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지금까지 머릿속의 데이터 베이스 부족으로 인해 미루고 미로던 몇개 되지는
않은 키보드들의 사용기와.. 그동안 느낀점 몇자 적어보겠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1. Filco ZERO
처음 입문한 키보드이자 제가 가장 그리워해 기계식 키보드에 발을 붙이게 만든 그런 키감을
갖고 있는 키보드 입니다. 어릴때 비싸게 구입했던 컴퓨터에 딸려온 키보드의 키감과 가장
유사했는데 어쩌면 이 또한 그저 어릴때의 기억이기 때문에.. 사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제로를 통해 처음 느꼈던 키감은 그러한 느낌이었습니다.
철컹 철컹.. 매번 매번의 타이핑이 뭔가 스위치 그 자체를 켰다 끈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강한 느낌이라 호불호도 많이 갈릴거 같습니다.
유사 알프스에 중복키 입력 문제등으로 인해 최근 키매냐 여러분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키보드
지만 저렴한 가격과 충실한 구성으로 인해 뽑기만 잘 된다면 입문할때 가장 접근 하기 좋은
키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제 손에서 영원할거 같던 키보드 인데...
입문을 시켜준 제 역활을 다 하고.. 제게 여러 정보와 여러 키보드들을 만져볼 기회를
제공하는 입문자로써의 역활을 다했다고 판단 이제는 제 손을 떠났습니다;;
물론 제가 쓴 키보드는.. 그리고 또 많은 분들이 사용 하신 제로는 중복 입력이 없이 원활하게
잘 사용되고 있기도 하지만 또 반대로 많은 분들의 분노를 사게 만든 그런 뽑기운이 엄연히 존재
하는 제품이기에 아쉬움은 많이 남습니다.
자고로 물건은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는 좋은 물건을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램을 하게 되네요. 결국 나중에 정말 좋은 알프스 축 키보드를 구하겠다는 의지와
숙제를 남겨준 첫사랑 같은 존재.. ZERO 였습니다.

2. ML4100
저에게 첫 미니키보드.. 그리고 첫 체리 키보드 ML4100. 장터에서 구매해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환상의 키감을 찾으려고 아직도 시간이 나면 두둘겨 주고 있습니다.
잘 지워지는 키캡이 아쉽게 느껴지지만 가벼우면서도 뭔가 의미를 던져주는 키감은
정말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모습 자체도 참 이쁘고 매력있어서 주변에서
자기 달라고 조르는 사람이 많은 키보드 입니다.. 주려는 마음은 전혀 없는데 말이죠^^
키보드 자체가 정말 매력이 있고, 가치가 있는 키보드라고 생각합니다.

3. MX 8000
옥션에서 보고 구매할까 말까 고민 많이 했는데.. 어찌어찌 시간을 보내다가
키매냐에 대량으로 풀릴때 구매하게 된 8000 입니다. 큰 덩치와 키캡에 쓰여진 짙은
금융의 향기가 걱정이 되었지만 막상 물건을 받아보고 두둘겨 보고는 바로 메인에
자리 잡게 된 키보드 입니다. 덩치는 오히려 책상에서 안정성을 더해줬고.. 뭔가
부드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반항하는 키감은 물론 무슨 축이냐에 따라, 어떤 구성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처음으로 이게 체리 스위치구나... 를 느끼게 해줬습니다.
한동안 메인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고 제 컴퓨터 앞을 지킬거라고 예상될 만큼 제 손에는
정말 딱 맞는 키보드.. 아주 좋습니다.

4. TG3 빨간불
마찬가지로 장터에서 구매한 빨간불 입니다. 흑축에 대한 궁금증과 걱정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쳐보지도 못하고 놓친다는 생각에 일단 구매 했는데..
이 또한 정말 멋진 느낌의 키보드였습니다.
혹자의 말 처럼 헬스를 하는 느낌의 압력과 높이.. 이 모든게 이 키보드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지 단점은 될 수 없겠지요. 뭐니뭐니해도 정말 빨갛게 달아오르는
모습은.. 물론 키감과 손가락과의 궁합이 가장 중요한게 키보드겠지만 특이성 또한
빠질 수 없는 요소라는걸 느끼게 해줍니다. 직거래를 위해 나가다가 전화기를 떨어트려
소중한 전화번호부가 다 날라가게 만든 키보드지만.. 그것도... 나중엔 이 키보드와
연관된 추억의 부스러기가 될것이니.. 그냥 웃어 봅니다.
그나저나.. 빨간불 케이블 길이는.. 이것이 던지는 제조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합니다.

키보드매니아에 가입한건 좀 되는데.. 정말 기계식 키보드를 두둘겨 본게 된건 이제 석달에
접어 듭니다. 커스텀을 하고~ 자체 제작을 하는 고수님들의 실력은 아직 못 따라가고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것 저것 다 사용해보고 느껴보고 싶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열심히 해보려구요.
사실 제가 가장 갖고 싶은 키보드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해피해킹프로 입니다. 전에 기회가
되어 한번 두둘겨만 본적이 있는데.. 그때의 그 충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많은 분들도 좋아하시는 키보드인만큼.. 제게도 보편적인 느낌을 전해줬지만 아직 구하려고
시도도 안했습니다. 이유는...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랍니다.
가장 갖고 싶은걸 너무 빨리 얻었을때.. 뭔가 허전함이 빨리 찾아오는게 두려워서.. 이러고
있습니다. 물론 그 키보드도 오래 쓰면 다른걸 찾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는 뭔가
과정을 거치기 전에 지향점으로써의 이정표는 제시 해줄거 같아서.. 그냥 미루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거쳐서 나중에 그 키보드를 손에 넣었지만.. 막상 예전에 그 잠깐의 경험
으로 왜곡된 것일지도 모르는 느낌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땐 거기까지 가는 길을
통해...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간 과정에서 거쳐간 놈 하나의 소중함을 알게 될지도 모르죠.
그냥 그렇게.. 시간의 여유를 조금 둬 보려고 합니다. 보나마나.. 그놈을 구해도 또 다른걸
찾을거도 분명한거 같습니다. 그게 더 무서운걸지도;;;
매번 궁금증을 해결해 주시고 좋은 정보를 주시는 모든 매니아 님들..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키보드 라이프가 즐겁고 기대되기에 종합 평가는 10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