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9664172.jpg


  본 키보드를 진지하게 구매하려고 했던 입장으로서, 구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리뷰를 남깁니다.

... 서두를 이런 식으로 시작하니 무슨 악평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지 해피해킹 키보드에 더 끌림을 느껴서 위 키보드의 구매 계획을 캔슬했을 뿐이지, 키보드 자체는 제법 마음에 들었거든요. 


게다가 기존에 비슷한 모델이었던 CHL5를 영입했다가 차버린 전적도 있고 해서... 이 녀석은 단념했습니다. 인천에서 용산까지 세네 번을 오가며 두고두고 쳐본 녀석인데 결국 포기해버렸습니다. 그래도 리뷰는 남겨봐야겠죠!


  아무튼 각설하고, 가볍게 리뷰 시작합니다.



Q. 이 키보드의 특징은?


A. 첫 번째는 가격이며, 두 번째는 '특징 없는 게 특징', 무난함 입니다.



  모두가 이 키보드의 가격에 대해서는 상당히 호평을 하는 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좀 쓴다 하면 30만원은 나가는 무접점 키보드 시장에서 10만원대 초반의 가격을 내걸고 나왔으니 당연합니다. 10만원이면 기계식 키보드를 사기에도 좀 간당간당한 액수니까요. 이 점이 구매자분들에게 상당히 어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매력적인 점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격언을 부정하려는 듯이 10만원인데도 불구하고 (나름!)기능이 충실한 키보드라는 점입니다. 무난한 가격에 무난한 퀄리티를 가진 키보드로서, 정전식 키보드에 매력을 느꼈는데 비싼 가격에 구매를 포기하셨던 분들에게 적합한 키보드임은 사실입니다. 


단, 해피해킹이나 리얼포스에 비하면 사실 고급진 느낌이 살짝, 부족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주관이지만요. 3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정전식 키보드가 주는 즐거움에 비하면 약간 만족하기 어려운 맛이 나고, 비슷한 가격의 다른 기계식 키보드와 비교하자면 제법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녀석입니다. 기계식의 거친 느낌과 다르게 부드럽거든요.



  이 녀석은 그야말로 무난하다는 말이 적절한 키보드입니다. 디자인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이보리와 그레이의 투톤을 줬고 그 덕분에 색감이나 색 배열이 투박하거나 못생기지는 않았습니다. 해피해킹의 색 배열과 유사하다, 고 하면 아, 하고 감이 오실 겁니다. 


화려하지 않다 뿐이지 충분히 예쁜 키보드이며 키캡의 촉감도 보들보들하고 좋습니다. 저는 빛을 받으면 번들거리고 만지면 미끌거리는 키캡들을 싫어하는 편인데, 이런 제 취향에 잘 맞은 키보드였습니다. 다만 한성 제품에 꼭 새겨지는 카와이★한 별 모양은 좀 호불호가 갈리겠네요. 전 불호입니다...



  본 제품은 중국에서 태어난 'noppoo ec108 pro'의 한국판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제품을 들여오면서 '오피스마스터'라는 이름을 붙여준 건 정말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전식 키보드로서 개인이 구입하여 만족감을 느끼려는 용도로써는 약간 회의적이고, 회사 사무실에서 직원들을 위해 보급해주는 고급 키보드라고 본다면 정말로 딱 맞는 녀석입니다. 


적당한 가격에, 튀지 않는 디자인, 크지 않은 소음, 표준 배열, 낮은 키 스트로크와 부담 없는 키감까지. 즐거움이나 퍼포먼스보다는 무난하고 부담 없는 컨셉이 강합니다. 좋게 말하면 무난하며 대중지향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마니아 유저들이 만족하기엔 어딘가 부족하고 좀 심심합니다. 그래서 사무실 보급형으로 적합다는 거구요. '사무실이나 기관에 보급되는 키보드'가 고급화된 녀석이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Q. 키압이 무겁다던데? / 고급 멤브레인 같은 느낌이 난다던데?


A. 반은 맞고, 반은 아닙니다.



  55g이라는 무게를 달고 나왔습니다만 체감상 그보다 낮습니다. 하지만 이 키보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다 알고 계실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표기된 것보다 낮게 느껴지지만, 단순히 '50g정도 되는 무접점 키보드구나.' 하고 생각하시고 구매하시면 좋든 나쁘든 좀 '의외'라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리얼포스나 해피해킹, 660c, 타입헤븐 등의 토프레 스위치를 사용하는 모델 등과 비교하자면 애당초 스위치의 감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키보드의 키감은 상당히 주관적인 영역이긴 하지만, 제가 느낀 바를 굳이 비유해보자면 약간의 쫀득임이 가미된 흑축이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키를 눌렀을 때 느껴지는 구분감이 다른 토프레의 정전식 키보드와 비교해서 상당히 적은 편입니다.


토프레 스위치의 키보드가 덜그럭, 하면서 걸려 넘어진다면 얘는 또록, 하고 주저 앉습니다. 천천히 약하게 눌러보면 물론 구분감이 어느정도 느껴지긴 합니다만, 500타 정도로 빠르고 강하게 쳐보면 누를 때의 구분감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대신 누른 뒤에 튀어오르는 반발력은 누를 때의 느낌에 비해 강한 편입니다. 괜히 55g이 아니었습니다. 즉 무겁고 스무스하게 눌리며, 비교적 강하게 튀어오릅니다. 키압과 별개로 단순히 누를 때의 구분감만 따진다면 리얼포스 45g보다 적으며, 30g보다는 조금 더 느껴지는 수준입니다. 


강하게 빨리 치신다면 눌렀는지도 잘 모르겠고(특히 같은 키를 연속입력하실 때.) 재미 없는 키보드가 될 것이며, 손목에 조금 힘을 빼고 치신다면 약간의 구분감과 나름 쫀득한 반발력을 즐길 수 있는 키보드라고 하겠습니다. 리니어 타입을 선호하시는 분들이라면 만족하실만한 녀석입니다.



  특유의 물방울 떨어지는 듯한 타건음도 토프레 스위치와 차별화된 특징입니다. 덜그럭거리는 소음이 아니라 도록도록거리는 부드러운 소리가 납니다. 이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앞서 서술한 특징처럼, 경쾌한 즐거움을 주기에는 좀 부족하며 자극이 덜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납니다. 키믈리에도 아니고...  토프레 스위치를 사용한 키보드가 청축이라면 얘는 갈축이겠네요.



  고급 멤브레인이라는 평은 악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얼포스나 해피해킹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런 평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만, 적어도 이 녀석과 같은 가격대의 다른 키보드들과 비교해보면 뒤떨어지지는 않는 느낌을 제공합니다. 즉 가격 이상의 만족감을 제공해주는 건 아니지만, 제 값은 한다고 봅니다.


금전적 여유가 부족한 구매자의 입장에서는 딱히 비싼 종류의 키보드를 싸게 살 수 있게 된 게 아니라, 기계식 키보드만 구입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키보드의 타입이 넓어진 것 뿐입니다.


리얼포스와 해피해킹. 두 키보드의 가격을 해외 직구가 20만원 초중반대로 잡는다면 가격차가 10만원정도로 좁아지는데, 그래도 CHF7이 더 낫다고 보기엔 좀 그렇습니다. 특히 리얼포스와의 비교는 개인 취향의 영역이라고 쳐도 해피해킹의 경우엔 휴대성이나 배열에서 확실한 개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해피나 리얼과 비교하지 마시고 다른 10만원대 기계식 키보드와 비교해보시면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단 오롯이 무접점 키보드로서의 만족을 이 녀석으로 느끼고 싶다, 하신다면 그다지 추천 드리진 않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인가? 간단하게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매하실 때 참고하셔서 취향에 맞는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1. 평범하지만 예쁘다.

2. 즐거움이나 퍼포먼스를 추구한다면 부적합. 저자극! 무난하며 부드럽고 사무용으로 적합한 키보드.

3. 무접점치고는 적은 구분감. 부드럽게 눌린다. 키압 자체는 제법 무겁고 반발력이 있는 편.

4. 비교대상을 다른 무접점 키보드에 두기보단 같은 가격대의 기계식 키보드에 두는 게 마음 편하다.



  이상입니다.


  물론, 키보드라는 건 주관의 영역이긴 하지만 제가 느낀 것은 최대한 그대로 표현해봤고, 나름 선택하시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옳다 그르다를 가르는 판단의 영역보다는,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저놈은 저렇게 생각했구나, 하는 이해의 영역에서 생각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도 즐거운 타이핑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