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스펙

제품명: TypeNow 104 기계식 키보드
인터페이스: usb
지원 OS: IBM PC
키 개수: 104 keys
자판 인쇄 방식: 레이저 인쇄
가격: 58,000원
제조국: China
특이사항:Cherry MX Blue Switch (click) 사용, 2mm 두께의 철판 보강.

이번에 새로 출시될 기계식 키보드 TypeNow는 독일 체리사의 클릭 MX Switch(청색 축)를 사용한 표준레이아웃 104키 키보드로서, 무엇보다도 그동안 체리 키보드의 가장 아쉬운 점으로 지적되던 ‘가벼움’을 보드와 스위치 사이에 2mm의 철판을 삽입하여 보강하고도 5만 8천원이라는 저렴한 소비자 가격으로 선보일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많은 기계식 키보드 유저들로부터 열띤 관심을 받고 있는 모델입니다.  

1. 체리, 그 매혹적인 이름

독일의 Cherry사는 기계식 키보드의 생산을 중단한 IBM, Apple과는 달리, 수 십 년간 꾸준히 기계식 키보드를 생산해온 회사로서, 고유의 기술로 개발한 ML 스위치(체리미니 키보드에 적용)와 MX 스위치(백색, 갈색, 흑색, 청색 축)는 Alps 스위치와 함께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계식 스위치입니다.  얼마 전, 무려 60여 페이지가 넘는 체리사의 천역 색 카탈로그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방대한 생산라인의 수십 종의 키보드와 마우스, 독자 개발한 다양한 테크놀로지,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된 제작 공정 등 세계 최고의 컴퓨터 입력장치 회사로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cherry'는 벚꽃나무의 열매인 버찌를 말하는데, 체리사의 세 개의 빨간색 열매 로고는 과거 애플의 무지개 사과처럼, 기계식 키보드 유저들에게 매혹적인 고급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흥미롭게도 'cherry'라는 단어는 비어, 속어로서, '처녀막’, ‘첫 경험’의 의미로도 사용되기도 합니다.

필자의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본격적인 ‘첫 경험’도 수개월 전 체리 키보드로 시작되었습니다.  10여년 이상 IBM과 Sony의 노트북을 사용하다가 많은 문서작업 중에 손의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고, 우연히 ML 스위치를 사용한 G84-4100 모델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10만원 가까운 거금(?)을 들여 구입한 입력장치치고는 귀엽게 생긴 미니키보드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분간 타이핑으로 슬슬 그동안 사용해왔던 키보드와는 다른 그 ‘무엇’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각 사각’거리는 독특한 사운드와 함께 손끝에 전달되는 확실한 구분감과 바닥을 치는 통쾌함, 그리고 고속 타이핑 시에 창출되는 리드미컬한 클릭 감까지...  인간의 신체 중에 가장 예민한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열 손가락 끝에 전달되는 새로운 감각은 여느 ‘첫 경험’보다 짜릿했던 추억이었습니다.  

비싸고 귀한 놈이라 아껴서 오래 쓰겠다는 생각으로 호들갑을 떨며 키 스킨을 구해 옷을 입혀 준 것도 잠시, 체리의 기계식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MX 스위치에 대한 궁금증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체리 스위치 중 가장 키압이 무거운 흑색리니어 스위치를 사용한 G80-11900의 화이트와 블랙모델(이중 사출 키캡 사용), 동양인이 가장 선호한다는 낮은 키압의 갈색리니어 스위치를 사용한 Compaq MX 11800과 많은 유저들로부터 최고의 디자인과 레이아웃으로 평가되는 Compaq MX 1800까지...  순식간에 불처럼 타오르는 열정으로 마니아의 길로 접어드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체리의 클릭 청색 스위치와 구형 청색, 그리고 KBDMania.com의 보라카이님에 의한 철판보강 체리 스위치를 남겨두고, 그 이후 현재까지 다양한 IBM Buckling 스위치를 사용한 키보드와, 알프스 키를 사용한 애플의 키보드, NMB, Omnikey, Zenith등의 구형 빈티지 키보드의 넓고도 깊은 세계 속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체리와의 첫 만남은 필자를 기계식 키보드의 세계로 이끌었지만,  대부분의 ‘첫사랑’이 그렇듯이, 어느덧 체리 키보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장롱속의 소장용 키보드들로 잊혀지고 있었습니다.  체리 키보드와 단호히 결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때문이었습니다.  최상의 키 스위치와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레이아웃에도 불구하고, 빈약한 프레임 바디와 가벼운 무게감은 장인정신이 숨 쉬는 다른 빈티지 명기들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수준이었습니다.  IBM의 정전용량방식의 키보드나 모델 M, 애플의 확장1,2, 옴니키와 같은 키보드로 타이핑을 하다가 체리의 키보드를 사용하게 되면, 조금 과장하여 뭔가 들뜨는 불안함과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며 날리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손끝에 예리하게 전달되는 이러한 가벼움의 원인은 철판에 부재 때문이었습니다.

2. 왜 철판인가?,  철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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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를 취미로 즐기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기계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무게’를 먼저 고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단 기계는 무겁고 봐야한다’, ‘The heavier, the better'식의 사고는 언뜻 보면, 단순한 생각 같지만, 의외로 좋은 오디오를 선택하는데 적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의 경우, 무거운 오디오 기계들은 아낌없이 고급 재료를 사용하고 안정감 있는 사운드를 창출합니다.  물론 빈티지 하이엔드 오디오에 한정된 경우일 수도 있지만.

경량화, 소형화를 목표로 혁명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디지털, 컴퓨터의 시대에 입력장치인 키보드를 언급하면서, 무게와 안정감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사고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cpu와 메모리의 비약적인 발전 속에서 키보드는 저렴하게 대량생산되면서 키감은 반비례 곡선을 그려왔다는 점과 여전히 키보드는 인간의 열손가락이 직접 접촉하는 유일한 아날로그적 입력장치라는 사실입니다.

수개월 전 KDBMania에서 장인정신으로 다양한 체리키보드 개선 작업을 시도한 보라카이님은 체리 키보드에서의 철판 보강은 키캡의 흔들림 방지, 키감의 개선, 케이스의 뒤틀림 방지의 세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보드와 스위치 사이에 2mm의 철판을 삽입한 TypeNow와 기판 위에 스위치가 장착된 MX 1800이나, MX 11800을 비교 타이핑하면, 이러한 차이점은 쉽게 구별됩니다.  TypeNow는 조금 세게 스위치를 눌러도 기판의 움직임이 전혀 없는 반면, 1800이나 11800은 키 스위치뿐만 아니라, 보드 전체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받침대를 세웠을 때, 더욱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연약한 보드의 흔들림은 기계적인 진동을 발생시키고 당연히 키감에도 영향을 줍니다.  KDBMania에 키보드에 관한 진지한 글을 자주 올리시는 성시훈님은 팁& 테크의 ‘양날의 칼, 철판’이라는 글에서, “기판만 있는 경우, 일단 손이 가하는 압력, 스프링의 탄력으로 인해 기판이 진동하여 손에 피로와 키감의 손상을 야기하지만, 철판을 대면, 스위치 본연의 상태가 그대로 감지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체리 키보드에 있어서, 이러한 철판의 유무에 의한 키감의 차이는 누구라도 쉽게 구별할 정도로 확연한 사실이며, 철판의 보강은 흔히 말하는 ‘바닥 치는 맛’을 제대로 살려줍니다.  철판의 보강과 함께 TypeNow는 1800이나 11800보다 훨씬 더 단단한 프레임 바디를 사용하여, 케이스의 뒤틀림 현상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TypeNow의 ‘2mm두께의 철판’은 이처럼 기존의 체리 스위치를 사용한 모델들의 치명적인 단점인 부실한 프레임 바디와 허약한 기판으로 야기된 ‘불안정감’을 극복하면서 최상급의 체리 스위치의 본연의 키감을 찾아 주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3. 클릭 스위치의 매력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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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Now는 최대 5000만 회까지 동작을 보장하는 엄청난 내구력을 지닌 Cherry의 MX 클릭 청색축을 스위치로 사용한 키보드입니다.  체리의 청색 클릭 스위치는 가벼운 키감과 키압 변화의 감도가 가장 뛰어난 스위치로 특유의 청아한 클릭 사운드로 타이핑 시 확실한 구분감을 주는 기계식 키보드의 특성을 잘 드러냅니다.

얼마 전,  TV에서 육영수 여사의 피격 당시의 기록화면을 분석한 시사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 사운드 전문가가 총성의 분석을 통해 수사 기록과는 또 다른 총성을 발견하고 현장의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었는데, 큰 소리가 발생하고 연이어 작은 소리가 발생하면, 작은 소리는 큰소리에 묻혀서 들리지 않게 된다는 ‘사운드 마스킹’ 효과로 당시 수사기록의 문제를 제기한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TypeNow의 체리 스위치를 살며시 눌러보면, 세 번의 클릭 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처음 들리는 고음의 청아한 금속성 클릭 음은 판스프링이 지지대 금속과 접촉하면서 발생하며, 이어 슬라이더가 철판의 바닥을 치는 소리, 그리고 슬라이더와 축의 플라스틱끼리 부딪치는 작은 소리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키 스트로크 중간에 발생하는 금속성 고음의 클릭 사운드와 복합적인 클릭 음은 체리 클릭 스위치의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으며, 고속 타이핑 시에는 금속이 부딪치는 첫 번째 클릭 음과 철판 바닥을 치는 단단한 소리가 섞인 사운드가 단일 음으로 들리게 되며, 세 번째 클릭 음은 사운드 마스킹 효과로 느끼기 어렵게 됩니다.   레어 스위치로 유명한 체리의 구형 청색 축 스위치의 경우, 클릭 음이 더 높고 크며, 슬라이더와 축의 플라스틱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명확히 구분된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필자는 구형 청색 축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체리의 클릭 스위치는 키 스트로크의 거의 마지막 지점에서 공이치기가 바닥에 부딪치면서 스프링이 벽을 치며 클릭사운드를 창출하는 IBM의 버클링 스위치와 판스프링이 플라스틱 하우징의 벽을 치며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알프스 클릭 스위치와는 클릭음의 발생 지점과 음질에서 기본적이 차이를 보여 줍니다.

지금까지 경험해 본 서로 다른 클릭 스위치의 특징을 개인적인 느낌으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IBM AT 5170, XT 5150
고음의 단단한 철판을 때리는 금속성 소리, 특유의 잔향이 여운을 남긴다.  
“차캉, 차캉, 차르르르”
취향에 따라 신경을 거슬리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IBM EMR2
AT, XT와 같은 종류의 소리지만, 더 크고, 울린다.
가장 큰 클릭 사운드, 하지만, 울림 음과 섞여 거슬리는 소리는 아니다.

IBM 모델 M
AT, XT 보다는 상대적으로 작고 부드러운 사운드.
“투캉, 투캉...”
스프링이 눌리며 돌아오는 소리가 소란스럽고 거슬릴 수 있다.

Omnikey 101 (Alps 클릭 스위치)
판스프링과 플라스틱 벽이 부딪치는 소리로 TypeNow에 비해 저음의 사운드.  상대적으로 편안한 소리지만, 구분감이 덜 느껴지고 섬세하지 못하다.

NMB RT 101+ (NMB 클릭 스위치)
가장 작은 클릭 사운드, 보통의 리니어 스위치보다 소리가 작다.
“째깍, 째깍...” 지저귀는 참새소리 같은 작은 소리.
속삭이는 듯한 사운드가 매력적이지만, 역시 사용자에 따라 거슬릴 수 있는 소리다.

TypeNow
청명하고 단단한 고음의 금속성 클릭 음.
“찰칵, 찰칵...”
구분감을 가장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사운드지만, 클릭 음이 작은 편이 아니다.

TypeNow의 독특한 클릭 사운드는 여느 클릭 키보드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최고 수준의 매혹적인 소리지만, 대개의 클릭 키보드가 그렇듯이, 오래 사용하다 보면, 소란스럽고 싫증을 느낄 수 있으며, 공간을 의식해야할 만큼 충분히 큰 소리를 창출합니다.

4. 외관, 인터페이스, 키 레이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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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Now의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은 전체적으로 곡면 처리된 프레임 바디라인과 두툼한 바디의 두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이 키보드를 접했을 때, 두껍고 귀여워진 애플의 확장2 키보드를 떠올렸는데, 이는 클래식, 혹은 유러피언 디자인으로 불리는 S자형 곡면처리 때문이었습니다.  유러피언 디자인의 채용의 효과는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창출해냅니다.  

usb 연결방식과 104키의 표준 레이아웃, 한글 인쇄는 누구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편안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합니다.  물론, 사용자에 따라서 'ㄴ‘자형 엔터키와 작은 백스페이스 바가 불만일 수도 있겠으나,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기호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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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색다른 눈에 띄는 디자인은 LED 파트입니다.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 표면에 그려진 큼직하고 귀여운 Caps Lock, Num Lock, Scroll Lock 이미지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이미지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투톤 칼라의 키캡에 레이저 인쇄로 새겨진 문자도 승화인쇄나 이색사출방식만큼 선명하지는 않지만, 까칠까칠한 표면위에 깔끔하게 새겨져있습니다.  키캡의 무게는 이색사출 키캡인 MX 1800 정도로 얇거나 가볍지 않고 적당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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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회색톤 베이지 칼라도 전체적인 색상과 잘 어울리며, 바디의 재질도 단단하고 촉감도 좋은 편이며 9개의 나사로 상판과 하판이 튼튼히 부착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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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의 아쉬움과 기대

전체적으로 TypeNow는 저렴한 가격을 떠나 딱히 부족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키보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디테일한 문제점과 기대를 기술하면,

1) 키보드 상부를 들어 올리는 얇은 받침대-안정감을 위하여 더 두껍게 제작되고, 고무 재
    질이 부착되었으면 합니다.
2) LED 파트의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이 조금 더 고급스러운 재질로 교체되었으면 합니다.
3) 영어자판의 키보드가 출시되기를 기대합니다.
4) 흑색 축과 갈색 축을 사용한 버전도 출시된다면...

정도입니다.

같은 스위치를 사용한 체리의 오리지널 제품인 G80-3000모델이 138,000원에 판매되는 현실에서 철판을 보강하고 소비자가 58,000에 시판될 TypeNow의 출현은 커다란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TypeNow는 그 놀라운 저렴한 가격을 떠나,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클릭 키보드로써, 마니아뿐만 아니라, 기계식 키보드를 접해보지 못한 많은 사용자들에게도 기계식 키보드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안내 역할을 할 수 있는 키보드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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