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들은 저의 컴퓨터 시스템을 보고 희한하다 못해 괴상하다고까지 합니다.

저는 SW 개발을 하고 있는데, 컴퓨터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이 컴퓨터에 투자를 아껴셔야 되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개발자에게 두대의 PC 를 지급합니다. (한대는 개발용, 다른 한대는 인터넷 용)

모니터도 두대 지급합니다. (하나는 22 인치, 다른 하나는 19 인치, 둘다 LCD 입니다.)

키보드, 마우스는 하나씩 지급하지요. (키보드는 가장 싼 것 같습니다.)

이렇게 빠방한 컴퓨터를 지급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집에서 쓰는 컴퓨터를 회사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고, 집에서는 컴퓨터를 켤 시간도 없고, 여건도 안되기 때문이지요.

집에서 가져온 컴퓨터는 Macintosh 입니다.

그 맥에 붙인 키보드가 해피해킹 Pro2, 흰색 무각인입니다.

(여기에 Sound Stick 을 붙여놓았습니다.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

생각해보십시요.

컴퓨터 2대에, LCD 2대, 거기에 Mac, 해피해킹 무각인, Sound Stick...

희한하게 보겠죠? (자랑이 되었나요? 그럴 의도도 조금은... ^^;;;)

한글은 세벌식으로 쓰고, 영어는 qwerty, dvorak 모두 능숙하게 칩니다.

사람들은 제 해피해킹을 쓰라고 해도 안씁니다. 아니 못씁니다.

(해피해킹의 독특한 키배열에, 무각인이라 배열도 안보이고, 한글은 세벌식이고, 영문은 dvorak 이니...

제가 생각해도 엽기적이군요... ^^;;;)

솔직히 말씀드려 해피해킹을 쓰면서 그렇게 행복한지는 잘 몰랐습니다.

본래 자판배열을 보고 쓰지는 않으니 해피해킹의 배열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들 극찬을 마다하지 않던 해피해킹의 키감이 마음에 그리 와닿지 않았던 것입니다.

처음 쓸때의 느낌은, 두터운 나무 도마에서 두부를 썰때의 느낌이랄까...

도강도강... 하는 느낌...

너무 무를정도로 부드러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뻑뻑한 것도 아니고, 서걱댄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예전에 386, 486 때 써 보았던 기계식 키보드의 쫀득함이 강한 것도 아니고...

개발을 신나게 하면서 키보드를 두드리다보면 문득 '아~~ 키를 누를때 왠지 쾌감이 온다~~' (혹시 변태? ^^;;;)

라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만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약간의 실망감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키를 누를때 책상의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책상의 울림을 방지하고자

궁여지책으로 해피해킹 아래에 수건을 한겹 접어 놓아보았습니다.

전보다 훨씬 키감이 좋아지더군요.

훨씬 도강거리고 왠지 묘한 소리와 왠지 묘한 키압과 반발력...

그러다가 기계식 갈축을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약 십여년 전 써보았던 기계식 키보드의 느낌을 현대의 기계식 갈축에서 느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쫀득했던 기억입니다. 추억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 느낌이 재현될 수 있을지 궁금했지만, 주변에는 갈축을 쓰는 사람도 없고, 저는 갖고 싶은 것은 몇번을 양보해도

결국은 사게 된다는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이번에도 몇번이고 '관두자... 해피도 있는데 뭘 또 사냐~~' 그랬지만

결국은 사게 되더이다... ^^

회사사람들은 겉으로는 '이해가 안된다.. 돈 많나보지?'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얘 미쳤구나...'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집사람이 알면... 카드 압수 당하겠죠...? ^^;;;

회사로 마제텐키리스 갈축이 배달되었습니다.

느낌 좋습니다.

고급스러운 외양에 색상, 비쌈과 무게는 하등의 상관이 없을 수도 있고, 비쌀 수도 가벼워야할수도 있겠지만

마제는 묵직했습니다.

키보드는 묵직한게 왠지 듬직해보이는 저로서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키감은...

해피와는 많이 다르다였습니다.

일단 키압이 무겁습니다.

소리가 훨씬 큽니다. 청축보다야 정숙한 소리겠지만 사무실에서 열심히 치면 분명히 민폐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새제품이라 그런지 약간은 서걱거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기대했던 쫀득함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누를때 '찰칵'라는 소리가 기분좋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아직은 마냥 쾌감으로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그동안의 사용기를 읽어보면 며칠간의 적응기를 보내고 나면 갈축 특유의 쫀득함이 손끝에서 머리끝까지 전달되는

순간이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 순간을 계속 기대하며 기쁜 마음으로 타이핑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간 집중적으로 마제를 사용한 후에 해피를 다시 쳐보니...

음... 해피의 키감이 이래서 환상적이구나~~ 라는 얘기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던 도강거리며 적당한 때에 적당히 손가락을 밀어내며 손에 주는 그 반발력이 너무도 좋습니다.

그렇다고 마제의 키감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저는 해피는 해피, 마제는 마제로 그 개성을 존중하고자 합니다.

그 선택을 한 것은 저이고, 그 각기 키감은 그 키감 나름대로 다른 쾌감과 즐거움을 선사하니까요...

아마 조만간 저의 새 마제갈축이 제게도 그 특유의 쫀득함을 선사하지 않을까 설레이고 있습니다.

좌마제 우해피를 거느리니 사무실에서 개발이 즐겁네요.

사실 다른 키보드 (리얼, 기계식 갈축 아닌 다른 축)들도 써보고 싶기는 한데 본인한테 맞는 키감은 마음에 있다는

이곳 어느 분의 말씀을 떠 올리며 키보드 방황은 접을까 합니다.

해피와 마제텐키리스 모두... 아무 망설임없이 추천하고 싶습니다.


두서없는 허접한 사용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