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입수한 보라카이표 필코 메탈 갈색축에 대해 몇 자 적어보고자합니다.
자세한 설명과 사진은 이미 A.a님이 해주셨기 때문에 저의 주관 위주로 적어보지요.

1. 갈색축..

제가 만져본 갈색축은 digipen님 방출의 1800, 트렉볼 달린 11800, 개조 3000, 그리고 메탈 갈색입니다. 어떤 분이 "갈색축은 다 다르게 느껴지더라"고 말씀하신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저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어느 것도 키감이 동일한 것이 없었습니다. 사실 이건 좀 문제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갈색은 스위치 자체가 너무 델리케이트 하다고 해야할까요, 주변 여건을 너무 많이 타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물론 스위치들의 사용량 등을 고려할 때 완전히 동일한 키감을 주는 키보드가 있지는 않겠지만, 같은 스위치의 느낌이 편차가 있다는 것은 약간 문제가 있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갈색축 키감에 영향을 주는 것 중에 키캡을 들고 싶습니다. 1800의 경우 키캡이 이중사출이었고 1800과 3000의 경우 레이저 각인의 얇은 소재였는데 키압이 가벼운 만큼 이 키캡의 무게가 키감의 차이를 발생시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메탈의 키감과 비교했을 때 가장 근접한 것은 1800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이 키캡의 무게가 바닥을 확실히 때리는데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반면 1800에서 느껴지는 구분감은 11800이나 3000보다 덜했던 것 같습니다.

2. 알프스 오랜지축과 비교

A.a님과 키보드를 만드신 보라카이님이 알프스 오렌지와 비슷하게 느껴진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느꼈습니다만, 지금은 반은 그렇게 느껴지고 반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부드럽게 걸리는 구분감이 동일한 특징이기 때문에 오랜지와의 유사성이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제 느낌은 철판을 보강하고 나니 오히려 체리 리니어인 흑색축의 특징이 부각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철판이 보강되어 있었던 빨간불 미니의 키감이 생각나네요. 제가 가진 현재의 느낌은 약간 걸리는 느낌이 있는 가벼운 흑색축입니다.

3. 키압

키압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A.a님께서 오랜지보다 키감이 무겁다라고 하셨는데,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확장1을 영입하고 나서 가지고 있던 갈색축 3000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그것은 오랜지에 비해 키감이 너무 재미가 없고, 경쾌하지도 못하고, 가볍기만 할 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필코를 처음 만질 때에도 가볍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좀 타이핑을 하자 약간 무겁게 느껴지고 한 두시간 하니 오랜지 보다는 빨리 피로감이 느껴졌습니다.(A4 한장에 2000원짜리 아르바이트라서 죽자고 칩니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볍게 느껴졌는데 나중에 오히려 무겁게 느껴지다니...
제 생각으로는 체리와 알프스의 스위치 구조의 근본적인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알프스의 경우 많은 분들이 분해로 확인 하셨듯이 판스프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판스프링이 알프스의 경우 키압을 좌우하는 주요한 요소이지요.
그리고 체리는 스프링과 슬라이더 앞의 갈고리가 클릭과 넌클릭, 키압을 만들어 냅니다.
알프스 오랜지축은 판스프링의 임계 이전과 임계 이후가 극단적이 카압차이를 보입니다. 알퀘냥님이 2gs사용기에서 "빨려든다"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적절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즉 손가락에 들어가는 힘이 판스프링의 운동 임계 이전까지 가해지고, 임계 이후에는 손가락이 키압에서 풀려버린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경쾌함의 정체라고 생각합니다. 확장1을 비유하는 말로 피아노 터치란 말도 있었는데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스위치가 손가락에 요하는 힘이 그렇게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로감 없이 장시간 타이핑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체리 갈색축의 경우 구분감이 거의 없는 것이 리니어급입니다. 물론 필코의 경우 철판 덕분에 생생하게 손끝에 전해집니다만, 키입력이 완료된 상태에서 '걸리는구나'하고 느끼는 것일 뿐인 것입니다. 구분감의 압력이 그다지 전해지지 않습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손끝에 가해지는 힘의 스트로크가 오랜지에 비해 길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수치상의 키압은 갈색축이 낮지만 스위치의 구조상 압력이 오랜지가 좀 더 낮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4. 레이아웃

레이아웃이야 일본 자판을 사용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주 짜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작달만한 쉬프트와 글자판과 동일한 크기의 백스페이스.. 아주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전에 같은 문제로 리얼포스 89를 3시간만에 처분하였으나 이놈은 한번 이빨 악물고 쳐보자 하여 맵핑 3~4번 하고 손가락을 강제 보정하여 이제 겨우 쓸만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일단 익숙해 지고나니 천하에 쓸데 없이 느껴지던 변환, 무변환, 히라가나키가 단축키용으로 아주 쓸만하더군요. 현재 볼륨 업, 다운, 뮤트로 설정해 놓았습니다. 아주 쓸만하네요. 그러나 왜 일본 자판을 쓰느냐는 주위의 시선은 극복 대상입니다.

5. 중독성..

철판 댄 갈색축. 중독성이 장난 아닙니다. 현재 멀쩡히 있는 2gs나 확장1을 만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랜지축이 싫어진 것이 아니라 이녀석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듯한, 마치 늪에 빠져버린 듯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이런이런...

6. 마치며..

혼자 맛보기고 즐기기는 아까운 키보드입니다. 게다가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갈색축의 정점이니 좀 보여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모종의 이벤트로 몇 분 대여해 드릴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뭘로 할지 한번 생각해보고 한번 대여 이벤트를 해보지요.
몇 자 쓴다는 것이 꽤 길어졌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