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_1518-2.jpg : NEO ZELIA 기계식 무선키보드 사용 / 개조기IMG_1516-2.jpg : NEO ZELIA 기계식 무선키보드 사용 / 개조기IMG_1514-2.jpg : NEO ZELIA 기계식 무선키보드 사용 / 개조기IMG_1513-2.jpg : NEO ZELIA 기계식 무선키보드 사용 / 개조기IMG_1512-2.jpg : NEO ZELIA 기계식 무선키보드 사용 / 개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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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렸을 때 쓰던 80286 PC를 분해해본 기억으로는 분명히 제 키보드는 기계식이었는데, 이후 멤브레인으로 대세가 바뀌었는지 아닌지 신경도 쓰지 않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사실 멤브레인이나 펜타그래프의 키감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 업무용으로 LG X360 울트라북을 쓰는데요, 처음 봤을 때는 키캡의 상하 폭이 작아서 이걸 어떻게 쓰나 싶었는데도, 결국 생각보다 만족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특히 펜타그래프는 높이가 낮아 타이핑하기 편하다는 점 때문에 선호합니다.

 

전에 친구 녀석 사무실 놀러 갔다가 녀석이 키보드 여럿을 늘어 놓고 쓰는걸 보고, '아~ 이런 세계도 있구나' 싶었더랬죠. 그땐 그냥 그렇게 지나쳤는데, 몇년이 지나 갑자기 궁금해지더군요. 어떤 물건인지 말이죠. 결국, 키보드매니아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기계식 키보드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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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을 고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선 지원 여부였습니다. 제가 거실에서 대화면 TV에  PC를 연결해서 쓰는 스타일이라 무선이 아니면 곤란합니다.  그 다음으로 고려한 것은 청축을 고를 수 있는지였습니다. 어차피 집에서 쓸건데 짤깍거리고 시끄럽다는 청축이 써보고 싶어지더군요. 기계식 입문용으로 많이들 추천하시고 말이죠.

 

국내고 해외고 무선 지원하는 기계식 키보드는 몇 없더군요. 처음엔 로지텍 무선 사서 콘트롤러만 빼서 개조해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무선을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타오바오에서 눈에 들어온게 NEO ZELIA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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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라는 업체는 어이 없게도 중국 방송국인 모양이더군요. WCG 후원도 했고, 그때 이 ZELIA라는 키보드도 출시한 모양입니다. Geekhack에서는 구하기 힘든 키보드로 알려져 있더군요. 구하기 힘들긴 개뿔.. 타오바오에서 배송대행으로 쉽게 구입했습니다.

 

끔한 스타일로 가고 싶은데, 무각 키캡은 숫자열 특수키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PBT 음각 키캡을 구입했습니다. 원래 체리키캡 규격의 두꺼운 POM 키캡이 장착되어 나오나, 프린팅이 좀 요란스럽더군요. 음각 키캡은 받고 보니 얇은 PBT입니다. 둘 다 끼워 비교해보니 PBT쪽이 더 짤깍거리는 맛이 있어서 PBT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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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다시피 무보강판 방식에 스위치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제가 원래 DIY를 좋아하기도 하고, 이렇게 컴포넌트가 노출된 디자인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뭔가 기계라는 느낌이 확~ 와닿는달까요.. 이 디자인이 로지텍 무선 컴포넌트로 개조를 시도하지 않고, 이 녀석을 구매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습니다.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께는 어필하기 힘들겠죠.

 

기판이 노출되어 있다는건 사용 환경에 따라서 내구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우징은 ABS로 추정되는데, 사출 품질이 그다지 좋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워낙 얇아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사실 뭔가 만들다 만 느낌이 들어서 저는 더 맘에 듭니다. 마치 키오스크 키보드 부분을 분해해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보강판이 없어 무게도 가벼운 편일거라 생각합니다. 무선으로 부담없이 쓰기에는 가벼운 편이 좋겠죠. 지금도 거실 소파 위에서 다리 뻗어 앉은 자세로 무릅 위에 키보드 올려 놓고 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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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에 USB 커넥터가 있어 유선으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 목적이 무선이기 때문에 유선은 처음 구매 후 테스트해본 이후로는 사용해본 적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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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가장 큰 단점은 키캡 호환성 문제입니다. 레오폴드 FC700과 같은 방식의 스페이스바를 채용하고 있더군요. 별도로 구매한 음각 키캡은 체리OEM(마제) 방식이었습니다. 고민 후에 스태빌라이저 개조를 하기로 했습니다.  전 범용성 없는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는데,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런저런 자작으로 장비도 있고 손재주도 조금 있으니 다행입니다.

 

사진은 미니 드릴로 스테빌 위치를 옮긴 모습입니다. 체리OEM으로 바꿔주었습니다. 사진의 스테빌 위치 안쪽에 보이는 홀이 원래 스테빌이 있던 위치구요. 하얀 물질은 리튬그리스입니다. 나중에 짬 나면 좀 정리해줘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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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판 후면에 스테빌 고정용 홀을 피해 패턴이 지나가더군요. 새로운 위치에 구명을 뚫으니 불가피하게 패턴을 몇개 날려먹게 되었습니다. 커터칼로 패턴을 긁어내고 테프론 와이어로 납땜 연결하여 패턴 복구한 모습입니다. 귀찮아서 플럭스 제거도 안했는데, 키 인식에는 전혀 문제 없네요.

 

스테빌라이저 철심은 키보드매니아에서 검색한 tip대로 우산대가 딱 맞더군요. 몇 번의 조정 끝에 다른 스테빌과 동일한 키감을 갖도록 만들어 넣어줬습니다. 중국산 버니어캘리퍼스로 계측하고, 라디오 뺀찌로 자르고, 다시 라디오 뺀찌와 손으로 휘어줬습니다. 기존 기성품과 거의 동일한 모양새로 만드는데 그리 어렵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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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면을 보면 2.4MHz USB 무선수신기를 수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수신기를 제거하면 ON/OFF 스위치가 있습니다. 우상단에는 AAA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수신기 감도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른 무선 키보드 / 마우스를 각각 여러개 가지고 있는데, 평균 이상은 해주는 것 같네요.

 

미끄럼방지패드가 있지만, 경사를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저야 무릎 위에 놓고 쓰는 용도이지만, 이런 부분에 민감한 분이라면 구매 시에 고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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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에서 사진을 찍어서 음각이 도드라져 보이는데, 사실 실내에서 사용하면 잘 안보입니다. 해외 거주 중이라 집안에서는 간접조명을 주로 사용해서 더 그렇네요. 음각은 비밀번호 입력할 때 번호키나 특수키 확인하는 정도로만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반적으로 무선이 꼭 필요한데 키캡 놀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분들에겐 괜찮은 물건인 것 같습니다. 반면에 하우징 사출상태가 중국산답고 개조 없이는 다양한 키캡 적용이 힘들다는 점이 단점인 것 같습니다. 타오바오에서 구매해야 하니 A/S가 중요한 분들께도 권하기 힘든 선택인 것 같습니다. 저야 고장나면 그냥 고쳐쓴다는 생각으로 쓰지만 말이죠.

 

축이라 집에서 개인적인 용도로 글을 쓸때 조잘조잘대는 느낌이 들어 심심하지 않고 좋네요. 반면, 다른 사람에게는 확실히 소음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리 크기가 상당하네요. 저처럼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그닥 중요하지 않은 사항이겠지만 말이죠.

 

과적으로 개조 후 실사용은 만족하지만, 구매 시에 스페이스키 규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제게 쓸데 없이 개조를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85점을 주었습니다.

 

(여담)

 

계식 키보드를 사고 개조하면서,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이란 책이 생각 났습니다. 김 교수는 만년필 매니아인데, 누가 '그렇게 비싼거 써서 뭐해?'라고 핀잔을 주면 '넌 이백원 짜리 볼펜이나 평생 쓰다 죽어버려랏!'라고 받아 버린다는군요.  김 교수에게는 만년필이 단순한 필기구를 넘어, 아버지와의 갈등을 통해 자기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데 도구가 되어준 그런 물건이라고 합니다.

 

저도 간만에 기계식 키보드를 써보니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즐거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길거리에서 본 광고가 생각나면서 말이죠.

 

"남자는 철이 들지 않는다. 단지 장난감을 바꿀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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