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써온 키보드들은 언제나 3만원을 넘지 않는 멤브레인이었습니다.

쓰던 키보드가 대략 수명이 다해 이제 어떤 것을 사면 좋을까 고민했었지요.

타블렛때문에 책상이 좁아 세로폭이 작은 키보드가 아니면 쓸 수 없던차,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접하게 된 것은 마침 기계식으로 장만해보려던 참에 마제 제로의 공구소식이었습니다.

이것은 풀사이즈이면서도 세로폭이 미니키보드만큼이나 좁아

'그야말로 나를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키보드매니아의 글들을 읽어보며 클릭 방식을 맛본 후에는

논클릭으로 옮기게 될 것만 같은 기묘한 압박을 느끼고

갈축과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23일까지라던 공구는 24일 00시가 아닌 23일 낮 중으로

멈추어버렸고, 결국 갈축을 지르게 되었습니다.


10만원이라는 압박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지만, 초조한 기다림 끝에 받아본 결과...

비범히 정순한 만듦새를 보고 한번 감탄했고, 실제 사용에 있어서는...

...

아아... 이것은.. 키를 한번 누를때마다 환희에 젖습니다.

키보드란 이다지도 아름다운 촉감을 맛보여줄 수 있었던 것인가요.

누를때는 부드럽게 사각이며 바닥에 가 닿을때는 도각대는 이 감촉은

지금까지의 인생에선 느껴본 적이 없던 황홀한 것이었습니다.

설마 살아있는 동안 무려 키보드의 팬아트까지 그리게 될 줄은(...)

감사합니다. 필코. 이런 멋진 제품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키보드매니아 회원 여러분. 마제 갈축을 추천해주셔서.

고마워요. 나. 이런 비싼 키보드를, 써본 적도 가진 돈도 없으면서 분별없이 질러주어서.

이로써 저의 타자생활은 아름답고 행복한 것이 될 것입니다.

아끼고 아껴 최소 15년은 사용할 각오를 다집니다.


나중에 언젠가 루프를 손수 만들고 그려 입혀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