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시는 물건입니다.
거창한 사용기를 써볼까 하는 욕심에 계속 미뤄 왔는데, 생각보다 시간 내기가 힘드네요.
사진도 다른 분들이 많이 올려주셨기에 생략하고, 간단히 적겠습니다.

트랙볼 사용을 고려하게 된 이유는, 대부분 그렇듯이 팔과 어깨가 아파서입니다.
키보드/마우스 배치의 비대칭성이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해서 마우스를 왼손으로 써봤는데,
이 방법도 오래 사용하면 왼팔까지 아프게 된다는 의견이 많이 있더군요.
마우스를 사용하는 한 통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다는 결론에 트랙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트랙볼이야 오른손이나 왼손이나 적응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기에, 이왕이면 처음부터 왼손으로 사용하고 싶었고, 왼손 사용 가능한 트랙볼을 찾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더군요.

설치할 때 주의할 점은 우선 다른 마우스 드라이버를 모두 제거한 후에 설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처음엔 그냥 설치했더니 켄싱턴 드라이버가 알아서 다른 드라이버들을 찾아서 제거해 주었지만, 그 때문인지 약간의 문제가 생겨서, 윈도우 시스템 리스토어를 사용해 드라이버 설치 이전 상태로 돌려놓고 직접 언인스톨러를 사용해 다른 드라이버를 제거한 다음 다시 설치했습니다.

이제 2주 정도 사용했습니다.
구입하기 전에 생각하던 것보다 더 만족스럽군요.
우선 볼의 크기가 커서인지, 자유스런 포인팅을 할 만큼 적응하게 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적어도 한두 달은 걸릴거라 생각했거든요.

드라이버에서 버튼을 사용자정의할 수 있는데, 아주 강력합니다.
4개의 버튼을 1, 2, 3, 4라고 하면, 각각 버튼 세팅과, 1+2, 3+4의 조합에도 세팅할 수 있습니다.
총 6개의 버튼이 있는 것과 같은 효과지요.
아쉽게도 대각선 조합이나, 위아래 조합은 없고, 아래 두개 또는 위 두개를 동시에 누르는 조합만 지원합니다.
그 6개 버튼에 원하는 기능을 할당할 수 있는데,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다 할당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더군요.
또 각 버튼에 대해 Ctrl, Alt, Shift 키가 눌린 상태에서의 클릭에도 따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버튼 1을 예로 들면,
1
Ctrl+1
Alt+1
Shift+1
Ctrl+Alt+1
Ctrl+Shift+1
Alt+Shift+1
Ctrl+Alt+Shift+1
이렇게 8가지 경우에 대해 사용자 정의 기능을 할당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럼 이론적으로 총 6버튼x8경우=48가지 조합이 나옵니다.
이 많은 조합에 뭘 할당할지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각 어플리케이션마다 따로 세팅이 가능합니다.
X-key라는 매크로 키패드를 살까 생각했었는데, 필요 없겠습니다.

나무랄 데 없는 물건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만, 완벽한 건 없나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단점도 적겠습니다.

볼에 손을 편안하게 올리면 볼 꼭대기 부근에서 손가락이 움직입니다.
그런데, 볼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는 볼 바닥이 아닌 약간 위쪽에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손가락이 12시 위치에 있는데, 센서는 6시가 아닌 7시 위치에 있습니다.
센서가 6시 위치에 있어야 볼의 좌우회전을 가장 잘 감지할텐데 말이죠.
사실 크게 불편한 부분은 아니지만 좀 아쉬웠습니다.

전에 마우스를 쓸 때는 남는 버튼에 Ctrl을 할당해서 사용해왔습니다.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다가 컨트롤키를 이용한 단축키를 쓸 때는 오른손 엄지로 할당한 버튼을 누르고 왼손으로 키보드를 눌러 사용했지요.
저에겐 굉장히 편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켄싱턴 드라이버에서는 버튼에 컨트롤같은 키를 할당할 수 없습니다.
컨트롤+C 같은 키조합은 얼마든지, 몇개든지 가능한데, 어떤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컨트롤 키를 누르고 있는 것과 같이 인식하도록 설정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쓰다 보니 참 길어지네요. 요약합니다.
1. 아래 단점 빼고 다 좋습니다.
2. 센서의 위치가 약간 맘에 안듭니다. 다분히 주관적이며, 무시할만합니다.
3. 버튼에 컨트롤키 단독으로 할당할 수 없습니다.
4. 대각선이나 아래위 버튼 조합은 지원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