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껏 경험해보지 못한 알프스의 세계에 다시 한번 빠져드는것을 느낍니다.

하긴 경험해본 기계식이라곤 버클링, 체리 신형청색, 세진, 알프스 주황, 검정 밖에 없지만.. ㅡㅡ;

알음알이님이 망설이시는걸 협박(?) 해서 간신히 업어왔는데.. 오늘 젠더를 구입해서 컴터에

물린 후 타이핑을 하고 있으니 이거 안 업어왔으면 어쩔 뻔 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확장1의 또각또각도 좋고 2gs 의 경쾌함도 좋지만 zkb-2 는 (특히 제가 가진 모델, 이게

알음알이님 말씀으로는 키압도 부드럽고 키감도 최상급이라고 하시네요) 정말 노멀타입 키보드가

지향해야 할 (혹은 했어야 했지만 이미 사라진.. ㅡㅡ;) 하나의 목표라는 느낌이 듭니다.

리얼도 덩치에 비해 꽤 무겁다는 평이지만.. 거의 모델 M 을 능가하는 크기와 견고하기 그지없는

프레임, 두툼한 철판, 이중사출 키캡, N 키 롤오버 등등.. 키감 자체를 논하기 전에 키보드로서

갖춰야 할 거의 모든 항목에 최고의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여기서 잠깐..  2gs 가 롤오버에 굉장히 취약한듯 싶더군요. 메모장을 열어놓고 좍 누르니

무조건 2개밖에 인식이 안됩니다. 조금 서글프더군요. ㅡㅡ;)

거기다 알프스 논클릭이 이렇게 제 마음에 쏙 들줄은 몰랐네요.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마치

리얼포스의 부드러운 키감과 확장1의 스무스하면서도 또각거리는 바닥치기가 절묘하게 혼합된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아직 경험이 짧아서 경지에 오르신 이곳 분들의 구형청색 카이저,

철판보강 1800, zkb-2 핑크슬라이더 이식 등 오리지날을 초월한 명기들과 비교하는건 어불성설

이겠지만, 적어도 저처럼 개조명기 사용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 zkb-2 는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올것 같습니다. ^^; 하지만 역시 키를 누를때의 구분감을 중요시 여기는 분들께는 생소한

느낌일지도 모르겠네요. (개인적으로 체리 신형청색의 클릭감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타입니다. 차라리 95년산 세진 키보드의 부드러운 느낌이 훨씬 좋더군요) 하지만 서걱거림이

거의 없이, 그리고 키압도 낮게 슬며시 내려가는 알프스 녹색 리니어의 느낌은 저한테는 정말

축복과도 같습니다. 리얼포스의 키감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어딘가 모자랐던 리얼의 키감을

보완할만한 거의 유일한 (HHK PRO 는 제외로 하죠. ^^; 일단 방식이 리얼과 똑같으니)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대로 된 제품을 구하기 힘들다는 모델을 알음알이님께서 정말 극상의 제품을 분양해

주셔서 너무 기쁩니다. 제 힘만으로 과연 어느 세월에 이정도 제품을 만져볼 수 있었을까요..

특히 그 걱정했던 부저 소리도 이 모델은 상당히 적어서 더욱 좋습니다. ^^; 유일하게 조금

서그픈 점이라면 Zenis Data Systems 라는 로고 대신 별로 뽀대없는 Data General 이라는 로고가

붙어있다는 거지만.. 이게 행복에 겨운 소리라는건 뭐.. ^^;

아무튼 요약하자면 zkb-2 는 알프스가 논클릭과 리니어에서 얼마나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

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그리고 키감 이외의 부분에서 '키보드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당대 최고의 명기 중 하나라고 (물론 개조안한 오리지날 중에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궁극의 머신으로 거듭나는 '핑크 슬라이더 이식' 작업은 제가 워낙 현재의 버전으로도 만족감에

빠져있기 때문에 한동안은 계획에 없을것 같습니다. 2~3년 쯤 뒤에나 시도해보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