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3를 처음 봤을 때 구한말 사극에나 나옴직한 커다란 주판이 떠오르는 것은
그 모양새가 너무 비슷해서였을 것이다.
뭔가 부자연스러운, 우스꽝스럽기까지한 짜리몽땅한 허우대는
그리 호감이 가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이렇게 첫인상이 내내 껄쩍지근하여 이노무 키보드를 볼 때마다
눈으로 깎고 속으로 다듬는 것이었던 것이었으니...
그러다 어제 갑자기 '그랴 어디 너 나 좀 보자!'

  이렇게 시작된 씨잘디 없는 짓이 얼추 후반전으로 치달으면서
깎아 낸것 같지도 않게 겨우 5mm 정도 깎아 냈건만 이것봐라!
음식을 가득 머금은 주둥이처럼 하판이 닫힐 생각을 않는다.

  '아이쿠~ 이놈 만만치 않네'라며 들여다 보니 PS2/USB 젠더가 문제였다.
갈아내고... 땡겨 올리고 조물락거리고...
겨우 5mm 쯤 얇아졌나... 바닥에 높직한 고무받침대 탓도 있겠지만
여전히 일반 키보드보다는 높다.

  그랴~ 이뻐서 봐주기로 하자. 작업 땡!
'이제 고만 긁자 더 긁다 부스럼 될라.'

  하지만 내일 또 TG3의 궁둥이쯤에 드라이버를 박고 하악하악~ 대고 있을지 모를 일~~
에혀~~ 통재라!
---------------------------------------------------------------------------------

1.  나사 구멍인 분홍 화살표 부분을 5mm 정도 잘라내고 볼트를 돌려
   나사산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2.  PS2/USB젠더 높이로 인하여 하우징 하판이 닫히지 않아
   오른쪽 그림처럼 그라인더로 젠더를 최대한 얇게 갈고,
   공간이 넓은 윗쪽으로 밀어 붙이고, 꼬이는 전선을 짧게
   남기고 잘라냈습니다.

3.  컨트롤러와 기판사이를 뜨게하여 쇼트를 방지하는 청색화살표의
   지지대를 잘라내고 절연체를 삽입후 압착하여 높이를 낮췄습니다.

4.  하늘색 하우징 부분을 칼로 깎아내다 칼이 미끌어져 발을 다친 후
   톱으로 썰어내고(이렇게 쉬운 것을..ㅠ..ㅠ) 거친 절단면은
   줄과 사포로 다듬었습니다.

5.  컨트롤러 윗면에 양면 테이프를 붙이고 투명한 절연체를
   접착시켜 하부 알루미늄 하우징과의 쇼트를 방지했습니다.

작업자는 부품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최고의 키감이 나올 수 있게 돕는 조력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키보드공방  http://blog.naver.com/elsu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