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q mx-1800


## 간략제원

키보드 이름 :  Compaq MX-1800
사이즈 : 가로 40.3Cm X 세로 17.9Cm X 높이 5.6Cm  (높이 조절 다리를 폈을 때/ 펴지 않았을 때 4Cm)
스위치 : 체리 갈색 넌클릭
무게 : 약 1,150g (알미늄 보강판 포함)
연결방식 : PS/2
키탑 인쇄방식 : 이색사출성형
제조 : Cherry
생산지 : Germany
Article Number : G80-1838HPU
FCC ID : GDD5YOG80-1800



## 한때는 나와는 상관없던..


이곳이 있는줄은 그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애써 외면해 오다가 회원가입을 한 얼마 후에 1862블랙 공동구매가 이뤄진적이 있었다.
16만원 정도 했었던 거 같은데..
순식간에 공구가 종료되는 것에 놀라기도 했지만 표준배열의 키보드에 익숙해있던 내게 희한하게 생긴 1800배열의 키보드를 순식간에 사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진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별로 좋아보이지도 않는데.. 놀라운 가격이라니...
그 뒤로도 무척이나 오랫동안 1800배열이나 11800/11900등의 키보드들을 사는 사람들이 참 이상해보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나하고 전혀 상관없는 키보드였던 것이다.
1800배열의 키보드는..


##부엉이가 1800을 말한다면 참 우스운 일이다.



단종된 키보드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회원님들의 개조에 대한 놀라운 열의는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1800들을 멤브와 기계식을 아우르며 한국땅으로 영입하기에 이르렀고,
최소한 이제 이곳에서 1800은 국민키보드라고 불러도 될만큼 대중적으로 많이 보급이 된 듯 합니다.
더군다나 기판을 이용한 개조에 있어서 가장 많이 다뤄진 키보드기에 그 안과 밖의 모습과 장단점은 회원분들 머리와 손끝에 각인되어있는, 개조에 있어서 가장 사랑받는 키보드가 된 듯도 합니다.
11800이나 11900등의 트랙볼이나 터치패드가 달려있는 키보드들은 지금도 전혀 눈이 가지 않는 상황이긴 하지만, 저런 모양의 키보드를 왜 사는가 궁금하기만 했던 1800이 어느 순간 의식안으로 다가오면서 제게도 석 대의 1800이 어느덧 생겨버렸습니다.
1800 pos의 백축이 주었던 만족감과 멤브 1800의 구입과 그에 따른 청축개조의 수난에 대한 기억, 그리고 사진을 보고서 반해버린 고급스런 느낌의 컴팩1800까지..
처음 1800 청축의 사용기를 쓰면서 편집키가 저만치 떨어져서 위에 위치하고 있는 것에 지나치게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이렇게, 저렇게 여기저기 널려있는 키들을 찾아서 이런저런 키보드들을 사용하다보니 그 불편했던 기억조차도 그저 아련하기만합니다.
컴팩 1800을 실사용하면서 현재는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이제는 배열이 문제가 아니라 어떤 키보드가 자신의 마음에 드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가 더 큰 것임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 튜닝하지 않은..



묘하게도 와이즈 갈축을 만들어본 이후로 갈축을 싫어하게 됐었는데 이번을 포함하여 최근 세번의 사용기가 모두 갈색 스위치를 사용한 사용기가 되버렸네요..^^;
컴팩 1800은 알미늄 보강판을 장착한 것을 제외하면 스위치 자체에 아무런 튜닝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또각님의 테이핑 튜닝팁이 나오기 전이었고, 보강판 작업시 와코즈 윤활제를 아직 구입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여하튼 순정 갈축의 키감이라고 하는 것이 예전에 마제스터치를 들여와서 쳐본 것이 전부고, 와이즈의 갈축은 제느낌이 거의 나지 않는듯했고, 최근에 작업한 두번의 갈축은 모두 스프링이 제짝이 아닌관계로 제대로된 갈축의 느낌이 어떤 것인가 기억을 잘 못하고 있습니다.
digipen님의 말씀에 따르면 컴팩 1800의 갈축 슬라이더는 금속 접점부와 마찰부위가 다른 갈축의 슬라이더보다 더 두꺼워서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현재 비교분석이 좀 어렵긴 하지만 컴팩 1800의 느낌은 확실히 '부드럽고 포근하다' 는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테이핑 튜닝을 하고 윤활을 했던 3000 갈축과 비교해보자면 3000에 들어간 청축 스프링의 영향으로 3000의 키감이 좀 더 가볍고 부드러운 듯 하지만 포근하다는 느낌에서는 컴팩의 느낌이 좀 더 앞서는 듯 합니다.
현재 책상에 놓여있는 필코의 텐키패드에 들어있는 갈축을 눌러볼 때 확실히 이런 부드럽다거나 포근하다거나의 느낌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마제스터치보다 텐키패드의 키감이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텐키패드의 키감이 현재 마제스터치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는 하더라도 확연히 차이나는 키감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그것은 키캡의 높이가 낮은 컴팩 1800의 영향이 주는 느낌도 간과할 수 만은 없을 거 같기도합니다.
키캡의 높이가 확연히 차이가 많이 나는 기존의 1800이나 3000등을 타이핑할 때 낮은 키캡의 문자열에선 같은 갈축이라도 안정적이고 좋은 느낌을 주지만 키캡의 높이가 높아지는 특수문자열이나 펑션키쪽을 눌러보게 되면 흔들림과 유격, 깊이의 차이에서 오는 푸석함으로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컴팩의 갈축에선 낮은 키캡의 영향으로 그런 불균등한 느낌을 가지지 않게 되고, 컴팩 1800을 레어품으로 많은 분들이 소장하기 원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인듯합니다.



## 이질감과 조화로움에 대하여



키감만을 논하던 때로부터 좀 더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덧 마음안에 있는 여러 감정들은 단지 키감만이 전부가 아닌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리 키감이 좋다고 하더라도 내 책상위에서 지나치게 이질적인 모양새를 가진 키보드를 올려놓고 사용하기 어색해지기 시작하고 있고, 이제는 키감과 함께 책상위에서 조화로운 모양새를 가진 그 무엇을 더욱 생각하게 되는 듯 합니다.
제가 컴팩 1800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 조화調和라는 부분에 있는 듯 합니다.
현재 우리들이 사용하는 많은 키보드들이 과거의 유산이라 디자인이나 색감등이 현대의 컴퓨터 시스템과 좀 이질적인 느낌으로 존재한다는 생각들은 많이들 해보셨을 거 같은데요.
컴팩 1800은 자그마한 크기와 오트밀 컬러의 고급스러움으로 인해 설령 블랙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밀키 화이트가 보기에는 좋지만 금방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것과 대조적으로...
십여년이 훌쩍 넘어버린 과거의 키보드지만 현대의 시스템과 잘 매치되는 것을 넘어서 내 책상을 풍요롭고 화사하게 만드는 느낌을 받고 있기에 맘에 드는 키보드 하나가 책상에 놓여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때 즐겁고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조화가 이뤄진다는 것은 의식의 언저리에 있는 자그마한 불편으로 인한 손실과 장애를 가볍게 넘어설 수 있음이며, 무의식의 영역안에 있는 이질적인 기억의 찌꺼기도 청소할 수 있음을 생각해볼 때 비단 컴팩 1800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맘에 드는 키보드를 만나게 된다는 것의 즐거움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듯 합니다.


## 부족한 사용기를 마치며



이곳에서의 14번째 사용기지만 부끄럽기 그지없는 사용기네요.
많은 분들이 각종 게시판에 진보되고 훌륭한 글과 의견을 올려주고 계신데 저는 답습과 안주의 글밖에는 쓸 수가 없나봅니다..
아는 것이 부족하여 더 이상 사용기를 쓸 수 없을 거 같았는데 어느 키보드는 사용기를 써주고 어느 키보드는 사용기를 써주지 않으면 그 또한 소장 키보드에 대한 예의(?)가 아닌듯해서 그냥 간략한 느낌만 스케치하듯 적었습니다.
부실 사용기라고 너무 책망하지 마시길..
사실.. 5170의 사용기를 14번째 사용기로 쓰다가 포기해버렸습니다. 점점 한줄의 글도 참 어렵구나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오늘 사용기의 컴팩 1800은 보강판 작업하면서 그동안 체리 기판의 'ㄷ자 핀'의 역할이 단지 기판위에서 스위치를 고정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무지를 깨우치는 계기가 됐었습니다.
체리 기판의 동박은 쉽게 떨어지는 편인데 특히 ㄷ자핀의 경우는 동박면이 작아서 납을 흡입할 때 자주 떨어져 버리죠. 저는 무조건 보강판을 장착해야만 만족하기에 그동안 ㄷ자핀이 떨어지거나 말거나 신경을 쓰지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4개월전 컴팩1800에 보강판 작업후에 일부열의 스위치가 작동을 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환진님께 문의를 드렸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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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자 핀은 말씀드린대로 그냥 고정의 역할이 아닌 점핑을 위해서 쓰이는 것이 원래의 목적입니다. 그래서 아예 다 땜을 하지 않으면 키보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단면인 기판(그래서 키 매트릭스의 패턴이 기판의 아래쪽 한면에서만 구성되는 일반적인 기판)에서 연결되어야할 매트릭스를 설계하다보면 배선이 서로 얽히고 꼬여서 복잡하게 되기 쉽죠. 그래서 그걸 기판의 윗면쪽(체리는 ㄷ자핀을 이용하니 스위치내부를 통해서 연결선을 점핑한다고 해야 맞겠죠)으로 돌려서 점핑 시켜주는 겁니다. (아직도 이해가 잘 안가시나요? ^^;;)

그러므로 ㄷ자핀이 납땜되는 동박중에서 주변과 패턴이 연결 안된 점퍼부는 동박이 날아가도 작동엔 상관이 없겠죠.
그러나 패턴이 연결된 ㄷ자핀의 동박이 날아갈 경우엔 패턴에 단선이 올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경우에도 "키 -> L키 로의 연결이 ㄷ자핀을 거쳐서 이뤄지는데 부엉이님께서 납땜은 하셨으나 동박 한쪽이 날아가서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되어있어서 그 이후로 연결된 패턴의 모든 키가 입력이 되지 않게 된 것입니다.

뀨뀨님의 기판은... 복층 구조로 패턴의 배선을 설계하셔서(제 블로그의 빨간불개조에서 소개한 것처럼 기판양면에 모두 패턴을 구성하는 것처럼요.) 점퍼 자체가 필요없도록 만들어 놓으셨기 때문에 ㄷ자핀부분은 땜을 하든 안하든 관계없는 것이었구요.
그러므로 작업하실 기판이 뀨뀨님의 것이라면 ㄷ자핀은 땜을 안하셔도 상관이 없습니다. - 그래도 안정성을 위해 모두 솔더링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체리 오리지널 기판이라면, 완전히 좌우와 배선이 연결되지 않은 빈 점퍼의 동박은 땜을 안하셔도 작동엔 이상이 없겠지만 패턴의 배선이 연결된 점퍼의 경우는 꼭 연결해주셔야 정상적으로 작동하겠죠. 그러니 정말 주의를 기울여서 동박이 떨어지지 않도록 디솔더링 하신 후에 납땜을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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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체리 기판의 납땜을 한번도 해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저처럼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계셨을 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환진님의 쪽지글중 중요부분을 발췌해서 옮겼습니다. 다만 환진님의 동의가 없이 옮겨적게 되어서 조심스러운데요. 모르는 분들에겐 좋은 정보니까 환진님도 이해해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이것으로 오늘의 부실 사용기를 마칩니다. ^^


## 감사함을 전하며..



랙마운트에서 잠들어 있던 컴팩 1800을 공수해주시고, 제가 망가뜨린 기판을 복구해주신 이환진님께 진심어린 감사함을 전합니다.
고휘도 빨간 LED를 많이 주셨는데 제대로 불 들어와서 쓰이게 된 것이 이번에 첨인듯 싶네요..^^; 뀨뀨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