esc 를 아주 많이 쓰는데 이게 꽤 바깥쪽에 위치하기때문에 한번 누르려면 왼손이 죽 뻗어져야 해서 상당히 불편합니다. 저 esc 키는 ctrl-c 혹은 ctrl-[ 로 대체가 되긴 지만, 상당히 자주 쓰는 키라 키조합보다는 한번 툭 누르면 되는게 나은거같고요.(새끼손가락이 아리기도 하고 손바닥으로 ctrl 키 누르는 묘기는 못하겠더군요.) 



TE 키보드에서 가능한것 :

TE 키보드도 ctrl, shift, alt 는 바깥쪽에 위치해있어서 별 도움이 안될것도 같지만, 펌웨어를 통해 거의 모든 키의 리맵이 가능합니다. 딱히 갈축을 선호하지 않는데도 블랭크 키캡을 위해 갈축을 구매했고, 블랭크 키캡으로 구매한 이유는 리맵해서 쓰기 위해서입니다. 


기본 알파벳이나 숫자, 특수기호등은 바꿀생각이 없고 특수키 배치만 바꾼다고 생각해볼때, 키보드 가운데의 황금위치에 5개, 그리고 그 바로 위에 기본위치에서 손을 약간 움직여야 하긴 하지만 꽤 좋은 위치에 3개의 키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일반키보드의 스페이스바 위치에 있는 키가 3개로 쪼개져서 왼쪽 오른쪽은 스페이스바, 가운데는 엔터키로 되어있는데 저 왼쪽 오른쪽 키는 엄지손가락으로 누르기 편한 황금위치라 가운데키를 스페이스바로 바꾸고, 양옆의 키도 비웠습니다. 엔터키와 탭키는 새끼손가락 위치의 양사이드로 뺐습니다. ctrl, shift 등을 키조합할때 힘줘서 누르고 있는게 문제지, 엔터나 탭키처럼 항상 단타인 키는 새끼손가락으로 눌러도 별 문제는 없는거같고요. 


이런식으로 대충 ctrl, alt, esc, shift, meta(win/cmd) 를 가운데로 밀어넣고 한/영 키와 한자키를 위 3개의 키중 좌측과 우측에 각각 넣었습니다. 



생각지 못한 적응문제 :

가장 큰 적응문제가 나오는 부분이 영문배열이 일반 키보드처럼 위아래로 약간 어긋나게 배치된게 아니라 일자입니다. 이게 의외로 좀 헷갈리는데요. 예를들어 유닉스에서 'cd' 커맨드를 기존에는 왼손 식지로 c, 중지로 d 를 다닥 누르던게 이 키보드에선 위치상 식지로 c 를 누르려면 손목이 좀 많이 꺾입니다. 때문에, 엄지로 c 를 누르거나 중지로 c 와 d 둘다 눌러야 되더군요. 즉, 몇몇 키에 대해서 누르던 손가락을 바꿔야 하고, 몇몇 키는 누르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이는 거리가 달라져서 오타가 종종 납니다. 

둘째로, 알파벳을 제외한 키들, 따옴표라던가 물음표, _, +, ~ 등의 위치가 좀 다르기도 하고 손에서 떨어져있어서 이부분도 뭔가 적응이 필요합니다. 

셋째로,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문제인데, 가운데에 자주 쓰는 키들을 몰아놓다보니 손이 점점 가운데로 쏠립니다. - _-; 왼손은 asdf 위치에서 나도모르게 sdfg 위치에 가있고, 오른손도 jkl; 위치에서 쓰다보면 hjkl 에 올라가있고 그러네요. 아예 그냥 sdfg hjkl 위치로 놓고 적응할까도 생각중입니다. ㅎㅎ (사실 이게 가운데키에 손가락만 살짝 옮겨서 누르는게 되니 어찌보면 더 편하긴 하네요...)



TE 홈피에는 2주가 적응기간이라는데 아직 사흘밖에 안되서 어찌될진 모르겠네요. 



결론 :

알파벳과 특문키들은 아직 적응이 안되서 속도가 안나오는중이긴 한데, 일단 기존의 새끼손가락 문제는 그 키들을 가운데로 넣어줌으로서 깨끗이 해결이 된거같습니다. esc 키 역시 가운데로 옮겨놓으니 아주 편리하고요. 커서키가 좀 아래로 삐져나와서 위쪽에 있는 펑션키등을 누를때 손바닥에 눌리진 않을까 했는데 손바닥 받침이 높이를 확보해주기도 하고, 커서키가 뭐랄까 좀 푹 파인 위치에 있는 느낌으로 주변 키보다 높이가 낮아서 그 문제는 기우였던거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해피해킹처럼 현재상태에서 커서키와 펑션키를 빼버리고 위아래로 사이즈가 더 작아진다면 그쪽이 나을거같기도 한데, 이러면 아무래도 윈도우와 맥 사용자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해질 소지가 있기도 하고, 리눅스에서도 그 키들을 이용해서 여러가지 단축키 지정이 가능하니 나쁘지만은 않은거같습니다.(실제로 전 윈도우 매니저에서 커서키와의 조합을 창 사이즈/위치/가상데스크탑 관련된 단축키로 쓰고있고, 이맥스에서도 펑션키나 커서키를 사용하는 여러가지 단축키를 만들어 쓰는중입니다.)


결론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보긴 하는데, 만만하게 보고 간단히 바꿀놈은 아니고 순수 타자연습만 해야하는 적응기간이 진짜 2주정도 걸릴거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