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사용기를 올리게 된 키보드는 펜터그래프 타입의 BenQ A122(이하 A112라고 하겠습니다)입니다. 매일 키보드매니아 사이트를 눈팅하다가 기회를 잡게 되었지요.

제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키보드 환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 : 세진 SKM-1080 (후타바 스위치 기계식)
집 1 : 일반 멤브레인 (LG)
집 2 : 후지쯔 노트북 펜터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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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BenQ A112의 전체 모습

A112의 전체적인 외양은 깔끔하다입니다. 금속성의 U자형 은색 바디에 블랙 키캡을 가지고 있죠. 처음에 받았을 때 키보드 전체가 매우 차가와서 (겨울이어서 그랬겠지요) 금속 재질인 것으로 착각할 뻔했습니다. 키보드를 받은 감동의 여운이 옅어지니 플라스틱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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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A112의 옆모습. 노호혼씨가 모델이 되어주셨습니다.

키보드의 두께는 굉장히 슬림합니다. 1080에 비하면 거의 반 두께인듯 하군요. 펜터그래프 타입이라서 가뜩이나 키캡의 높이가 낮은데 (하지만 매컬리 아이스키에 비해서는 키캡의 높이가 높습니다), 두께까지 슬림하니 책상에 딱 달라붙는 느낌이 나더군요. 높이 조절기를 쓰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키보딩하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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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미끄럼 방지 고무

하단의 미끄럼 방지 고무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키보드 자체가 얇고 가볍기 때문에 타이핑시 밀릴 가능성이 있는데, 미끄럼 방지 고무가 상당히 툭 튀어나와 있어서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줍니다.

키 배열은 삼성 국민형 키 배열과 거의 동일하지만, 몇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 펑션키의 배열이 표준과 틀립니다. 다른 키보드들은 펑션키들을 4개씩 묶어 배열한 반면, A112는 3개씩 묶어 놓았습니다. 이것이 저한테는 상당히 적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제가 주로 하는 업무가 프로그래밍인데, Visual Studio.NET의 실행 단축키인 F5를 무의식적으로 누르면 실행이 안되고 자꾸 속성창이 떠서 처음엔 의아스러웠었답니다. 나중에서야 F5키의 위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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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문제의 F5키!

둘째, Scroll Lock이 Pause 키와 합쳐졌습니다. 원래의 Pause자리에는 F Lock 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A112의 다양한 기능키들을 켜고 끄는 기능을 하는 키죠. 어짜피 사용빈도가 낮은 키들이니 크게 문제되는 것은 없습니다.

세째, 스페이스 키의 길이가 짧고, 윈도키의 면적이 조금 넓습니다. 1080을 쓰다보니 윈도 키가 하단에 없는 것에 적응되어 있었는데(대신 Caps Lock을 윈도키로 매핑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A112를 사용할 때엔 Alt키를 누른다는 것이 자꾸 윈도키를 누르게 되는군요. 이건 제가 윈도 표준 키보드와는 다른 것을 사용하는 것이니 키보드의 문제라고는 할 수는 없겠습니다.

네째, BS 키가 매우 넓습니다. |키의 자리를 밑으로 내리고 그 자리만큼 넓혔기 때문에 BS 키를 누르기는 매우 편안합니다. 대신 Enter 키가 일자형이 되어서 저처럼 L자 타입의 엔터키에 적응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약간의 적응기가 필요할 듯 합니다.

키감은 다른 타입의 키보드와는 비교 대상이 안되므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A112의 가격대가 다를 듯 하지만, 동일한 펜터그래프 타입 키보드인 매컬리 아이스키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제 옆자리 동료가 쓰고 있어서 가장 가깝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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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매컬리 아이스키

A112의 키감 자체는 일반적인 펜터그래프 타입 키보드와 비슷합니다. 1080을 쓸때는 타이핑시 힘을 조금 주었었는데, 동일한 감으로 타이핑을 하니 바닥을 치는 느낌이 없지는 않더군요. 적응이 되면 힘을 좀 덜 주어도 되니 편한 듯도 합니다.

매컬리 아이스키와 비교해 보니, 매컬리 쪽 보다는 쫀득한 맛이 떨어지더군요. A112가 조금 더 깊은 듯 하지만 키 반발력은 매컬리 아이스키보다는 떨어지는 듯 합니다. 타이핑시 소리는 약간 찰찰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매컬리 아이스키보다는 약간 소음이 더 있습니다.

기능키들은 사용하기에 적당히 배열되어 있는 듯 합니다. 상단의 6개 하드키들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바로 작동합니다. "대기모드"로 바로 들어가는 하드키가 맘에 드는군요. 그 밖의 다른 기능키들도 전용 소프트웨어로 프로그램할 수 있으므로, 키보드 단축키를 많이 쓰시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듯 합니다.

이상으로 간략한 BenQ A112의 사용기를 적어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중저가 수준으로 출시된다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펜터그래프 키보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스타일리쉬한 블랙 키보드 디자인에 무난한 키감, 다양한 기능키가 강점이 될 듯 하군요. 얼른 집에서 쓰는 멤브레인 키보드 떼어버리고 이 놈을 달아야겠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제이씨현과 키보드 매니아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