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사이트 공식 리뷰어 fineapple님의 글 입니다. 숨겨진 보물 DAIA 키보드에 관한 이야기를 써주셨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From kant1971

들어가기 전에 ...

참고로 필자는 키보드에 목매다는 매니아도 아니요, 그렇다고 PC사면 달랑 하나 끼워주는 싸구려를 감사하게 쓰는 무식쟁이도 아니다. 그저 타이핑이 많은 직업 탓에 “키보드만큼은 돈 좀 주더라도 좋은 거 써보자”라는 소박한 바램을 가지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소위 요즘 말하는 ‘프로마추어’ 언저리쯤에 걸쳐 있다고 할까?

기왕이면 싼값에 손가락이 즐거운 키보드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마음이야 누구인들 덜하겠느냐마는 ... 다른 PC 부품과 달리 직접 두드려봐야 감이 오는 키보드는 직접 용산에 나가 탐방하기 전에는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로지텍이니 MS니 비싼 키보드가 있긴 하지만 비싸다고 딱 내 마음에 드는 키 감을 가지란 법은 없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용산에 나가 발품 판다 하더라도 딱 마음에 드는 키보드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사실 별따기보다는 쉽겠지). 어쨌든 그런 키보드 정보를 모아놓은 kbdmania가 생겨서 기쁘다. 무궁무진 발전해서 좋은 정보 샘터로 발전하길 바란다. 서론이 길었다. 잡소리 그만하고 시작해 보자!

우연한 만남! 저렴한 가격!

그러니까 시간을 거슬러 2002년 봄의 어느날이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보니 회사에서 새로 사준 PC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만날 다른 직원들 죄다 펜티엄3다 AMD다 쓰는데 나만 셀러론 600MHz 쓴다고 투덜대던 소리를 우리 사장님이 들으셨나 보다. 케이스를 열어보니, 더헛! 펜티엄3 1Ghz다. CD-RW도 달려있었고 그래픽 카드도 피포스2고 우힛~
뭐 거기까진 좋았는데 이전 PC를 들고 가면서 애지중지하던 90년산 AT-타입의 IBM 오니리지널 기계식 키보드를 누가 들고가 버렸다. 대충 언넘인지는 통밥이 갔으나 본인이 오리발을 내미니 할 수 없다. 심증은 있되 물증이 없구나. 오호통재라!

새 PC에는 의례 그렇듯 삼성 PS/2 키보드가 달려 있었다. 마우스도 삼성 OEM이다. 아 ... 이런 싸굴팅이들이 있나! 당장 기계식 키보드를 하나 장만하리라 마음먹고 용산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버뜨, BUT ... 시중에 기계식 키보드는 씨가 말랐더라. 세진 기계식은 공급량이 적어 구하기 어렵고 예전의 명품들도 죄다 구경조차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아론이 있었지만 ... 딸깍거리는 맛이 영 본인의 입맛에는 맞지 않더라.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은 편이었지만 선 듯 구입하기가 망설였다.

그러던 와중 터미널상가 3층 소모품 전문점 한 귀퉁이에서 발견한 것이 DAIA DA-2000 키보드. PS/2 타입에 기계식 키스위치(짝퉁이긴 하지만), 손목 보호대 포함해서 단돈 1,1000원! 더 무얼 망설이랴, 그냥 싸들고 왔다.

저가 짝퉁 키보드에도 격이 있다!

DAIA DA-2000(이하 다이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 ’기계식 맛보기‘다. 1,1000원으로 기계식 키보드를 바란다는 건 사실 욕심이고, 한 번도 기계식 키보드를 만져보지 못했다면 ‘대충 이런 느낌’이라는 걸 파악하는 정도라 할 수 있다. 그 이상은 아니다.

일례로 처음 다이아 키보드를 두드렸을 때 드는 딸깍거리는 경쾌한 소리는 영락없이 기계식의 그것이다. 그러나 A4 용지 1매 분량의 타자를 친 후 드는 느낌은 ‘이건 좀 아닌데 ...’라는 느낌이다. 즉 기계식의 중후하고 안정적인 맛은 없다는 결론이다. 키스위치가 울리는 소리 역시 처음에는 경쾌하지만 좀 지나보면 소위 리듬감이 없는 소음으로 변하게 된다. 경쾌하다 못해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반복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사무실 내에서라면 금새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게 된다. “거 싸구려 키보드 하나 가지고 어지간히 티를 내는구먼” 뭐 ... 그런 거 말이다.
내구성도 그리 좋지 않다. 1년 반쯤 쓰고 나니 키스트로크 간격이나 압력이 일정치 못하고 일부 키는 뻑뻑하게 변질되고 말았다. 필자의 타이핑 수가 일반적인 PC 사용자의 2~3배는 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러운 내구성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아는 몇천원대의 싸구려 멤브레인식 키보드와는 격이 다르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손가락의 피곤함을 덜어주며 타수도 조금 는다. 필자의 경우 오타율 1% 미만으로 평균 250~300타 정도 치는데 다이아를 사용하고 난 후 50타 정도 늘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웬만한 멤브레인식 보다는 낫고 최상급 멤브레인보다는 떨어지는 그 정도 레벨이다. 물론 오리지널 기계식 키보드에 비하면 쓰레기긴 마찬가지지만.
키보드에 정통한 지인의 말로는 다이아의 키스위치가 정통 기계식은 아니란다. 멤브레인과 기계식을 섞어 놓은 정도로(정확한 명칭은 모르겠다), 쉽게 말해서 소리와 감각을 흉내낸 정도라고 한다. 하긴 제대로된 기계식 키스위치를 써서 1,1000원이라는 단가를 어떻게 맞추겠는가?

구할 수 있으면 한번 써볼만한 가치

결론적으로 가격대 성능비면에서는 괜찮은 제품이다. 싸구려 티가 그대로 드러나는 제품 디자인, 쓸데없이 붙여놓은 Power-On/Sleep 등 기능키, 어설픈 키 레이아웃 등의 무수한 단점도 싼 가격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Made in China로 알고 있는 이 키보드를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는 힘든 상태. 나름대로 장점은 있지만 브랜드와 홍보의 미흡, 그리고 유통 마진의 열악함 등의 이유로 2003년 여름 현재 쉽게 구할 수 없는 명품 아닌 명품이 되고 말았다.

만일 지금 kbdmania에서 다이아 키보드를 구할 수 있는 곳을 알고 있다면, 한번즘 공구를 진행해도 좋을 듯 싶다. 싸구려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격을 지닌 키보드. 기계식을 모방한 짝퉁이긴 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키보드, 굳이 찾아다닐 필요는 없지만, 있다면 한번 써볼 만한 키보드 ... 그게 바로 다이아 키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