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에 관심을 가진지는 1년 정도됐습니다만...바둑 급수로 치면 한 12급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써본 키보드는 아테사클리어101, 세진1080, 체리11900, 유니콤프 커스터마이저, 알프스 마벨, 마제스터치, 타입나우, 체리3000 등등입니다..12급치고는 그래도 써본 게 꽤 되네요ㅡㅡ

그 중에 마음에 드는 키보드는 체리 청축이었습니다. 3000의 말랑말랑하면서도 쫀득쫀득한 느낌과 누르는대로 시원시원하게 반응하는 타입나우...그래서 회사에서는 타입나우를, 집에서는 3000이를 메인으로 물려놓고 있었죠.

11900 흑축은 초인종을 번갈아 가며 누르는 느낌이었고 마제스터치 갈축은 웬지 누르면 공허했더랬습니다. 유니콤프는 어딘지 플라스틱 나라에 온 듯한 느낌.. 세진이는 뭐랄까 참 좋은데 달그락거리기는 하는데 찰기가 없는 듯한 느낌이랄까..  뭐..순전히 제 손가락에 국한된 얘기니까 위에 키보드 잘 쓰시는 분들은 오해없으시길...

암튼 내 손가락은 체리 청축을 젤 좋아하는군이라며 잘 지내고 있었는데.....어느 날 사고팔고란에 대윤님의 이런 게시물이 떴습니다.

지난 11월 이후...
예민해진 상태에서 클릭 키보드 10대를 검토...2대가 합격 했는데...
그 2대가 이 키보드를 만든 옴니키 101과 리딩 엣지 2014 였습니다...

옴니키 101 신동품에 상태 탁월한 2014 스위치 이식한 물건...이식은 또각또각님이 해 주셨습니다...
최종 튜닝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스위치는 교체 하였고...배열 튜닝 후 스테빌라이저 튜닝까지...제가 만족하는 수준...

알프스 블루 개조 후 키감에 대단히 까다로워 졌는데...그때부터 현재까지 20여대의 클릭 키보드 체험...
제가 사용할려고 구한 것들과 모임 등에서 체험한 물건들...나름대로 좋다는 것들이죠...2대가 만족스러운 수준 였습니다...

우기님이 박스 신품 노스게이트 골드 라벨 알프스 블루 수준이라고 德談해 준 물건이죠...
알프스 블루 키보드중에서는 최고의 키감과 상태를 보이는 물건...

키보드와 케이블 외에 영구 소장을 위해 마련한 분리형 PS/2 male to male 케이블과 스페어 스위치 6개 함께 드립니다...
오리지날 케이블로 연결하면 AT, 추가로 드리는 케이블로 연결하면 PS/2 방식이 됩니다...


윗 글을 본 후의 제 반응은..

-10대 검토...2대 합격
흠...혹시 결벽증이 있는 분일까..

-옴니키101, 리딩엣지 2014
얘들은 모지??

-배열 튜닝 후 스테빌라이저 튜닝..
배열 튜닝은 대충 뭔 말인지 알겠는데 스테빌라이저는 뭔데 또 튜닝??

-알프스 블루
알프스에 여러가지 색이 있는건 알겠는데 써본건 아테사와 마벨..근데 구형 백축이 좋다던데 블루는 구형일까? 신형일까?
체리 청축도 영어로 블룬데 쟤랑은 모가 다를까 등등...

-가격 260,000원
젠장..3000이 새거 두 대 값이네...

대충 제가 궁금해하는 점을 보신 고수님이라면 제 수준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제가 결정적으로 뽐뿌를 받은건............................... 다름아닌 스티커였습니다.

스티커...사실 제가 그동안 숱한 뽐뿌를 받았으면서도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건 고가의 키보드들이 영문각인이었기 때문이었더랬습니다. 한글각인이 없어도 타자가 가능은 하지만 키보들를 째려보며 타이핑하는 습관이 있었던 제게 영문각인은 뽐뿌를 뿌리칠 수 있었던 좋은 방패막이었는데 얘는 스티커에 가려 순간적으로 단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덥썩 예약을 했고 구정땜에 한참을 기다리다가 드디어 오늘 받았습니다. 택배사에 전화걸었더니 6시 넘어 온다그래서 성질 급한 제가 영업소에 가서 찾아왔습니다..ㅡㅡ

옴니키101/알프스블루키의 느낌

1. 일단 키보드 무쟈게 큽니다(사용기지만 줄자가 없어서 길이는 생략합니다). 그리고 무겁습니다. 키캡들 사이로 회색빛의 철판이 보이는데 그것 때문인듯 싶습니다.

2. 디자인은 평범하지만 전 이런 단순함이 오히려 맘에 듭니다.  하지만 esc,  캡스락, 쉬프트, 알트, 컨트롤키는 빨강, 녹색, 코발트색으로 구성되어 있어 예쁜 포인트가 됩니다. 키캡인쇄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오래써도 안지워지는 재질인 것 같습니다.ㅡㅡ

3. 드디어 중요한 키감입니다. 30분 쳐보고 뭘 알겠습니까만 체리 3000 클릭과 비교해보면 부드럽기로는 체리쪽이 더 부드럽지만 이 키보드는 좀더 단단하면서 치는 재미를 줍니다.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다음 키로 이동하네요. 정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달각거리는 세진1080과 쫀득거리면서도 부드러운 체리3000의 장점을 더해 마지막으로 철판으로 감싸안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결론
결론은 좋다라고 표현할수밖에 없겠네요. 지금까지 써본 키보드 중 최곱니다. 다만 빈티지라 불리우는 명기들과 체리 구형 청축에 철판을 보강한 개조품들을 한번도 써본 적이 없어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아쉽네요.
솔직히 원래 계획은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 키보드인 만큼 마음에 들면 평생 이놈만 쓰자고 마음먹었지만 이 놈이 맘에 꼭 들면서도 그럼 대체 체리의 카이저라 불리우는 놈들과 제니스 스린트리.. nec 블루는 어떤 키감인지 또 궁금해지네요. 어떻게된게 이 놈의 키보드는 지르면 지를수록 액수가 더 커지는지..ㅠㅠ

맺으며..
자판도 아직 못외우고, 키캡 뽑는데도 쩔쩔매고, 간단한 튜닝이나 윤활도 못하는 제가 이런 키보드 써봐야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라는 생각이 자꾸 드네요...하지만 간단해보이는 바둑판도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수억원을 호가하는 제품이 있다는 걸 위안으로 삼으렵니다... 좋은 키보드를 넘겨주신 대윤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는 간단한 키보드 수리정도는 내 손으로도 할 수 있는 실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줍잖은 글이지만 알프스 블루에 대한 약간의 정보가 될까해서 올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