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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HHK pro의 사용기를 쓰게 되는군요^^; 사실 일찌감치 사용기를 써보려고
하였으나 회사일로 바쁘기도 하고, 오래 써봐야 더 담백한(?^^) 사용기가 나올꺼
라는 스스로의 위안을 핑계삼아 하루하루를 보내다. 마침 오늘 휴가이고 딱히
할일도 없어서 이렇게 사용기를 적게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써주신 좋은 사용
기가 많은 관계로 저는 사용기 보다는 그간 제 경험을 토대로 써 내려갈까 합니다~

1. 들어가는 글
예전에는 키보드에 별 관심이 없었드랬죠. 그나마 좋은 키보드라고 있는것은 로
지텍 엘리트 맴브레인 키보드로 거의 2년 가까이 썼습니다. 좋은 키보드라고 생
각하고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었죠. 그러다가 키감이 슬슬 뻑뻑해지고 키스킨이 닳
아서 구멍이 생기더군여. 기분전환 겸 슬슬 다른 키보드를 구해볼까 하고 생각
하다가, 문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사이트로 와 있었습니다.-_- (젠장..)
9월 중순경 가입을 하였고 여러가지 키보드들을 보며 감탄을 하며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가, '중간절차 다 생략하고 바로 맥시멈으로 가자!' 라는 심산으로
(미쳤더랬죠-_-) HHK pro 를 질러버렸습니다. 사실 이쁜 디자인과 미니 키보드
라는 점도 한 몫 했죠^^ 암튼 이 사이트에 와서 처음 접한 키보드가 HHK pro
였으니 어쩌면 저는 행복한 넘일수도 있겠네요^^


2. 키보드 소개
별 다른 내용은 아니고 간략하게 키보드 스펙을 소개해 드릴게요^^
(fun?hop 에 나와있는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제조사     : PFU
모델명     : PD-KB300 (무각인은 PD-KB300NL)
키 스위치  : 정전 용량 무접점 방식, 키압 45g, 4mm 키 스트로크
키 수      : 60개
인터페이스 : USB 방식
무게       : 520g
기타       : PC & Macintosh 호환, 차타링 없이 3000만 회 이상의
              키 수명을 실현


3. 키보드를 받고 나서
박스를 개봉하고 나서 일단은 무지 컴팩트한 사이즈에 놀랐습니다^^ 이 이상
작아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꺼내서 이리저리 둘러보고 느낀것은
'정말로 탄탄하고 야무지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프레임은 아주 단단하고 정교해서
흔들림이 전혀 없고, 무게도 크기에 비해 약간 육중한 감이 있어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제가 산것은 무각인이라 키 탑 인쇄 상태에 관한것은 모르겠으나
실크 인쇄로 깨끗하게 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어쨌든 키보드를 책상위에 올려놓
고 하나하나 눌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누름과 동시에 점차 (아주 미세하게) 반발력
이 세지다가 1/3 정도 지난시점에서 쏙~ 하고 빨려들어가면서 톡~ 하고 바닥을
때립니다. '오호~ 이거 느낌이 상당히 독특한데?' 이전에 맴브레인만 써본 저는
상당히 독특한 이 키감이 신기해서 혼자 이것저것 아무거나 쳐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그냥 무난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키감이 독특하긴 했으
나 제가 이전에 쓰던 맴브레인에 비해 훨신 좋은 키감이라고 생각들진 않더군요^^
그땐 제가 막손이었나봅니다-_-
바로 실전에 사용해 보았습니다. 비주얼 스튜디오를 사용하는 저로써는 f1~f12,
delete, home, end 등의 키를 상당히 자주 사용합니다. 일반 레이아웃에 익숙해져
있던 저로써는 HHK pro를 쓰면서 이 모든 키들을 마음대로 사용하기 힘들다는게
정말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사실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작업에 들
어가보니 이게 상당히 크다는걸 깨닫게 되더군요.-_-) 솔찍히 구입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받기 전까지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일까요? 바로 팔아버릴까 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으니 첫느낌은 이만저만
실망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제가 만일 팔았다면..?? HHK pro에 안좋은 기억만
남긴채 멀리 떠나보냈겠죠. 으휴... 생각하기 싫습니다^^;


4. 그래, 어쨌든 써보자
울며 겨자먹기로 일단 써보기로 했습니다. 작업속도가 이전보다 체감으로 50%
가까이 떨어진것 같습니다^^ 사용하려는 키를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새끼 손가락으로
FN키 찍고 검지는 어디를 눌러줘야 하는지 헤매면서 슬슬~ 스트레스도 쌓이기 시작합
니다. 정말 이대로 gg 때리고 다시 예전 레이아웃으로 돌아갈까 수십번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키보드로 갈때까지 가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 전 세계 사람
들이 극찬을 하는 이유가 뭔지 전 아직 깨닫지 못했으므로(-_-) 정말 오기로 계속 사용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단순 타이핑, (예를들어 워드작업이나 채팅) 즉, 기능키
들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키 스트록이나 키 피치 등은 일반 레이아웃의 그것과 동일하니까요^^


5. 각성
한 3~4일 지났나요? 이 즈음 되니 이녀석과 싱크로율이 대략 70%는 되는것 같습니다.
작업속도도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일 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로 느리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슬슬 타이핑에 속도가 붙고 FN키와 함께 누르는 키들의 자리도 손에 익어
갑니다. 도중에 자리 찾느라 지연되는 일이 별로 없으니 타이핑을 하면
'다라라락~ 도각 도각~' 하며 기분좋은 소리가 들립니다. 가끔가다 전율도
느낍니다-_- (저 변태 아닙니다;;) 물론 이때까지도 장터에 다시 내놓자는 저의 또
다른 자아와 힘겹게 싸움을 해왔습니다.-_- 하지만 지금은 그녀석이 어디갔는지
보이지가 않네요^^;

10일 정도 지나자 모든게 명확해졌습니다. 왜 전 세계 사람들이 (물론 그 사람들은
매니아 일수도 있지만..^^) HHK pro 에 열광하는지를... 지금쯤이면 이녀석과 싱크로율
이 대략 90%가 조금 넘은 시점이겠군요. (바로 적응은 아무래도 힘듭니다^^)
컨트롤의 위치에 감사하며 오른쪽 텐키등 불필요한 키가 제외되어 넓은 작업공간이 확
보 되었음에 행복해하며, 방향키와 기능키를 누름에 있어서도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것에
경악해 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즉, 일반 레이아웃에서 방향키와 기능키를 누르기 위해 오른쪽 손이 약간 움직이는 것 보다
HHK pro의 배열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느끼는 순간이었죠. 물론 이전엔 이 반대였죠.
이 녀석의 배열에 익숙해지는 도중, 어느순간 부터인가 이게 전환되어버린 겁니다.
이때부터 정말로 이것이 진정 내가 찾던 "내" 키보드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완벽하게 적응한 것이 아닌데도 이렇게 생각될 정도니 싱크로 100% 일때는 오르
가즘을 느낄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진짜 변태아님^^)

지금은 물론 이 녀석과 싱크로 100% 입니다^^ 원하는 키에 바로바로 본능적으로 손이
가는 수준이 되었으며 일의 작업 속도도 예전만큼 회복하였습니다. 하지만! 힘은 더 적게
듭니다. 바로 동선이 줄었기 때문이죠. 예전에 일반 레이아웃으로 작업할 때는 펑션키,기능키,
방향키 등을 누르느라 양 손을 이리저리 허우적 거리며 작업을 했었다는게 참 비효율적이
었구나 라는 생각 듭니다. 지금은 마우스 쓸일 아니면 손이 움직일 일이 없습니다.
모든 키가 바로바로 즉석에서 제어가 되니까요. 마우스를 잡으러 손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마저 귀찮습니다. HHK pro 한가운데 빨콩이 있었으면 정말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는 저를 보며 정말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하고 치를 떱니다=_=;
다른 키보드요??  정말 다른 키보드는 눈에 안들어옵니다. 지금 mx-1800, 청색카이저3000,
빨간불, 체리 백색축3000 이 있는데 주관적으로 느끼기엔 전부 이 녀석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HHK pro는 제게 있어서 맞춤형 키보드 라고 할수도 있을것 같네요^^


6. 키감
처음에는 상당히 심심하면서도 독특한 키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악~ 들어가서 도각~
하면서 끝맺는다고 해야 할까요? 키감이라는게 주관적일 수 밖에 없으므로 제 느낌만
적어보자면, 처음에는 그 키감의 진가를 느낄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키보드에 적응해
나갈때쯤에 알게 되더군요^^ 정말 편안합니다. 그리고 딱히 설명할 수 없는 키감에 매료
되었습니다. 만약 이 키보드가 맴브레인이었다면 다른 키보드를 찾았을 정도라면 설명이
될까요?


7. 이 녀석의 특징이자 장점
- 60개의 키로 모든걸 쑈부봤습니다. 이건 다들 아시는 사항이죠^^ 더불어 이녀석이 왜
   이렇게 작은지를 반증하는 사실이고요.
- 컨트롤키가 Caps Lock위치로 왔습니다. Caps Lock 은 FN + TAB 키로 변경되었습니다.
   처음에 저도 왜 이런 구조를 채택했는지 조금 의아해 했는데 곧바로 이해가 가더군요.
   컨트롤은 분명 자주 쓰이는 키죠. 일반 레이아웃이라면 새끼손가락이 좌측 하단으로 가면서
   더불어 손바닥도 약간 아래로 내려갑니다. (새끼 손가락이 아주 길면 모르겠네요-_-)
   이때 아주 약간의 동선이 생기게 됩니다. 게다가 새끼손가락을 약간 찢어야 하므로
   힘줄에 조금 무리가 생기게 되더군요. 이런게 누적되어 피로로 쌓이게 되죠.
   직접 해보세요^^; 하지만 컨트롤이 Caps Lock 위치에 있다면 어떨까요? 아까와 같이
   손바닥이 움직이나요? 아뇨 그렇지 않죠.
- 백스페이스가 한단계 아래인 \키에 붙어있습니다. 금방 적응할 뿐더러 정말로 편합
   니다. 일반 레이아웃의 백스페이스는 네번째 손가락으로 치게 되지만 HHK pro는 새끼
   손가락으로 간편하게 칠수 있습니다.
- ESC가 ~키 위치에 있습니다. ~는 일반레이아웃의 백스페이스 자리에 있습니다. 이건사실
   처음에는 단점이었습니다^^ ESC 누르기는 정말 편하지만 채팅할때 ~키를 누르는데 자꾸
   창이 닫혀서 고생을 좀 했죠-_-; 이것도 금방적응합니다^^
- 방향키, 기능키가 FN키와의 조합으로 바로 제어가 가능합니다. 오른손이 움직일 필요
   없이 바로 새끼손가락으로 FN키찍고 검지로 기능키, 검지와 중지로 방향키, 이렇게 편하
   게 제어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말로 들어서는 납득하기 힘든부분이고 실제 익숙해
   져서 수족부리듯이 쓸줄 알아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오른손이 움직일
   필요가 없으니 정말 손이 편합니다.
- 분리형 USB 케이블은 휴대하여 이동할때 꽤나 큰 장점이죠^^
- 딥 스위치의 조절로 하드웨어 차원에서 키의 기능을 바꿀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스페이스바의 좌우에 존재하는 ◇키 (Alt키 옆)를 윈도우 키로 세팅하여 사용합니다^^
(2004-12-16:정정합니다^^ ◇키를 Alt키로 세팅하였고 기존의 Alt키를 윈도우키로
세팅하여 쓰고 있습니다. 무각인이라 헷갈렸네요^^ 각인자판의 배열을 보시면 이해
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8. 이 녀석의 특징이자 단점
- 초반 사용자들은 쉽게 OTL 모드로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존 레이아웃과 다른부분이
   꽤 있어서 솔찍히 말해 빨리 적응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계속 쓰다보면 분명 제가
   느낀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되리라는것은 확실합니다^^
- Num Lock의 부재, 텐키가 없으므로 원래 없어야 정상이고 별로 단점이라 할 수 없는
   사항이지만 원래 있는 키가 없다는 사실에 그냥 써둡니다.
- f1~f12 키가 FN키와 조합되어야 하는관계로 게임에는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요즘 게임
   펑션키 많이 쓰죠. 때문에 게임을 할때 HHK pro로는 조금 힘들 수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 ps2에 mx1800 을 연결해서 스타할때 꺼내서 쓰고 있어요^^
- Delete키가 FN + ~ 로 대체되었습니다. 이것은 딥 스위치를 제가 이렇게 조절한 것인데
   기존 Delete키의 자리를 백스페이스로 부여했습니다. 저같은 경우 Delete키 보다
   백스페이스를 더 많이 쓰기 때문이죠. 하지만 Delete키도 자주 쓰기는 하는데 이런
   조합이어서 조금 힘 듭니다. HHK pro에서 제가 제일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죠.


9. 끝맺음
드뎌 다 썼네요^^ 그간 미루어 왔던 내용들을 다 쓰고 나니 후련합니다. 요즘들어 HHK pro
붐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것 같은데 제가 거기다 기름을 붓는게 아닌가 싶네요^^; 만약
구입을 망설이시는 분께 이 키보드의 장단점을 잘 알릴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