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거실에서 쓰려고 샀으나 거실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다시 이 키보드를 방안으로 가지고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힘안들이는 아이락스키보드에 아주 잘 적응해 쓰고 있었기 때문에 이 키보드를 써 보고 아주 나쁘다고 느꼈습니다. 키보드는 키높이가 얕지도 높지도 않은 중간정도의 느낌인데 키 높이에 상관없이 틱틱하고 잘 안들어가는 느낌이 납니다.  힘이 1/3은 더 들게 된 듯했습니다.  안찍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절로 힘이 들어가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제 아내의 경우 이 것을 보더니 지난번의 아이락스보다 훨씬 타이핑하는 맛이 난다고 하며 좋아하더군요. 정말로 키감은 주관적인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키감뿐 아니라 배열을 보고 매우 부정적이었습니다. 팔아버릴려고 했지요. 결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오른쪽 키의 배열입니다. del키가 화일을 버리거나 할 때 은근히 자주 쓰이는데 오른쪽 맨 위도 아니고 home키 안쪽에 위치해서 매번 봐야 합니다.  게다가 오른쪽의 괴상하게 줄어든 키들은 오타를 유발했고 미니배열이라고 하더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찌부러진 키배열이었습니다. 미니배열도 깔끔하게 한게 많은데 이건 완전히 괴물이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트랙볼은 얼마나 예민한지 통제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것을 참고 몇일 써보기로 했습니다.  디자이너의 의도가 있지 않을까 자위하면서요.

일단 감도를 떨어트려 셋팅을 좀더 조정하고 3일동안 5-6시간씩 사용한 결과 매우 빠르게 익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제 몸이 적응한 4일째 되는 사용기입니다.

일단 웹질을 할 때 아주 편합니다.  트랙볼이니 손목, 어깨에 힘이 안들어가고 지금까지 얼마나 불편하게 사용했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키감이나 키배열이 아니라-예, 이 키보드에서는 이게 부차적인 기능입니다-, 전체적으로 내 몸이 앞으로 나오거나 어깨를 구부정하게 수그려서 마우스를 동작하는 손목에 팔무게를 싣고 있었는지 느낄수 있었습니다. 또 마우스보다 확실히 트랙볼이 나았습니다.  저는 트랙볼은 모름지기 커다란 트랙볼이어야 하고 키보드에 달려있는 트랙볼은 과소평가, 아니 경멸까지 했으나 연습한 결과 매우 만족할만 했습니다.

두번째는 이 키보드에는 2가지 사용법이 있는데, 한가지는 키보드처럼 놓고 쓰는 것이고, 두번째는 조이스틱처럼 잡고 쓰는 것입니다.  (사진을 귀챦아서 안올리지만 다른사용기나 리뷰를 참고하세요) 그런데 배열을 보시면 조이스틱같이 잡고 쓸때, 왼쪽의 esc키와 오른쪽의 pgup,pgdn키같은 키들이 엄지손가락으로 조작이 가능합니다.  즉 트랙볼을 돌리다가 이들 키를 빠르게 조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타이핑하지 않을 시에 웹서핑할때 매우~ 편합니다.  보통 기존의 환경에서는 마우스로 웹질하면서 휠로 문서를 위아래로 보는데 이 키보드에서는 휠이 왼손에 할당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편합니다.  그건 오른손이 손목과 팔이 완전히 해방되어 있는데다가 오른손자세를 변화시키지 않은채 이들기능을 pgup/pgdn으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핑을 많이 하지 않는다면 아예 안락의자같은 것을 갖다 놓고 거의 누워서 조작할 수 있습니다.  보통의 데탑에서도 키보드를 들고 웹질을 할 수 있으니 몸이 고정되지 않아서 좋습니다.  

사실 3번째 사용법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다리를 꼬거나 쿠션을 무릅위에 놓고 키보드를 올려놓은 채로 왼손엄지를 키보드 아래에 밀어넣어 다리나 쿠션과 함께 3점지지를 하여 타이핑하는 방법입니다.  지금 쓰는 글이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물론 책상의자가 아니라 안락의자를 갖다놓고 말입니다. ^^ 이렇게 반쯤 허공에서 타이핑하는 경우에 손목을 어느 지점에 지지한채 전혀 움직이지 않고도 모든 주요키를 억세스하도록 디자인한 것입니다.

여전히 타이핑을 전용으로 하기에는 이상적인 기구는 아닙니다. 가장 불만이었던 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만, 오타는 현저히 줄었으며 4일만에 평상시의 속도로 타이핑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위의 키보드를 들고 치는것을 하고 보니 금기시되는 키크기까지 줄여버린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경우 전파간섭에 관해서는 없다고 해도 좋을만큼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유선과 100% 마찬가지의 신뢰성을 보인다고 느껴집니다.  거실에서 타이핑을 해도 입력될 정도로 확실합니다.  (저는 다른 무선장치를 쓰고 있지 않습니다)

키보드는 책상위에 올려놓을 필요가 완전히 없어졌는데, 단순히 이렇게만 표현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합니다. 등도 편해지고, 팔도 편해지고, 목도 편해지고 전부 다 편해졌습니다.  전에는 조금 불편해도 몸의 다른 부분을 타이핑하는 자세로 우겨 넣었었는데, 이제는 자세를 바꿔서 타이핑을 하다보니 전에 없던 자유를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