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 사이트를 들락거린지 2주가 흘렀네요.  년말에 아마도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던 마의 사이트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습관적으로 방문하고 있구요...
제가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새로운 노트북을 구하려고 마음을 먹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오랜동안 ibm, sony vaio를 사용했었는데, 키보드 파트가 고장이 나고, 다시 ibm을 구하려고 했는데 키감이 예전 노트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사이트를 방문하게 되었고, 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즐거움을 느꼈읍니다.  생각해보면, 저 역시 이곳의 많은 분들처럼 계속적으로 기계를 만지작 거리는 취미생활을 했던것 같습니다.  노트북, Pda, 디카와 같이 시간 지나서 바꾸려면 엄청난 출혈을 감당해야했던 디지털 장비로 부터 시작해서...  오랜동안 빠져있었던 음악과 오디오의 세계까지...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사이클은 저의 취미생활이 점점 아날로그화 되어 가고 있다는 겁니다.  pda의 경우도 클리에 th55에서 팜vx로 그리고 종국에는 플랭클린 플래너 다이어리를 쓰고 있고, 음악도 스테이징과 해상력이 좋은 기계들을 편안한 중음을 들려주는 빈티지 시스템으로 교체하고,  요즘은 않쓰던 오래된 필카를 꺼내서 닦아주고 있으니... 나이가 먹어가서 그런건가...쩝....
이곳에서 많은 글들을 읽으면서 키보드매니아분들의 성향과 오디오매니아 성향이 상당히 흡사한 점을 여러가지 발견합니다.  기계의 발전과정도 서로 비슷한거 같구요.  오래된 명품 빈티지가 존재하는점도 그렇고...

아뭏튼, 짧은 기간 제가 경험한 체리가문 식구들의 인상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 체리 G84-4100 미니 꼬인줄
사진으로 봤을때 보다 실제로 보니 정말 예쁘고 앙징맞더군요.  두께도 상당히 얇고 뒤의 받침대로 세우면 윗부분이 상당이 많이 올라가서 생각보다 훨씬 편안하게 타이핑을 할 수 있습니다.  특징은 고유의 '사각사각' 사운드.  그러나 그렇게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닙니다.  단지 몇분 쳐보고나서 노트북 키보드를 사용해보면, 이런걸 어떻게 지금까지 쳤었나 할 정도로 비교가 되더군요.  노트북으로 워드 작업을 하는 분들에겐 정말 훌룡한 초이스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트북에 이걸 장착하면 대박날텐데....

* 체리 G80-11900 흰색과 검정색
이 모델은 현재까지 출시되고 있는 모델들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싸게 구입하였읍니다.  검정축 리니어 키를 사용했다는데... 단순히 스프링의 압력을 이용한 키라고 합니다.  여러 사용기에도 나와있듯이 처음 사용했을때 상당히 무거운 느낌입니다.  특히 흰색 모델이 반발력이 더 세게 느껴지더군요.  아마도 검정색의 이중사출 키캡때문일거라 추축합니다. 하지만, 몇일 쓰다보면 금방 적응되더군요.  노트북 사용시 익숙했던 터치패드도 상당히 훌룡한 편이구요.  키캡의 차이... 생각보다 훨씬 크게 느꼈읍니다.  디자인도 검정색이 훨씬 이쁘지만, 손끝으로 전달되는 안정된 느낌도 블랙이 좋았습니다.  블랙 11900, 오래도록 메인으로 사용할것 같습니다.

* 체리 G80-11800
이 모델도 위의 모델들처럼 운좋게 신품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동양인이 가장 선호하는 갈색축을 사용하고, 트랙볼을 장착한 모델.  갈색축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구했는데...  일주정도 이미 흑색축에 적응해서 그런지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더군요.  사용기에서 말하는 '바닥을 치는' 통쾌함이 전혀 생기지 않더군요.  물론, 오랜 시간 타이핑을 하면 흑색축보단 편안할 거란 생각은 들지만, 손끝에 전달된는 안정되고 묵직한 느낌은 11900이 훨씬 좋았습니다.  키감은 역시 주관적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트랙볼도... 사용해 본 경험이 없어서 많이 불편했습니다.  구하기 힘든 신품이라, 바로 나이드신 선배님께 전달해드렸습니다.

이렇게 2주동안, 총 3종 4개의 Cherry 신품을 경험했구요....
현재는 블랙 11900을 제외한 나머지는 제 손을 떠났거나 떠날 예정입니다.  
HHK Pro무각인과 이베이에서 구입한 IBM AT모델은 현재 배송중입니다.  
아마 열흘안에 최상의 키보드라고 일컬어 지는 놈들도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콜렉터 보다는 적극적 사용자가 되려고 3-4개 이상 소유하지는 않을 예정입니다.  그런데 써보고 싶은 키보드는 너무 많군요.  역시 가장 구하고 싶은 모델은 체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G80-1800입니다.  블랙, 이중사출키의 맛을 봤기 때문에 G81-1800도 기다리고 있구요.  빨간불 흑축도 사용해보고 싶습니다.  

여러 취미생활을 해보면서 느낀점은...  뭐든 "적당히" 즐겨야 오래도록 음미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소유욕을 자제해가면서, 키보드 자체보다는 그것들로 부터 생산하는 것들에 더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 지를만큼 질러본 거구요.

아무튼 새로운 것을 접하는 즐거움과 키보드 같은 기계가 아름다울수 있다는 걸 가르쳐준 이사이트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