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래된 키보드입니다.
출처는 대략 3년여전 지인의 회사창고에서 나온물건인데요. 창고에 3개가 고이 모셔있었답니다. 그중 가장 깨끗한것을 저에게 주더군요. 당시 얘기로 7~8년정도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현재는 최소한 10년은 넘은걸로 추정됩니다.
처음에 넘겨받을때 헉! 소리가 날정도로 무겁더군요. 당시에도 깨끗하긴했지만 집에가져와서 죄다 분해해서 키캡하나하나 세척했던 기억이 납니다. 쪼그리고 앉아서 수세미로 키캡 한면한면 닦아내느라 고생했었지요.

조금 시간을 거슬러 롤백하여....
맴브레인 키보드만 사용하던(줄곧 국민키보드 삼성...)중 어딘가에서 아론키보드를 만져보게되었습니다.
오오~ 이게 기계식이란건가. 찰그락찰그락 거리면서 버튼도 쉽게 눌러지고 첫 느낌이 참 인상깊어서 얼마후 거금(5만몇천원이었는데 쇼핑몰 적립금을 보태어 4만정도에 샀던거 같네요)을 들여 기계식과의 첫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 느껴졌던 첫 느낌과는 달리 사용하면서 슬슬 짜증이 나더군요. 해가지고 주변이 조용해지면 온집안에 울리는 철컹철컹 거리는 소리와 고속타이핑시에 오타 남발..그리고 게임을 즐겨하던 저에게(특히 스타크래프트,퀘이크) 좌절을 안겨주더군요. 손가락을 조금 빨리움직이면(왼손) 키가  제대로 안눌러집니다. 결국 일주일여만에 제 책상위에서 쫒겨납니다.

다시 삼성멤브레인으로 연명하던중 세진키보드를 얻어오게되는데요. 청소까지 다 마치고 피씨에 연결한후..첫느낌은 엥 이게뭐야. 눌러지는 느낌은 흐물흐물거리고 전혀 기계식같지않은(기계식이라고 해봐야 써본것은 아론밖에 없으면서..^^) 느낌에 스페이스바는 왜이리 길게 만들어진건지 한/영전환 키누르기도 힘들고..  실망을 감추지 못하며 반나절만에 쫒아냈습니다.

얼마후 사용하던 삼성키보드가 고장나서 세진을 꺼내어 다시 사용하게 되는데요. 어쩔수 없이 사용하게된 세진키보드가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예전에 너무 기대했었던 탓에 이놈을 홀대했었는데 특이하게도 쓰면쓸수록 손가락이 키보드에 착착 달라붙는 느낌이었습니다. 소음도 크지않고 멤브레인보다 조금 더 큰수준에 잘그락잘그락거리는 키감과 함께 게임을 할때에도 오히려 멤브레인보다 훨씬 더 좋더군요. 지금의 지식으로 생각해보면 아마도 후타바의 특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스타크래트와같이 왼손의 빠른 손놀림이 필요한 게임시에 키가 눌러질때 힘없이 눌러지는 후타바의 특성이 게임을 할때 좋은결과를 보여준것 같습니다. 아론의 경우 눌러질때에 딸깍하는부분때문에 미처 눌러지지 못하는 결과가 생기곤 했는데 세진의 경우 전혀 그런게 없더군요. 이후 세컨컴이나 다른피씨의 키보드를 만지다보면 손가락과 손목이 금새 뻐근해지더군요. 키누르기가 왜이리 힘들고 뻑뻑하게 느껴지는지..

3년가까이 세진을 사용하였는데 최근 제 피씨주변기기들을 검은색으로 구성하면서 인테리어적인 측면에서 흰색 세진키보드가 너무 눈에 띄어 검은색키보드를(죄다 멤브레인, 펜타그래프방식의 저가형)를 몇가지 구입했는데요. 사용할때마다 이건아니다 싶은느낌이 생기네요. 이젠 도저히 멤브레인은 못쓸거 같습니다. 아무리 참고 쓸려고해도 자꾸 1080의 키감이 떠올라 보기흉하지만 결국은 세진이 자리를 차지할것 같습니다.

사적인얘기는 그만하고 장단점을 요약해보면..(고가형기계식이 아닌 저가형 키보드들과 비교해서..)
장점은 첫째 내구성입니다. 제가 사용한것만 벌써 삼년째 게임을하면서 그렇게 두드렸는데도 아직 끄덕없고(사실 esc 가 간혹 안눌립니다ㅠ.ㅠ) 10년이 넘도록 멀쩡한 인쇄상태. 정말 굿입니다.
둘째 기계식 치고는 조용한 타자음.
셋째 멤브레인에비해 낮은 키압으로 인한 손가락의 피로도 감소.
넷째 후타식방식의 독특한 키감 (이부분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장점이더군요. 특히 게임할때그렇습니다. 30대중반을 넘어가고있지만 아직까지 게임을 즐겨하는지라..^^)

단점은
첫째 너무 구식의 디자인(당연하겠지요 10년이 넘은것이니..)
둘째 돼지꼬리의 케이블. 이건 정말 싫습니다. 아마도 기기들이 밀집되어있는 환경인 사무용으로 나온것이라 어쩔수 없는듯.
셋째 긴스페이스바로 인한 한/영키의 오른쪽 치우침

기타,  개인적으로는 윈도우키가 없어서 저는 너무 좋더군요. 다른키보드를 사용할때에도 전 위도우키를 뽑아놓고 사용합니다. 게임많이 하시는분들은 아시죠?
그리고 이곳에서 많은분들이 언급하신 엔터키 문제..사실 저는 아무 불편함없이 사용했었는데요. 많은분들의 글을 읽고 제키보드도 눌러보니 엔터키의 안쪽을 누르니 좀 뻑뻑하더군요. 바깥쪽은 아무문제 없는데 말이죠..아마도 제 타이핑특성상(손이 큽니다) 항상 바깥쪽을 누르다보니 저에게는 불편함이 안느껴졌을듯합니다

마지막여담으로 esc 키가 가끔 안눌러지는 문제로 인하여 키보드를 하나더 장만하여야하는데..이곳에서 좋은평가를 하는 키보드들을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20여만원을 선뜻 투자하기도 그렇고 특히나 게임할때 과거 아론과 같은 불상사가 생기면 어쩔까..걱정도들고 조만간 1080을 하나더 구입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