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FdwXwro9inzkK4R46KpphfRZb63Db22AyQJerR4cM.jpg


해피해킹 라이트2 입니다.

멤브레인 키보드라는 사실은 대부분의 키보드매니아 유저분들이 알고 계실것 같습니다.

현재 이 글도 해피해킹 라이트2로 작성중입니다.

유별나게 호불호가 극명한 PFU의 키보드들 중에서 해피해킹 라이트 시리즈는 특히나 더 호불호가 갈립니다.

아마도 멤브레인이라는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해피해킹을 주로 사용하고 해피해킹을 언젠가는 풀튜닝을 해보겠다고 커스텀 키보드 제작까지 손대고 있는 초보유저로서...

해피해킹은 저의 상징적인 입력기기로 함께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해피해킹 라이트2는 썬 시절의 멤브레인부터 사용해보신 분들...

특히 해피배열과 같은 타입 시리즈들을 경험하신 분들이라면 왜 이 포스팅 주제가 해피해킹 라이트인지 짐작하시리라 생각됩니다.

남들 다 다루는 프로 시리즈도 아니고 왠 때아닌 라이트2?


각설하고 해피해킹 시리즈의 긱한 사용자를 자처하는 한 사람으로서 해피해킹의 미덕이 무엇인지 여쭙고 시작합니다.

해피해킹의 미덕이란 것이 과연 무엇일까요?  (키보드에 왠 미덕? 미더덕도 아니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닉스 사용자를 위한 UX적 설계철학 때문인걸까요?

작고 가볍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타건감 때문에?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떤 물건이건 어떤 도구이건... 모든 설계의 기본은 인간이 먼저고 중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온 물건이나 도구는 범용적인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극히 한정적인 설계 요소가 포함되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사용자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키고 브랜드로 자리잡은 모델들이 있다면 그것은 앞서 말한 한정성을 초월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 됩니다.


실제로 해피해킹의 모국인 일본의 사용층들을 분석해 봤습니다.

일본 커뮤니티들을 통해 제가 개인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놀라운 사실이 있었습니다.

원 설계자인 해커교수님의 설계목적과 다소 빗나간 결과이지만...(그럼에도 여전히 프로그래머들의 위시 리스트 상위품목임)

의외로 일본에서는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이 해피해킹 사용자의 60% 이상 나오더군요.

물론 개인적인 키워드 수집분석을 이용한 데이터라 정확도와 신뢰성은 보장 못한다고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래서 해당 커뮤니티 글들을 트래킹해서 내용을 직접 읽어 봤더니...

대체적으로 글쓰는 작가들끼리 글쓰는 도구로서 해피해킹을 주제로 사적인 대화 수준의 정보교환이 제법 있더군요.

이번에 고료를 받으면 드디어 원하던 해피해킹 타입-S를 살 수 있다는 등...

그리고 그걸 사서 글 쓸 때 어떻게 할거냐...엄지 쉬프트를 적용하기 위해 어찌 어찌 했다...

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줄줄이 나왔습니다.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카피라이터 아자씨의 글 자체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멋진 변도 있었고...

프리터족 청년의 아키하바라 중고품 투어중 어렵게 찾아서 모셔온 중고 해피 이야기도 있었고...


실제로 한국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도 글쓰는 글쟁이가 해피해킹을 사용하는 이들도 제법 됩니다.

이유는 한결 같습니다.


문자열 위주로 사용하고 그 외의 것은 최소한의 인용부호만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한다...

그렇다고 키보드 키캡이 작은 것은 싫다...

또한 장시간 사용하시 때문에 손에 무리가 안가는 키보드가 좋다...

그렇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격고 커스텀 키보드라는 것을 어렵사리 구해서 사용해보니...

역시 글쟁이한테는 해피해킹이라는 녀석이 딱이더라...


뭐 대충 이런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해가 가더군요.

저 역시도 사업제안서나 기획서를 작성할 때 파워포인트로 작업하기 전에

프로토타입으로 마크업 에디터을 주로 사용합니다.

글 그 자체 이외에는 그 어떤 요소도 격렬하게 거부하고 글 자체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키보드의 미덕... 특히 해피해킹의 미덕이 뭘까 하고 여쭤봤습니다.

해피해킹 사용한다고 프로그래머의 내공이 갑자기 몇갑자 상승하지는 않습니다.

글쟁이가 안써지던 글이 갑자기 잘 써지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인체공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답은 분명합니다.

인간의 인지능력과 뇌의 반응력을 고려해보면...

인간은 아날로그 기계나 장치보다 오히려 디지털 기기의 프로세서에 가까운 두뇌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처럼 동시성을 구현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두뇌는 Digital Signal Process 를 처리하는 것처럼 동시적으로 보이나 사실은 순차적으로 동시적 상황을 해결합니다.

쉽게 말씀 드리자면...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마우스를 이용하고 눈으로 모니터를 보고 귀로 뭔가를 들으면서 작업하고 머리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 멀티태스킹은 맞습니다.

그러나 멀티태스킹이 동시성은 아닙니다. 멀티태스킹은 순차성입니다.

즉, 키보드를 누르고 있으면서 눈이 보고 있고 판단된 결과를 손이 움직여서 뇌의 행동 명령에 따라 마우스를 클릭합니다.


바로 여기서 해피해킹 키보드의 미덕이 나옵니다. (Fn 키를 두려워하시는 분들에겐 여전히 소용없는 이야기 입니다만... ^__^;)

해피해킹은 순차적 멀티태스킹에서 상당히 많은 순차 프로세스를 줄여줍니다.

물론 익숙해져서 키보드 자판 안보고도 Fn 조합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는 전제하에서 입니다.

그리고 특히나 Vi 키맵을 사용하시는 노련한 프로그래머들에게는 마우스를 치워버리게 하는 기적을 보여줍니다.

글쟁이들에게는 마우스 없이도 글을 편집하고 수정하고 작성하는 프로세스 상의 여유를 줍니다.

이게 뭔 미더덕이냐? ...라고 하시는 분들의 테클에 딱히 아니다라고는 못합니다.

분명 전제를 달았음에도 대부분의 사용자 분들께는 와닿지 않는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바로 이러한 (전제가 있는 분명한 팩트임에도) 마케팅적 환상에 질러버리신 희생양들도 계십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__~;


그럼에도 인체공학적 관점에서 보면 분명 의도했건 아니건 해피해킹의 UX적 관점의 설계는 분명히 옳고 성공했습니다.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글 쓰는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는게 함정이긴 하지만...


여하튼 그런저런 이유로 일본에서는 해피해킹이 다양하게 사용되어지고 있고 반드시 프로그래머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또 하나 사실은 우리처럼 그 사람들도 해피해킹 프로를 숭배하고 사랑하고 애증하는 것은 같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들은 해피해킹 라이트도 비슷하게 사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라이트를 고무돔 씌워진 싸구려 멤브 취급을 하고...

실제로 옆동네 키보드 좀 만지시는 분들은 손사래을 치기까지 합니다.

해피해킹도 거시기 한데 라이트는.... ^__^;;;


그런데...

실제로 옛날 키보드부터 만져온 저의 생각은 다릅니다.

저는 해피해킹 뿐만 아니라 체리의 멤브레인 미니키보드도 사용하고 ML 스위치 키보드에 팬타그래프 등...

다양한 키보드를 사용합니다. (지금은 그냥 맹근 키보드와 해피해킹 프로 라이트가 주이긴 합니다만...)

멤브레인이 대량생산 패러다임으로 인해 나온 결과물이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그것은 마치 아크릴 적층 키보드는 저렴하고 알루하우징은 비싸다는 논리적 모순과 같습니다.

제조를 하는 제 입장에서는 가공공수는 오히려 아크릴이 더 많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재료비도 그닥 차이 안납니다.

제 입장에서 보면 아크릴이 똥값 처리되고 알루가 비싸게 대접받는게 웃픈 상황입니다.  ^__^;

마찬가지로 금형뜨고 사출하고 PCB 만들고 SMT치고 하는 모든 공정은 비싼 녀석이나 싼 녀석이나 생산자 관점에서는

별...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생산 수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확실히...

멤브 방식의 제품 생산은 비용절감이 확실하고 제품 가격 경쟁력이 생긱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설계방식의 차이로 인해서 비싸지고 저렴해지고의 차이는 분명 생깁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대량생산하는 제품의 퀄리티를 자연스럽게 싸구려...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멤브레인의 키감이 나쁘다는 논리도 선뜻 납득이 힘든게...

직관적으로는 해피해킹 프로같은 정전식의 느낌이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멤브레인인 라이트가 키감이 좋지 않다?

저는 이거엔 동의 하지 못합니다... 설계가 다르고 목적성이 다른 이유라고 봅니다.

생산과 제품 자체의 관리를 위해 설계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키감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지...

싸구려라서 멤브레인을 만드는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은행과 산업 분야등에 사용하는 키보드나 스위치가 멤브레인으로 바뀌어있는 이유는 키보드 자체의 생산성 이슈때문이 아닙니다.

산업 자체의 생산성 논리이지요.


다르다는 것은 차이이지 차별의 요소가 되서는 안됩니다.

애초에 취미처럼 사용하거나 취향이 강한 부분에서 설계와 목적의 관점 차이를 차별에 대입하는 것은 개인적인 영역이나...

키보드를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그것이야 말로 개인의 선택권을 제어하고 가치에 대한 기준을 호도하는...

실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치 우리가 사는 이 사회의 부조리함과 묘하게 닮아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요 아래부터 몇 줄 적을 사용소감(이라고 해봐야 간만엔 만져본 라이트 느낌일뿐...  ^__^;) 남기자고 잡설을 했네요.


해피해킹 라이트2 는 타건시 깊게 누르는 타건 방식을 가지신 분이라면 가볍게 누르고 리바운스 레이트를 최대한 확보하는

그런 타건으로 사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경쾌하면서 나름 재미난 타건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그리고 딱히 이질감은 한 10분 정도만 존재합니다.

마치 내 차 타다가 남의 차 대신 운전하거나 새차 운전하는 느낌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해피해킹 라이트2를 제가 말씀드린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다가 해피해킹 프로를 눌러보시면 확실히 아시게 됩니다.

키감의 좋고 나쁨의 차이가 아니라 설계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느낌의 차이라고 말한 저의 말이 이해 되실지도 모릅니다.


세상에는 좋은 키보드도 나쁜 키보드도 없습니다.

다만 나의 취향이 다르고 느낌이 다른 키보드들이 존재할 뿐인 것이지요.

모쪼로...

즐거운 키보딩 하세요들...  ^________^;






* 분란성 글 아니니 테클 사절... 댓글분쟁 사절... 입니다.    (어짜피 쓸데없이 길어서 잘 안읽으실 거지만...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