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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쓰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어떻게 써야 이 작품의 가치를, SkyCS님의 열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오늘만큼 표현력이 떨어지는 스스로를 탓해본 날이 손가락을 꼽아볼 만큼 드문 것 같습니다.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사용기는 올라가야 하는 법, 시작하겠습니다.

리얼정면-2.jpg

포장을 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눈부시다'였습니다.

표면광택 처리가 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화이트 펄 빛 하우징, 순간 키캡이 변색된 것이 아닌가 착각했을 정도로(집에 유일하게 한 대 남겨둔 리얼이를 꺼내 정말로 키캡 색을 확인해봤을 정도입니다.) 깨끗한 순백의 하우징에 매료되었습니다. 평소 리얼이는 하얀 색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어 리얼이를 집에 여러 대 갖고 있을 때조차 91u를 제외하고는 검은 색 리얼이를 소장한 적이 없는(한때 소장했던 적이 있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하얀 색 리얼이와 교환해버렸습니다.) 저로서는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는, 정말로 포스가 느껴진다고밖엔 할 말이 없는 하우징, 여기서부터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포장에서 꺼내들고 여기저기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리얼후면-1.jpg

후면 하우징입니다. 안 보이는 곳이라고 적당히 하는 일 없이 꼼꼼하고 세심하게 도색처리되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제 설명이 사족이라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잘려나간 자국도 정말 눈에 힘 주고 찾아보지 않으면 안 보일 만큼 도색이 꼼꼼합니다. (처음엔 얼굴을 들이대고 봤는데도 못 찾았습니다 OTL..)

리얼LED-1.jpg

리얼후면하단.JPG

LED와 후면 하단의 미끄럼 방지 탭입니다.
LED는 예전에 공개하셨던 페라리 컨셉의 와이즈 세이버 방식으로 홀더를 심고, 파란 LED를 넣으셨습니다. 휘도의 세기는 필코 마제스터치 LED보다 약간 강한 정도로, 좀 화려반짝한 편을 좋아하는 제 컨셉에 딱 맞는 정도입니다. 노트북에 연결하지 않아 LED가 켜진 모습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리얼로고1.JPG

빨간색 도색 ESC키캡과 로고입니다. 리얼포스 옆의 프로페셔널 스티커는 이 사진을 찍기 전 제가 메탈스티커 작업을 따로 한 것입니다. 여기서도 SkyCS님의 섬세한 작업이 드러나는데, 신형로고처럼 A가 약간 돌출되도록 처리한 후 빨간 색을 넣었습니다. 사실 리얼포스 신형로고를 보면서 디자인 발로 하냐며 굉장히 투덜거렸는데, 이 로고 앞에서는 그냥 닥치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로고는 금빛으로 처리가 되어 있는데, 아래의 빨간 색 ESC키캡과 매우 잘 어울립니다.

자, 이제 키감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언급하시다시피, 리얼이는 키압이 가볍고 부드러운 터치가 가능하지만 기계식이 아니기 때문에 키감이 심심합니다. 그 때문에 좀 더 쫀득한 해피해킹을 찾으시는 분도 있고, 한동안 리얼이를 쓰시다가도 키감과 리듬감 때문에 다시 체리나 알프스로 되돌아가시는 분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리얼이 쓰면서 심심하단 생각 많이 했습니다.

처음 받은 후, 노트북에 꽂고 시타를 해보았습니다.

"................."

30초 치고 말 없이 키보드를 잠시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옆에 꺼내놓았던 구형 101을 꺼내 연결하고 쳐봤습니다. 그리고 다시 키보드를 바꿔 쳤습니다.

딱딱, 딱, 딱딱딱----------
".....뭐지, 이거?"

이 말밖에 못 했습니다. 분명 리얼이의 키감인데, 리얼이의 키감인데 다릅니다. 뭐랄까, 좀 더 가볍고, 좀 더 부드럽고........... 그리고........................















기계식 키보드의 필이 납니다.

"뭐 임마? 지금 무슨 구라를..." 이라고 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진짜 납니다. 저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납니다. 키를 칠 때마다 보강판을 때리는 딱! 하는 소리가 나면서, 기계식 키보드의 키감은 아니지만 기계식 키보드를 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SkyCS님께서는 그게 세이버가 되면서 키보드 내의 공간이 줄어들고, 또 두꺼운 도색 때문에 울림이 좀 단단해져서 그렇다고 하시는데, 애초에 소리랄 것도 별로 없는 리얼이에서 딱딱거리며 소리가 나니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좀 확실하게 칠 때에만 나는 소리인지 구름타법을 쓰면 나다말다 나다말다 합니다만 어쨌든 나긴 납니다. 가벼우면서도 리얼이의 맛이 살아있고 기계식 키보드의 필도 나는 이 느낌을 도대체 뭐라고 정의해야 할 지 도무지 말로 표현이 안 됩니다. 정말 스스로의 표현력이 원망스러울 정도입니다.

리얼정면-1.jpg

지금까지 SkyCS님께 분양받은 리얼포스를 살펴보았습니다. 작업 하나하나에까지 세심한 손길이 닿아있는, 그리고 정성이 들어가있는 감히 제가 받아도 될까 싶을 만큼 훌륭한 키보드였습니다.

마에스트로, 또는 장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각각의 분야에서 극에 닿은 하나를 추구하며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은 서슴없이 부셔버리거나 다시 작업을 하는, 그렇게 하여 누가 봐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을 만드는 분들을 우리는 그렇게 일컫습니다.
저는 SkyCS 님이야말로 마에스트로라 불리기에 손색없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분의 손을 거친 작품에 '세이버'라는, 2차 가공의 의미가 숨은 단어를 붙이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완성품이라는 의미로, 완전한 리얼포스 라인업의 하나라는 의미로 저는 이 키보드를 리얼포스 84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장인의 손길이 닿았다는 의미로 프로페셔널을 붙여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REALFORCE 84 Professional'

이 키보드와, 이 키보드를 만드신 SkyCS 님께 최대의 경의를 담아 드리는 헌사입니다.


허접한 사용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