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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세상이나 주류와 비주류가 있는 법. 키매냐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류인 체리와 알프스가 있는가 하면, NMB, 후타바등의 비주류 제품들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체리와 알프스에 대해서는 수많은 정보가 공유되고 있으며, 여러 고수분들께서 끊임없는 연구를 수행하고 계신 반면, 비주류 제품군에 대해서는 정보도 부족하고,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 단적인 예로, 장터에 올라오는 매물들의 90% 가까이가 체리와 알프스, 그리고 모델M으로 점령되어 있다는 것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어이쿠, 서두에 너무 잡소리가 길었습니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비주류 키보드 중에서 독특한 클릭음과 키감, 그리고 독자적인, 너무나도 유니크한 방식의 스위치로 제법 골수팬들을 확보한 키보드인 NMB 키보드···흔히들 나물밥이라는 아주 정교한 애칭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나물밥에 대한 리뷰는 이곳을 찾아보면 여러건 게시되어 있으며, 특히 한편의 문학작품과도 같은 블랙체리님과 빨간부엉이님의 리뷰는 NMB에 대한 궁금증의 대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뛰어난 퀄리티의 리뷰이며, 제 허접한 글 실력으로는 도저히 이 두분이 작성하신 리뷰를 발톱만큼이라도 따라할 수 없는 관계로, 블랙체리님과 빨간부엉이님의 리뷰를 링크 거는 것으로 NMB 클릭 키보드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블랙체리님의 리뷰 http://www.kbdmania.net/board/zboard.php?id=user_review&page=2&sn1=&divpage=1&sn=off&ss=on&sc=on&desc=asc&no=659
빨간부엉이님의 리뷰 http://www.kbdmania.net/board/zboard.php?id=user_review&page=1&sn1=&divpage=1&sn=off&ss=on&sc=on&desc=asc&no=976

저 역시 몇년 전, 한창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탐구심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을 때, 잠시 NMB 클릭 키보드를 갖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처분하여 버리긴 했지만, NMB 클릭 키보드에 대해 상당히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죠. 그때 접했던 모델이 아마 RT8255C+였을겁니다. 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그러다고 최근 들어 NMB에 대한 향수병(?)이 도져서 장터에 나물밥이 나오나 하고 계속 지켜봤지만, 더 이상 비주류 키보드를 구하기 힘들어진 탓인지 매물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참다 못해 급기야 구매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만···솔직히 하루 아침에 구할 수는 없을거라고 체념을 하고 있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구매글을 올리고 나서 불과 몇시간 뒤, Journeyman님으로 부터 썬탠 노릇노릇 잘 익은 나물밥 클릭이 한대 있는데 가져가겠느냐는 쪽지가 도착했고, 저는 의외로 빠른 시간에 나물밥을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Journeyman님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바입니다.

물건을 수령하고 나서 보니 대체적으로 클릭음은 양호한 수준이나, 스위치가 좀 서걱거림이 있었고, 키캡에 때와 함께 보강판에 녹이 군데군데 슬어있었습니다. 하우징은 레몬색으로 곱게 잘 익은 상태···A급이라고는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기반이 양호해서 손을 좀 봐 주면 다시 파릇파릇해질 가능성이 있는 물건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세척을 위해 분해를 했는데, 기판 뒷면을 보니 오잉? 키마다 다이오드가 다 박혀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 NMB가 무한입력이 되는 것은 NCD-97 카나 뿐으로 알고 있던 터라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RT-8255C 역시 무한 입력은 되지 않는 물건이었고, 예전에 접했던 NMB 넌클릭 키보드 역시 일반적인 평범한 키보드였죠.

실제로 키보드를 PS/2 포트에 꼽아서 테스트 하니깐···오, 정말 무한 입력이다···@_@

보강판 녹 제거를 위해서 스위치를 다 분해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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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자리마다 다이오드가 하나씩 붙어있는 것이 보이실련지요.

좀 더 확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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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스위치 자리마다 붙어있는 다이오드가 확실히 보입니다.

모든 NMB RT-101+가 다 무한입력이 가능한 모델인지, 아니면 에버렉스에 납품된 OEM용 RT-101+만이 무한입력이 가능한 것인지는 잘 모릅니다. RT-101+의 후속기인 RT-8255나 8755에서는 무한 입력이 되지 않는 점을 보면, 키보드의 원가 절감을 위해 무한 입력이 되던 제품을 간략화 한 것이 될 수도 있겠군요.

아무튼, 보강판에 WD40 살포 후, 사포질을 한 뒤에 여기에 스프레이를 도색했습니다. 색상은 라이트 그레이. 일반 락카가 아니라 좀 비싼, 가죽이나 유리에도 도색이 가능한 스프레이를 사용했습니다. 어째서 회색이냐···면 회색도 나름대로 사무적인 느낌과 공업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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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징도 마찬가지로 회색으로 도색했습니다만, 중간에 모래가 날려서 귀퉁이에 뭍는 바람에 좀 에러가 났습니다. --;; 조만간 한통 더 사서 재도색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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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NMB RT-101+의 보강판은 제가 지금까지 봤던 보강판 중에서 가장 멋진 녀석이었습니다.
두께도 다른 키보드들보다도 훨씬 두꺼웠으며, 네 모서리를 모두 다 절곡처리해서 강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특히 좌우측은 계단형태의 2중절곡을 통해 한층 더 강화된 강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편, 보강판의 뛰어난 퀄리티에 비해서 NMB키보드의 하우징은···한마디로 말해 안습이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체리 MX3000보다도 한층 더 허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_-;;; 쥐고 비틀면 휘청휘청하는게 정말이지 허접함을 상징하는 듯 합니다. 그래도 보강판이 워낙 탱크 수준이라서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겠군요.

NMB 기계식 키보드의 키캡은 다행히도(?) 하우징 보다는 보강판을 더 닮았습니다. 두꺼운 승화인쇄 키캡으로, 깔끔한 인쇄와 함께 재질도 상당히 견고한 것을 사용했습니다. 또 한가지 놀라운 점은 웬만한 고급 키보드들이 승화인쇄를 써도 스페이스바만은 ABS재질을 사용하는데 비해, NMB에서는 스페이스바까지도 모두 다 PBT재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스페이스바도 산화가 잘 되지 않아서 누렇게 썬탠을 먹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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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MB 스위치를 윤활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스위치를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노출된 접점 때문에 자칫했다간 접점이 처참하게 짓이겨지는 대참사가 발생하니깐요. 거기에 복잡한 구조로 인해서 어딜 윤활해야 할지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약간의 시행착오 끝에 그럭저럭 키감을 되살리는 윤활 방법을 고안해 봤는데···요는 스위치 상부 하우징의 동그란 스프링 들어가는 부분 안에 오일을 발라주는 것입니다. (사진의 화살표 부분)

한편, NMB 스위치는 피막을 형성하는 건식 윤활제 보다는, 오일과 같은 습식 윤활제가 더 어울리는 듯 합니다. 마찰하는 부분이 워낙 면적이 크기 때문인데···덕분에 촉촉함을 유지시켜 주는게 관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찾은 NMB 키보드···비주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류들에 비해 별로 꿀리지 않는 매력을 가진 녀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여담으로 아직 NMB에서 기계식 키보드를 생산하는 것 같더군요.
카탈로그에 RT-8200W가 등록되어 있는데···어떻게 구해야 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직접 구매하려면 대략 2000개 이상 구매해야 한다고 하는데;;;
http://www.nmbtc.com/products/kbrds/rt8200w.html

NMB RT-101+ Everex version, with white linear switch (IT'S THE FREAKIN' BEST KEYBOARD EVER)

NMB RT-101+ Advanced Logic Research ver. with black click switch

Omni Key Ultra, Alps White Click

Zenith ZKB-2R, with Alps Green Linear

Zenith ZKB-2, with Alps Yellow Linear

Wang 725, with Alps Black Non-click

Sejins

Cherrys

Trigem PAXIM 8901 Alps White Click

IBMs

Topre RealForce 101

Fujitsu Happy Hacking II

Apple Keyboards

NE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