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또는 유사 기능을 가진 기기가 '전혀' 없어서 사진은 못올렸습니다)

1995년 중2때 처음 산 컴퓨터가 대우컴퓨터 였습니다. 모델번호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 안나고 펜티엄이었죠. 키보드도 뭐였는지 지금은 기억이 안납니다. 그냥 그 키보드를 참 좋아해서 대학교 입학하고도 2년간 그 키보드를 끌어안고 살았습니다. 제 닉네임까지 새기고 더럽다고 한달에 한번씩 키캡만 일일이 빼서 뽀득뽀득 닦고 안에 먼지만 털어내고 했을 정도니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때 키보드를 한번 안뜯어봤을까 하는 후회가 됩니다.

군대를 갔다오고 나니 이놈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낡아 보이다 보니 어머님이 버리신 듯 하여 그냥 포기를 하고, 3년 전 봄에 아론 기계식을 샀습니다. 무슨 스위치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클릭이었던거 같습니다. 오죽하면 밤에 게임하고 있으면 옆방에서 "님하 자제요" 라는 말을 할 정도였으니....... 방음이 안되는게 죄긴 하죠.

그래서 작년 6-7월 경, 아요매냐에서 filco를 한정판매(맞나? 이것도 기억이 가물가물.... -_-)한다는 걸 어찌어찌 보게 되어서, 거기다가 또 방학을 맞이하여 회사에서도 잠깐 일하면서 돈도 좀 생기고 하여... filco를 지르게 되었습니다. 몇몇분들한테 물어봤더니 돌다리가 좋다, 해피가 좋다 말들은 많이 해주셨는데...... 가격이 무서워서 필코를 샀습니다 -_-; 키보드도 잘 모르고 해서 뭐 '에이 기계식은 다 똑같겠지' 라는 생각에, 별 생각없이 사기도 했고, 무엇보다 어렸을 때 부터 손장난 치는걸 좋아하다 보니 손 감각이 예민해서인지 삼성 키보드는 정말 못쓰겠더군요. 뭐 1년 정도 썼던건 나름 길이 잘 들어서인지 그나마 손에 좀 맞았는데, 그것도 없어져 버려서....

그 당시 필코를 사게 된건 '조용한 기계식'을 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론을 쓰다가 옆방 아저씨한테 디인 경험도 있거니와, 회사에서 쓸 생각으로 사는 거라서 시끄러우면 곤란했기 때문에, 그때 아요 매냐에 올라온 동영상으로 소리를 들어보고 '아, 이정도면 괜찮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낼롬 구입하고 열심히 써 왔습니다.

우선 삼성 키보드를 안쓰니 살 것 같았고, 적당한 반발력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좋았고, 뭐랄까... 제가 기계식을 많이 써보진 않았지만 손에 감기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처음 몇달간은 참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아는 사람이 작년 9월 어느날 뜬금없이 '키보드 윤활제'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스위치에 발라서 좀 더 부드럽게 한다는 둥, 뭐 그런 얘기를 했고, 마침 그때 제가 연구실로 자리를 옮기게 되어서 선배들이 "야 니놈 키보드 너무 시끄러" 하는 얘기를 가끔식 해서, 혹시 저걸 바르면 조용해 질 까.... 하는 생각에 역시 아요매냐에서 윤활제를 구입해서, 이것도 정말 정성을 다해서 하나씩 다 바르고 말리고..... 그리고는 "뭐야 아무 변화 없잖아 -_-" 라고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그리고 윤활제를 바르고 정확히 1주일 후 부터, "asdf jkl;"요 라인의 키가 두세번씩 연속 입력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게 '아, 윤활제 때문에 너무 부드러워서 그런가 보다'라고만 생각하고 그냥 썼는데, 왠걸, 날이 갈수록 이상한 키도 늘어가고, 증상도 빈번해져서 왜이래! 하고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여기를 알게 되었죠. 사실 어찌보면 아요매냐를 알면 여기를 아는것도 쉬웠을 텐데... 아무튼 여기서 증상을 알게 되었죠. 지지대가 없어서 압력이 고스란히 스위치로 가고 통박이 분리되어서 그렇다는 글을 읽고는...... 뭐 아무것도 모르는데 자가 수리가 될 리가 없지요. 바로 아요매냐에 A/S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이주 뒤에 새걸로 받았습니다....-_-; 새로 받은 필코를 이제 약 반년 정도 사용하고 있네요. 제 뒤에 연구실 친구 녀석도 저랑 같은걸 쓰고 있구요 ㅎㅎ.

가장 중요한 사용 소감은 뭐...... 저는 아직 다 좋습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던 키감도, 이제는 어느정도 힘 빼고 치는게 익숙해지다 보니까 스위치가 바닥을 치는 느낌도 별로 안받고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반발력이 확실히 느껴지더군요. 어느분이 "스페이스 바를 누를때 투컹투컹 하는 게 참 좋다"라고 말씀하셨었는데 저도 그 분 말씀 100%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녀석은 새로 받은 뒤로 윤활제도 안바르고 아무것도 손 안댄 순정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근데, 다~~~~~~~~ 좋은데, 정말 이 허여멀건한... 때도 아닌 기스도 아닌 이것들은 정말 처치곤란입니다. 이것만 없다면 정말 보기 좋은 까망일텐데, 그 점이 저한테는 무엇보다 아쉽네요. 그리고 가끔씩 제가 힘을 많이 줘서 연속입력되면 '헉 이거 또 고장난거 아냐'하는 불안감도 조금 남아있구요.... 그래서 2점 감점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