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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오른손으로 갈라지는 마티아스 키보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분이 소개해준 한국형(?) 인체공학 키보드 COX CA106 을 구입하여 써보게 되었습니다.

한국형인 이유는 왼손 오른손에 B(ㅠ) 키가 중복으로 있어서 2벌식 타자가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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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은 많이 실망입니다.

35만원이 넘고 3.5 Kg 이 넘는 쇳덩어리 키보드가 달랑 뽁뽁이 몇 번 휙휙 감고 비닐포장으로 날아왔더군요.

그래서 모서리는 좀 뭉개졌지만, 내부는 이중 포장으로 스티로폼으로 띄워져 있어서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지 않는 이상

내부의 알루미늄 본체까지 찌그러질 일은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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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품은 이와 같으며, 케이블은 본체와 분리형으로 USB Type-C 케이블입니다.


본체에는 USB 허브 같은 자질구레한 기능은 포함하고 있지 않습니다.

COX 키보드 중에서 가장 비싼 키보드면서도 다른 것에는 다 있는 LED 발광 기능 같은 것도 없습니다.


나머지는 먼지터는 솔과 키캡 분리도구, FN 키 조합 설명서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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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지나서, 기존에 쓰던 인체공학 키보드와 비교해서 불편한 점 위주로 써보겠습니다.


1. FN 키의 위치 오류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스페이스키가 하도 오타가 나서 짜증나는 FN 키는 바로 빼버렸습니다.

저 FN 키의 용도는 F1~F12 와 조합해서 볼륨 조절 같은 미디어 컨트롤 기능이 전부입니다.

FN + F12 눌러서 키 입력 전부 막는 것도 있던데, 

제가 볼 땐 FN+F12 누르면 FN 키 단독 입력을 스페이스바 입력으로 바꿨어야 합니다.


위치적으로 볼 때 스페이스 연타하기 딱 좋은 목 좋은 자리에,

미디어 컨트롤이라는 F1~F12 키와 조합해야만 쓸 수 있는 기능이라 손 하나로는 쓸 수도 없으면서,

공연히 오타만 유발하는, 설계했을 때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의아할 정도로 이해가 안가는 배치입니다.


차라리 저 멀리 Num 키 위쪽으로 유배 보내야 하는 키입니다.

이건 CA106-2 같이 개선된 버전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합니다.

차라리 왼쪽 스페이스 바의 길이를 오른쪽 스페이스 바처럼 좀 더 길게 만드는 편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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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인체공학적인 앞낮뒤높 경사도


이건 진짜 골빈 디자인입니다.

세상의 어느 인체공학 키보드가 손목을 팍 꺾어버리는 뒤가 더 높은 배열을 탑재하는 거죠?

다른 인체공학 키보드를 한 번이라도 살펴봤다면 이런 참상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이건 인체공학 키보드의 역사에 '세상에 이런 일이!' 엽기 코너에 반드시 기록될 겁니다.


본체도 3.5 Kg 로 무지하게 무거워서 야구배트보다 더 무겁기 때문에 사람 머리통 갈기면 그대로 사망할 정도로 단단해서

밑에 방굴만한 걸 찾기도 힘드는데, 딱히 밑에서 높이를 올려주는 부품도 하나 없이 평평하기만 합니다.

결국 사용자가 저와 같이 직접 앞쪽의 높이를 올려주는 도구를 달아줘야 한다는 건데,

그렇다 해도 이미 디자인 자체가 뒤쪽이 아주 쓸데없이, 그저 보기 좋게 디자인 때문에 두껍게 만들어버린지라 

키보드 자체의 전체 두께가 상당히 올라가 버려서 제가 기존에 쓰던 키보드 받침대도 재조정해야 할 판입니다.


키감을 최악으로 만드는 기능이면서 원가는 원가대로 올리고 필요한 기능은 오히려 빼버린,

인체공학 키보드를 모르는 사람이 디자인 한 부분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3. 텐키레스가 아닌 배열


인체공학의 대세는 텐키레스입니다.

왜냐하면 양손으로 키보드 타자하다가 마우스 사용하기 위해서 손을 움직일 때,

손을 움직이는 범위를 최소화해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입니다.

텐키레스가 되면 넘패드 부분만큼 손을 움직이는 범위를 줄일 수 있고,

요즘에는 아예 방향키와 HOME, END 키도 노트북 같이 더 붙여버리기도 하죠.


만약 CA106-2 가 나와서 제품을 대대적으로 개선한다면

요즘에는 별도 USB 넘패드로 쓰기 때문에 사무용으로도 전혀 필요없는 넘패드 부분은 절단해버리고

텐키레스로 진정한 인체공학 키보드를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4. 모서리가 각져서 아픕니다


알루미늄 재질이라 추운 겨울에 손바닥이 좀 시릴 듯 한데요.

그건 메불메가 갈릴 것 같습니다만, 모서리가 각진 건 메불메가 갈리는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써온 모든 인체공학 키보드는 손바닥이 닿는 모서리 부분이 부드럽게 플라스틱이나 가죽으로 처리되어 있었으니까요.


개선품이 나온다면 이 깍두기같이 자른 알루미늄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거나,

아니면 진짜 인체공학 키보드처럼 두툼한 팜레스트를 추가하여 아예 손에 닿지 않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키 배치는 솔직히 말해서 기존 키보드에서 2D 도면상으로 키캡을 우쭈쭈 옮긴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성과가 있어서 기존 인체공학 키보드를 10년간 써온 저로서 바로 적응할 수 있는 적절한 배치인데요.

(물론 거지같은 FN키 배치라든지, 너무 짧은 스페이스바라든지, Win 키와 Alt 키가 작다는 소소한 문제가 있지만)

인체공학적인 배치라는 것이 복잡한 물결 모양 기판이 필요 없어도 

이렇게 쉽게 달성 가능하다는 것이 저로서도 의아하긴 합니다.


그런 면에서 35만원이라는 가치는 제가 직접 PCB 디자인하고, 주문하고, 스위치 맞춰서 제작하는 것에 비하면

근소하다고 할 정도로 비교적 적절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다만, 위에서 언급한 인체공학적인 가치를 깎아먹으면서 그저 패션적인, 뽐내기 위한 요소가 들어있다는 점이 아쉬운 제품입니다.

그것들이 이 제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네요.


개인적으로는 이 제품을 추천해야 할지 좀 망설여집니다.

굳이 따진다면


- 요즘에는 보기 드문 텐키레스가 아닌 풀사이즈 인체공학 키보드

- 모서리가 깍두기고 반듯반듯해서 자신이 직접 수제 팜레스트를 붙이고, 밑에 키보드 높낮이 조절대를 만드실 수 있는 분

- 키보드가 보통 키보드 2배는 두꺼우므로, 책상이나 키보드 다이가 기존보다 더 낮으신 분


정도만 정확히 추천할만 합니다.


적어도 제가 언급한 단점들을 해결한 제품이 나와야만 누구나 추천할만한 인체공학 키보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참, 키는 황축과 갈축 두개가 있는데, 저는 클릭소음이 없다고 하는 갈축을 선택했습니다.

기존에 쓰던 마티아스 40g 저압력 청축 무소음보다 시끄럽긴 합니다만 참고 쓸 만 합니다.

그래도 회사에서 쓰기엔 좀 눈치보일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