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XON BL82 Backlit Keyboard

## 간략제원

키보드 이름 :  TELXON BL82 Backlit Keyboard (일명: 빨간불)
사이즈 : 가로 30.1Cm X 세로 15Cm X 높이 4.3Cm
스위치 : 체리 블루 클릭 스위치
무게 : 약 1,025g
연결방식 : PS/2
키탑 인쇄방식 : 이색성형과 표면 특수처리된 방식
제조 : TG3 Electronics
생산지 : U.S.A
Serial Number : 424993
TELXON S/N : 004017074


## 익숙해진다는 것


사내 커플이 많은 이유는..
아마도 늘 보고, 부딪히고 그러다보니 정도 들고... 무엇보다 서로간에 익숙해진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하곤한다.
맞선을 본다거나 소개팅을 한다고 했을 때 만났더라면 '뭐 저렇게 생긴 사람이 다 있을까?' 라고 속으로 생각할만한 외모나 사회적 지위등을 가진 그런 류의 사람이더라도 늘 보다보면 날카롭게 날이선 의식의 칼이 무뎌지고 칼집에서 나오기를 거부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익숙해진 사람이 어느덧 마음안에 자리잡기 마련이고..
아마도 그렇기에 사내 커플이 잘 생기는 이유가 아닐까싶다.


## 길을 잃은 키보드 빨간색 등대를 만나다

사실은 키보드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저 자신의 마음이 길을 잃은 것이겠지요.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가슴에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
등대라고 적어놓고 보니 갑자기 박인환님의 [목마와 숙녀]라는 싯귀가 문득 떠오르는군요..^^;
등대가 비유라면 그렇겠지만 누구나 무작정 어떤 키보드든지 가져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고 마냥 그런 기분으로 이곳에 거주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지향점이 있고.. 꼭 접해보고 싶은 키보드가 있고..
예전에 가끔 생각하던건데 키보드 매니아의 5대 로망이라고 하면 어떤 키보드를 꼽을 수 있을까요? 왜 누구라도 갖고 싶어하는 그런 키보드...

1. 체리 MX-5000
2. 컴팩 MX-1800
3. 빨간불
4. 올드 델 핑크
5. ???

번호 순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여하튼 5번은 제겐 한때는 와이즈였던거 같구요. 지금은 리딩엣지 같네요. 물론 모든 분이 동의하는 리스트는 아닐겁니다. 그리고 5대 로망의 키보드는 수시로 마음 안에서 변하기 마련일테구요.하지만 저 중에 최소한 석 대 정도는 모든 이가 늘 도착하고자 하는 마음안에 있는 키보드의 한 지향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럼 길을 잃은 마음과 그 흐릿한 마음안에서 부산하게 떠도는 키보드가 도착해야할 곳은 어디일까요?
이곳에서 지낸 짧은 생활동안 수십여종의 키보드를 만져봤지만 정말 "100% 이거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그런 키보드를 아직까지는 만나지 못한 거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건데 아직까지 그런 키보드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은 실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늘 장터를 모니터 해야하고, 맘에 드는 키보드를 가진 회원분들께 미안함과 뻔뻔함의 이중적 실눈을 뜨고서 예약쪽지를 날려야하고..^^; 고단하고 서글픈 일상의 반복인거죠.

<Telxon사의 82키 Backlit Keyboard> 라는 명칭도 사실 제대로 된 정식명칭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누구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 키보드.. 컴퓨터의 전원을 넣으면 별 볼일 없어 보이던 칙칙하고 자그마한 키보드가 빨간 빛을 발하며 한 순간에 시선을 사로잡아버리는 키보드.
우리는 그 키보드를 '빨간불'이라고 불러왔습니다.
'로망'이라고 말하는 것은 기실 그것이 누구나에게 쉽게 다가서는 무엇이 아니기에, 그렇기에 우리는 그것에 로망이라는 환상과 꿈의 실체를 부여합니다. 완성도 높은 만듦새로 정평이 높은 빨간불은 고가의 가격대와 (과거의 가격대는 빨리 머리에서 지우는것이 도움이 될겁니다. 지금은 지금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할 듯) 한번 소장하면 잘 내놓지 않는 키보드중의 하나기에 제가 생각하는 5대 로망의 키보드에서 빠지지 않고 한자리를 계속 유지해오고 있는듯합니다.
최고의 키보드로 불리우던 빨간불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키캡의 지워짐 현상'이라는 보고 이후에 갑작스레 외면 받고 가격대는 30% 이상 붕괴되어 버린 듯 합니다. 저역시 신동품 흑축 빨간불을 구입해놓고서 스위치 변경 작업을 앞두고 있다가 빨간불의 키캡이 지워져 종내는 안쪽의 하얀 부분만 남게되는 사진을 보고 바로 방출해 버렸던 아픈 기억이 나는데요. 그것은 명백한 실수였고, 실수를 깨달은 시점에서 다시금 빨간불을 구해보려고 해도 쉽게 구해지지가 않더군요.
다행히 한 분의 도움으로 한승엽님이 들여오시고 빠샤님이 실사용할 수 있게 개조해주신 백축 빨간불을 다시금 영입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이 키보드의 내/외관을 잠시 둘러보도록하죠. 뭐 이미 많은 분들이 다양한 사진을 통해 구경해보셨겠지만 새삼 다시한번 들여다보는 재미정도로 봐주시면 좋겠군요..^^;



OEM으로 빨간불을 만든 TG3에서 나온 DECK 키보드 같은 경우에는 잘 아시듯 보강판이 없고 여러 LED를 사용해서 멋을 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 멋내기의 일환으로 약간은 빛이 투과되는 반투명보다 좀 진한 느낌의 하우징을 사용하는데 빨간불의 경우는 완전 불투명의 하우징을 사용하고 있으며, 굉장히 야무지고 단단한 인상을 주지만 분해해서 뒤틀어 보거나 눌러봤을 때 매우 단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일반적인 101키의 하우징처럼 중간 지지되는 부분이 없는 미니키보드의 하우징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일 거라 생각하구요.
상단 부분에 보면 케이블 홀이 두 곳으로 나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사실 왼쪽의 구멍은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뜯어보면 아시겠지만 빨간불의 케이블은 그 짧은 길이로 유명하고, 그 짧은 케이블의 굵기 또한 무척 두껍습니다. 더군다나 컨트롤러부와 연결된 부분이 우측인데 이곳으로부터 케이블을 휘어서 왼쪽 구멍으로 케이블을 빼내기란 상당히 무리가 있어 보이구요. 그렇기에 쓸데없는 먼지구멍(?)이 되버린 듯 싶습니다.
빨간불의 키는 전체 82키를 사용하고 있으며, 스페이스바를 제외하곤 스테빌라이저가 적용된 키는 없습니다. 키캡은 익히 잘 아시듯 이색성형이긴하지만 표면은 하얀색 내부 구조물 위에 텍스트를 놓고 위에 검은색 코팅을 한 듯한 재질로 장시간 사용시 키캡이 지워진다는 보고가 아마 여기서 생성된 듯 싶습니다. 하지만 간과된 문제점은 표면이 점점 지워지고 검은색 부분이 사라지면서 내부의 하얀색이 그대로 밖으로 보여지는 시점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기가 도대체 어느정도의 실사용과 어느정도의 타이핑을 했을 때 전개가 되는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는 아직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빨간불을 백축으로 개조해서 장시간 사용하신 이재님이나 청축으로 개조해서 오랫동안 사용하신 블랙체리님이나 키캡이 지워지는 느낌은 아직껏 받지 못했다고 하셨고, 사실 두분 선배님의 말씀을 접하고서 빨간불을 다시금 영입할 마음을 먹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제가 귀가 좀 얇습니다..ㅎㅎ) 키캡 지워진다는 보고 때문에 저처럼 빨간불을 외면하셨거나, 방출계획이 있는 분들은 좀 신중해지실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추가로 키캡 쪽에서 마지막으로 살펴 볼 것은 아무래도 개조안한 오리지널 구형백축 빨간불은 스페이스바가 기존의 흑축 빨간불의 스페이스바와 조금 다르죠. LED홀이 두 개가 아니고 네 곳이라는거..^^;; 사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빨간불을 넘겨주신다는 쪽지를 받았을 때 망설였던 건 네 곳의 불이 들어오는 스페이스바 때문이었습니다. 흔히 말하길 많은 것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고 하죠. 이 스페이스바는 빨간불이 가진 중후함을 반 이상 깍아먹는다는 느낌을 최초에 봤을 때 부터 느꼈던 것이기에 그냥 빨간불을 재영입하고 싶었지만 그나마 백축 빨간불이라도 다시 못구할 거 같다는 두려움이 엄습하여 영입하고 고생해서 스위치 바꾸고.. 그런 일련의 시간을 함께하고나니 이제는 싫어했던 느낌은 많이 없어지긴 했습니다만 가끔 두 곳 LED를 빼버리고 빛이 나오는 부분은 검은색 매직으로 칠해버릴까 하는 충동을 느낄 때가 없는 건 아닙니다..^^


[기존 흑축 빨간불은 스페이스바 사이에 LED자리만 있고 LED는 없다]


[컨트롤러부는 기판의 플라스틱 걸림 부분에 끼워 맞춰 움직이지 않게된다]


[빨간불의 컨트롤러부]


[빠샤님이 장착하신 12v 승압 부스터]


[하판면의 안쪽 중앙에 컨트롤러와 연결된 장치 / 연결하지 않으면 키보드가 작동하지않는다. 무엇에 쓰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판면의 질감.. 구멍은 왜 뚫려있는거지?]


빨간불의 뒷면은... 원래 특수목적용으로 개발된 키보드여서인지 높낮이 조절다리도 없고, 결합나사부분이 하판과 하우징 보다 바깥면으로 돌출되어있어서 반드시 (수건깔고 쓰면 반드시는 아닙니다) 미끄럼 방지고무등을 부착해서 써야합니다. 익히 아시듯 하판은 알미늄판이며, 다수의 나사들로 체결이 되어있고, 키보드를 분리하기 위해서 내부의 나사까지 전부 뽑아낼려면 한참 걸립니다.. 어쨌거나 스위치를 바꾸기 위해선 분해는 필수과정이기에 나사를 풀어내고 하판을 떼어내보면 상부하우징과 보강판이 무수히 많은 나사들로 결합되어있는 광경을 목격하실 수 있습니다.
그외에 흑축 빨간불과 다른것은 하판의 중앙부분에 자그마한 나사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이고, 하판을 떼어내 뒤집어보면 세가닥의 케이블로 연결된 뭔지 알 수 없는 것이 하판 안쪽에 붙어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컨트롤러부와 커넥터로 연결이 되는데 하판을 컨트롤러와 연결하지 않은채 키보드를 작동시키면 작동하지 않더군요.
하판과 연결된 케이블의 커넥터를 분리해서 기판과 보강판을 하우징으로부터 분리해내면 기판+보강판+컨트롤러부가 따로 떼어져서 나옵니다.
빨간불의 단점으로 그동안 지적되어온 높은 높이는 아마 여기서 발생된 듯 한데요. 컨트롤러부가 1800이나 5000등의 경우 기판의 상단부에 위치하기 때문에 따로 높이를 더 높일 필요가 없지만 빨간불은 미니 키보드의 몸체에 컨트롤러부를 둘 곳이 없기 때문에 공간을 만들어야하고 그런 이유로 높이가 높아진 거 같습니다. (높은 높이는 손목 받침대를 쓰면 무리가 없죠)
컨트롤러부는 기판과 프라스틱 걸림부분에 의해 야무지게 고정이 되고 이런 것 하나만 보더라도 아주 세심하게 만들어진 키보드라는 인상을 받게합니다. 얼마전 한승엽님이 백축 빨간불을 들여와서 최초 판매하실 때 LED가 점등하지 않아서 이상한 방법으로 컴퓨터의 전원을 끌어와서 작동시키게 했던 것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그런 번잡하고 보기싫은 사용법을 빠샤님이 부스터를 장착하여 승압시키는 방법을 써서 실사용가능하게 만들어주셨었습니다. 빠샤님이 올려주신 작업 전 후의 사진이 있으니 그 글을 링크합니다.
(http://www.kbdmania.net/board/view.php?id=photo&page=1&sn1=&divpage=1&sn=on&ss=on&sc=on&keyword=빨간불&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790)
기판과 보강판은 리벳을 이용하여 일체화 되어 있기에 두 개를 분리해내는 것은 망가뜨릴 작정을 하지 않는 이상 힘들어보이구요. ^^
보강판은 하우징과 결합을 고려하여 만들어져서인지 미적 감각은 없습니다만.. 재질과 색상, 도색의 질감은 여타 키보드의 보강판에서 찾아보기 힘든 멋진 느낌을 제공합니다. 사실 상용 키보드에서 알미늄재질의 보강판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흔치 않죠.
이환진님이 유리 에폭시 기판이라고 알려주신 빨간불의 기판은.. 뜯어보기 전까지 뭔가 대단한 느낌을 줄거라고 생각했는데..ㅎㅎ 그냥 익히 봐오던 기판과 저로선 별 차이를 모르겠더군요. 다만 스위치를 들어냈을 때 보여지는 기판의 안쪽면은 뒷면과 똑같이 동박이 있고, 디자인도 되어있는 것이 신기하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뒤집어 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패턴이 양면으로 연결이 되어서 제작이 되었다고하니 아무 의미없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아니겠죠.

우왓!! 적다보니 다 아는 쓸데없는 얘길 장황하게 늘어놨군요. 죄송. (뭐 언제는 안 그랬냐? 짱돌이나 맞아라.. 에잇!!)
^^ 빨간불의 내 외관은 하판면 나사들의 문제점과 어쨌거나 저쨌거나 언젠가 키캡은 지워질 거라는 것, 스페이스바의 아래쪽 각도가 커서 순정상태(흑축, 백축)의 것들은 키압때문에 손가락이 꽤 아프다는것 (그래서 스페이스바 키캡을 반대로 뒤집어서 꽂아쓰시는 분들이 많죠) 과 케이블 길이가 너무 짧다는 것과, 미니 키보드여서인지 아무래도 Backspace와 Enter, 오늘쪽 Shift키등을 누를 때 적응초기에 우측의 편집키 배열을 의식하게 되면 오타가 발생하는등의 문제점등을 가지고 있지만 그 어떤 키보드도 가지지 못한 빨간불만의 분위기랄까.. 그러함들은 분명 타이핑 만족도 100%에 근접하는 키보드임에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 알고리즘algorithm은 각자의 마음안에서...

누구나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가치라는 것이 있겠지만 보편적인 것은 전체가 아니기에 나는, 또는 그 누군가는 보편의 밖에 서 있는 일부일 수가 있을것입니다. 빨간불에 있어서 그동안 최고의 조합으로 알려져왔던 백축 슬라이더에 갈축 스프링을 쓰는 것은 직접 접해보기 전까지 제게도 최고의 느낌일거라고 생각해왔습니다. 사실 제게 있어서 최고의 빨간불은 청축 스프링으로 교체한 흑축 빨간불이었지만 백축에 갈축 스프링의 조합은 접해보지 못했기에 그 느낌이 더욱 궁금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빨간불을 구하면 그렇게 해보리라 결심도 했었구요.
하지만 실제 접해본 백/갈의 조합이 주는 느낌은 그렇게 제 마음에 흡족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1800 백축에 낮은 키압 스프링이 주는 그런 최고의 만족감을 기대했었던 거 같은데 약간 돌각거리는 느낌이 왠지 맑고 구분감 짙은 기존의 느낌과 거리가 있게 느껴졌구요. 왜 만족스럽게 느껴지지 않는가..그 느낌은 순정 백축 빨간불을 구해서 타이핑해보고 확연하게 알게 됐는데요. 뭐랄까.. 두번 걸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무래도 키캡의 영향때문이겠지만 순정 상태의 백축 빨간불이 주는 느낌은 넌클릭이 가지는 통상의 느낌인 한번 걸림이 느껴지고 이후 타이핑으로 내려서는 느낌에 한번 정도 더 걸리는 과정을 거친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존 백축이 주는 기분좋은 느낌 대신에 달그락 거리고 약간 걸리적(?) 거린다는 기분이 들더군요. 이전에 접해본 빨간불에 백/갈의 조합이 왜 제게 만족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저 자신만의 해답이랄까.. 그런걸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들었구요. 그래서 애초의 계획을 변경하여 청축을 이식키로 결정했습니다.



키보드를 뜯어놓고 납을 제거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팽팽한 긴장감속에 놓여있었습니다. 그것은 애써 피해왔던 보강판에 납땜이 되어있는 것들의 분리작업을 오랜만에 해보게 된다는 것과, 처음으로 LED가 부착되어있는 것을 작업해본다는 두려움때문이었을 겁니다. 보강판에 납땜이 되어있는 것을 작업하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보강판과 기판 사이에 스위치를 밀착시키기 위해 보강판용 키보드들은 스위치 다리를 다 구부려서 만들어져있고 이것을 추출해내는데 있어서 저로선 상당히 고생이 되기 때문이며, LED같은 경우는 오래 열을 가할 경우 자체가 타버려서 불이 들어오지 않을까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빨간불의 경우에 보강판용 스위치이기 때문에 고정용 ㄷ자핀은 없지만 LED가 꽂혀져 있어서 네 곳의 납땜을 제거해야 하며, 지금까지의 것들이 동박면에 약간의 납을 입혀놓은 것과 달리 빨간불은 기판 안쪽까지, 심지어는 반대쪽 동박면까지도 납으로 차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열을 가해야 하며 접힌 곳을 펴주기 위해서 추가로 열을 가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키보드에서도 가져보지 못한 긴장감과 손떨림은 그 자체로 작업에 있어서 난관이더군요. 역시 모든 문제는 마음안에 있는 것일까요..
다행인지 기판면을 살펴보니 LED의 다리들은 기판쪽으로 접어놓았지만 스위치 다리들은 기판과 보강판이 고정형이라서인지 다리가 펴진 상태로 납땜을 해두었더군요.
일단은 먼저 LED를 추출해내야만 스위치를 분리할 수 있기에 LED제거를 시작했습니다. 역시 이때 주의할 점은 +/- 극성이 있는 LED의 방향을 확인해 두는 것이구요. 위에서 봤을 때 LED안쪽의 철심(?)이 뭉툭한 부분과 작은 부분이 있는데 뭉툭한 부분이 왼쪽으로 간다는 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역시 단순무식)
납이 많이 차있기에 열을 평소보다 많이 가해야한다는 글을 기억하고 있어서 열을 많이 가하고 흡입기로 납을 추출했지만 역시 초기에는 윗부분의 납만 제거가 되어서 애를 먹었습니다.
납제거를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번에 제거가 안되고 납이 조금 남으면 이것을 제거하기가 훨씬 힘들거든요. 어쨌든 일단 마음은 LED가 나가면 셋트로 사서 다시 꽂아주자 하는 독한 마음을 먹고 열을 많이 가하고 납을 제거하고 접힌 다리를 펴기위해 또 열을 가하고 그렇게 LED를 모두 분리한 후에 스위치를 추출해냈습니다. (열을 가할 때 스위치도 마찬가지로 평소보다 더 오래 열을 가해서 한번에 납을 제거하시길.. 안 그러면 스위치 다리에 더 오래 추가로 열을 가해서 기판 구멍사이의 납을 뽑아내야하므로)



구형청축에 대한 미지의 느낌은 아직 해결이 안된 상태지만 소리 안나는 구형청축의 아픈 기억과 실제 큰 차이가 없이 너무 과대포장되었다는 글들과 구형은 수명이 짧다는 글들과, 두꺼운 이색사출키캡을 씌우는 것만으로도 신형청축도 구형의 느낌이 난다는 체리만만세님의 예전 글에 대한 기억과 1800 청축에서의 시간이 지나면서의 만족스럽게 변해가던 느낌등을 종합하여 장터에서 구형청축을 구할 수 있었지만 포기하고 클릭음의 수명이 월등하다는 신형청축의 슬라이더를 이식하고 (구형 스위치에 슬라이더를 신형으로 바꿔도 구형의 느낌이 난다는 블랙체리님의 글도 있었습니다) 스프링은 청축 스프링보다 압이 낮은 또각또각님의 스프링을 이식하였습니다. 청축 스프링을 쓰면 남는 스프링을 쓸데가 없거든요..^^;
스위치를 구성하는데 있어 이번의 주안점은 '균일화를 포기해보자', '클릭음을 줄여보자' 였습니다. 전 막손이고 대충대충파라 키감 균일화 같은 건 애초에 크게 관심은 없는편이지만 특별히 이상이 없으면 대부분 키감은 균일한 편이잖아요. 그래서 청축을 조립할 때 의도적인 제각각의 느낌을 만들어보기로했습니다. 이제 막가는거죠..ㅎㅎ
클릭 스위치는 윤활을 하지 않는것이 정석이고 그것을 몰랐을 때 한번 저도 클릭 스위치를 윤활했다가 소리가 나지 않아서 애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을 적용해보자면 윤활을 지나치게 하지 않는다면 클릭음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윤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와코즈 실리콘 오일 (가진게 이것뿐입니다..ㅋㅋ)로 스프링을 윤활하고 접점부에 약간과 또는 아주 약간과, 약간보다 조금 많게 윤활제를 뿌리고 스위치를 조립했습니다. 주의할 점은 역시 슬라이더는 윤활하면 안된다는 거죠. 슬라이더에 오일이 많이 묻으면 아예 클릭음이 나지 않거든요.
여하튼 이렇게해서 만든 스위치는 제가 원한대로 클릭음에 차등이 생겼습니다. 클릭음을 줄여보고자했던 것은 장시간 타이핑시 피곤한 느낌을 주는 체리 청축의 느낌을 상쇄시키기위한 방편이었는데요. 클릭 스위치들의 경우 스프링의 압력이 클수록 클릭음이 크더군요. 농담으로 스프링이 남기 때문에 또각님의 스프링을 썼다고 했지만 사실 조금 더 낮은 키압의 스프링을 써서 클릭음을 낮추기 위함이었구요. 위험한 클릭 스위치 윤활을 한 것도 클릭음을 낮추기 위함이었습니다. 조립 후 눌러보면 미묘하게, 때로는 확연하게 차이나는 클릭음과 윤활과 스프링의 압을 조금이나마 낮춘덕으로 인한 감소된 클릭음이 의도했던대로여서 많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간과한 것은 역시.. 키캡을 씌우면 달라진다는 것을 또 까먹었습니다. 아무래도 키캡안에서의 스위치 클릭음의 공명때문이겠지만 완성후에 키캡을 씌우고나서 타이핑을 하니 소리가 또 커져버렸지 뭡니까..^^;
그래도 최근에 영입한 서스보강판에 흑색 이색사출 청축을 타이핑해보니 빨간불에 적용한 나름대로의 튜닝 청축은 소리가 훨씬 작더군요.

여하튼 그것은 최후의 일이고 스위치를 눌러봐서 윤활이 과도하게 되어 클릭음이 너무 적게 나는 몇 개의 스위치들은 평생 저로썬 거의 누를 일 없는 펑션키쪽으로 배치하고 스위치들을 체결한 후에 문제의 LED다시 체결하기에 들어섰습니다. LED다리들이 구부러졌다가 일부만 펴지고 그런식이기에 다리들의 모양새가 반듯하지 않고 구불구불한 편이라 스위치위에 집어 넣고 뒤집어 납땜하려고 했을 때 빠지지 않는 것도 있지만 슬쩍 빠져버리는 것들이 많더군요. 조금이라도 LED가 빠진 상태에서 납땜을 하면 LED의 머리부분이 스위치의 상부하우징보다 위로 나오기 때문에 반드시 LED는 최초의 모습처럼 끝까지 밀착이 된 상태에서 납땜이 되어야합니다.
하지만 다리를 다시 구부려서 납땜하기는 싫어서 생각한 것이 LED와 스위치를 테이프로 붙여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테이프를 선택시 떼어냈을 때 흔적이 남는 테이프들을 반드시 피해야합니다. 그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 테이프들을 몇 종 써봤는데 보강판쪽은 테이프가 잘 붙지만 스위치에는 테이프들이 통 붙어있지를 않더군요.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요.. 결국 생각해낸 것이 스위치 하우징과 LED사이에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하면 LED가 바깥쪽으로 장력을 받아서 뒤집었을 때 흘러내리지 않을 거 같더군요. 그래서 종이 테이프를 잘게 찢어 몇 번 접어서 스위치와 LED사이에 집어넣어서 무사히 납땜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평소에 하지 않던 짓을 해서 호들갑을 좀 떨었는데요. 상부 두 줄만 일단 LED를 납땜후 키보드를 연결해보니 불이 한개밖에 들어오지 않는겁니다. 올것이 왔구나 싶기도하고.. 난감하기도해서 질문쪽지 날리고 해서 알게 된 것이지만 빨간불도 전체가 연결되지 않으면 패턴이 끊기기 때문에 중간점검시 불이 들어오지 않는것이 당연했던겁니다.
여하튼 쪽지글에서 알려주신 LED점검 방법인 동전건전지의 양면에 LED를 끼워서 불이 들어오면 LED가 이상이 없다는 방법으로 점검을 해봤는데 한개도 불이 들어오지 않더군요. 그래서 LED가 다 타버렸구나 싶어서 다음날 퇴근하여 일단 한번 납땜이나 해보자하는 마음에 납땜을 전체 완료후 키보드를 연결하고 정말 심장이 막 뛰어서 전원 스위치를 넣을 때 키보드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돌려서 전원을 넣은 후 한참 후에 살짝 실눈을 뜨고 쳐다보니.. 아.. 정말 불이 전부 들어와있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요.. 그동안의 가슴떨림과 긴장감이 모두 풀려버리는 느낌..
이 느낌에 이 고생을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동전 건전지로 LED를 점검했을 때 불이 들어오지 않았던 건 나중에 생각해보니 동작전압이 맞지 않아서였나봅니다.)

완성된 청축 키보드를 타이핑하면서 알고리즘이라는 말을 처음 접해본 때가 생각이 나더군요.
폴더가 뭔지도 모르는 컴맹이었는데 산골마을에서 신문에 난 웹 프로그래밍 과정의 학생을 모집하는 것을 보고 보험을 해약하여 수원으로 무작정 상경하여 웹 프로그래머를 꿈꾸며 공부했던 시절이있었습니다.
그 때 인상적이었던 말 중의 하나는 프로그래머는 책을 많이 봐야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유능한 프로그래머가 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웹 프로그램은 간단한 것이지만 어쨌거나 약간의 언어가 들어간 페이지하나를 만들더라도 마치 이야기를 쓰듯이 코딩을 하면 잘 될거라고 하더군요. 그것은 무척이나 재밌고 유용한 말이었는데요. 내가 이렇게 한 무언가를 누가 클릭했을 때 이렇게 되고, 또는 저렇게 되고.. 마치 얘기를 하듯이 하나하나 풀어가며 코딩하는 습관을 들이니까 참 재밌더라구요. 이것으로 취업해서 더 공부하여 좋은 진짜 프로그래머가 될 희망이 있었고 잘한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는데.. 면접은 한번도 보질 못했습니다. 제가 코딩해놓은 소스를 베껴서 공부하던 진짜 프로그램 배운 전산 전공한 동생들은 전공자여서인지 이력서 보내는곳마다 면접보러 오라고 연락이 오던데..^^;;
아.. 이런 알고리즘에 대한 얘기를 하려다가 쓸데없는 신세한탄만 했군요.
알고리즘은 제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 그 당시라면 하나의 웹 페이지가 정상적으로 웹상에서 구동되기위해 코딩을 거쳐 완성되는 절차같은 거겠죠. 흔히 말하는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표현과 비슷하다고 생각을했었는데요. 어떻게 가든 서울만 가면 되는것과 어떻게든 페이지가 구현만 되면 되는 것. 그 안에서 알고리즘이란 복잡한 길을 선택하고 불필요한 구문들로 가득한 페이지를 만들어내어 목적을 달성하는 것도 맞는 것이지만, 길은 많고 같은 페이지를 구현하더라도 방법론은 단순화할 수 있고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정답은 없지만 간결하고 빠른 알고리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들은 거 같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키보드와 키감을 찾아 번뇌하는 시간의 길 위에서 지름길을 찾고 편한길을 찾고.. 급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그러함이 정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때론 막고 품는 식의 무식함과 손에 남기는 무수한 상처들을 훈장처럼 안고서 (빨간불 작업하면서 일곱군데나 피봤습니다..ㅎㅎ) 만들어낸 자신만의 키보드를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목적'에 도달하는 '수단'으로써의 알고리즘이라는 절차는 각자의 마음안에 있는 것이지만 그 마음을 유지하고 서슬퍼런 날을 세운채 내일과 내손안의 키보드 하나를 기약하는 일은 모두가 같아야만 한다고.. 그런 생각을 해보게되네요.


## 익숙해진다는 것은..



키보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여러분은 여러분이 쓰시고 계신 키보드를 정의해보신다면 뭐라고 하실지 궁금해지네요..^^
왜 어렸을 때 귀여운 일러스트 그림에 'Love is~~ ...'  는 뭐다뭐다라고 정의한 스티커가 들어있는 먹거리를 사먹곤 했던 기억이나는데요.
저는 제가 쓰는 키보드들을 이렇게 정의해봅니다.
'내 고향에 있는 관광지'

제 고향에는 마이산이라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습니다.
멀리서 친구나 지인들이 오게 되면 딱히 갈 곳도 없고 그럴 때 마이산에 데려가곤했는데요.
처음 와본 객지사람들은 산의 생김새나, 탑사의 탑이나, 역 고드름 현상등에 대해 신기해하고 감탄해하곤합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늘 봐오고 소풍이나 기타등등.. 그곳을 자주찾는 제겐 그저 늘 그곳에 있는 매일 먹는 밥과도 같은.. 그런 것이지요.
그것은 바꿔 말하면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을 가볍게 생각하고 남의 떡이 커보이는 마음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무언가에 익숙해진다는 것도 그와 비슷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사이에서도 익숙함은 곧 소홀함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뎌짐'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체리 청축은 처음에는 방정맞고 고주파음같은 클릭음이 너무나 싫었었죠. 그래서 흑축 스프링을 넣어서 소리를 크게하면 고주파음같은 클릭음이 상쇄가 된다고 생각도 했었구요. 반대로 압을 낮춰서 상쇄시키는 방법도 생각을해보게 됐었구요. 하지만 하나 뿐이었던 1800 청축을 친구 줘버리고 난 후 취향이 넌클릭에서 클릭으로 다시금 전환이 되고, 친구집에 갈 때마다 눌러보게 되는 청축의 클릭음이 점차 좋아지고 정이들기 시작했습니다.
'익숙함'과 '무뎌짐'이 주는 간극의 차는 생각하기 나름일테지만 무언가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나쁘게 말하면 단점을 덮어버리는 것일수도 있겠죠. 오늘 사용기의 서두에 사내커플 얘기를 꺼낸것도 아마 그래서였을겁니다. 체리 청축의 익숙해짐으로 인한 마음의 길들임에 대한 보고?? ^^;
빨간불에 적용된 청축은 익숙해져서도 아니고 무뎌져서도 아닌.. 그 자체로 맘에 들고 좋습니다. 일반적인 타이핑을 할 때는 서로가 묻혀버려서 각각의 느낌은 잘 안나지만 개별적으로 눌렀을 때 조금씩 다른 느낌이 주는 신선함도 좋구요. 타이핑의 느낌이란 것은 말로 전달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이렇게 두루뭉술 얘기하고 넘어갑니다만.. 익숙해진다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고 넘어가야할 것 같았습니다. 자꾸 보다보면 정이들고 익숙해지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자기암시성 함정에 빠질때 그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기에 스스로 합리화를 통해 어떤 무언가를 베스트로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오늘의 사용기는 저의 체리청축에 대한 느낌이 좋은 것을 진정 발견한것인지 익숙함으로인한 함정에 빠진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된 거 같습니다.
좀 지나치게 장황하게 사용기를 써서 송구하지만 언젠가 저처럼 빨간불에 칼을 대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서 그리한 것이나 널리 양해부탁드립니다.
흐린 날들에 모두의 마음에 청량한 클릭음이 들기를 바라며..


## 감사함을 전해야하는데..



어떡하죠.. 지금까지 어떤분에게서 무언가를 받고서 아이디를 잊거나 한 적이 없었는데.. 빨간불을 넘겨주신 분의 아이디를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까마귀 고기를 너무 많이 먹었나봅니다.
분명 예전에 크리스마스 이벤트때 리무버 드린 분 중의 한분이었던 거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무리 기억하려해도 생각이 안나네요.
죄송하구요. 감사드립니다. 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주신 분은 기억하실테니 주신 키보드 제가 이렇게 만들었다는 거 봐주세요..^^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