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쓰고 있는 금성 알프스 키보드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사용자들이 키보드에 대해서 눈을 뜨던 초창기에 국내에서 최고의 키보드로 평가받았던 것이 이 금성 알프스 키보드
였습니다. 시판되는 키보드의 종류도 거의 없었고 세진 키보드가 시장을 장악하던 시절이었으니 사실 비교의 여지가
별로 없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키보드 사이트들에서 (이전을 회상할 때에도) 이 금성 알프스 키보드가 등장하지 않는것은 좀 의외더군요..

이 키보드는 92년도쯤 구입한 것으로 기억되고 당시 가격은 10여만원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키보드는 이미 단종된지 오래인 키보드이고 사양같은 것을 구할 수 없으니 내용에 짐작이 많이
들어가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즈음에도 고급형 키보드들을 보면 대부분 이런식으로 일자형 엔터키와 커다란 역슬래쉬, 커다란 백스페이스키의
레이아웃을 보이고 있는데, 당시에는 상당히 드문 형태였습니다. 대부분 ㄴ자형의 커다란 엔터키와 조그만 백스페이스를
가지고 있었고 역슬레쉬가 백스페이스키 옆에 있었죠.


뭔가 이상한 점이 보이십니까? 예전에 묵은때를 씻어내기 위해 키캡을 전부 빼내어서 퐁퐁으로 닦은 일이 있는데
그때 실수로 alt키와 ctrl키를 바꾸어 꽂았습니다. 쓰는데 크게 불편한 일은 없기에 그냥 쓰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키보드를 분해하면서 바꿀 요량입니다.




키보드 배선을 좌우로 바꾸어 배치할 수 있도록 홈이 파여져 있습니다.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무와 높이 조절을 위한 발
키보드의 위아래 프레임은 여섯개의 나사와 네개의 걸쇠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키 스위치는 두꺼운 철판위에 고정되어 있어서 키보드 전체가 상당한 무게를 자랑합니다.


뽑아낸 키캡과 스위치의 모습이 보입니다. 스위치는 당연히 알프스의 기계식 스위치이고 키캡은 이중 키캡입니다.
키캡의 인쇄는 어떤 방식인지 잘 모르겠지만 10여년간의 사용에도 전혀 지워진 부분이 없군요. 키캡 모양은 원통형이고
미끄럼 요철이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키보드 메니아에서 보기 전에는 미끄럼 요철이라는것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만
키캡 윗부분을 만져보면 저항감이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 요철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스페이스, 쉬프트, 엔터, 백스페이스, 키패드의 ins, 엔터, +키등에는 키가 기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걸쇠가 들어가 있습니다.
보통 검지손가락의 위치를 표시해 주기 위해서 F와 J키에 요철이 들어가 있는데 이 키보드의 경우에는 요철 대신에 다른
키보다 조금 더 깊게 파여 있는 것이 보입니다.

십여년전 큰마음을 먹고 키보드를 구입한 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큰 만족을 주어왔던 키보드입니다. 최근의 고급 키보드들은
접해보지 못해서 알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국내 시판되었던 키보드중에서는 최고의 키보드라고 생각합니다. 금성 알프스
키보드가 단종된 이후에 마벨에서 역시 알프스의 기계식 스위치를 이용했다는 마벨 알프스 키보드가 나왔습니다만
(뉴텍에도 번들되었습니다.) 금성알프스에 비해서는 전반적으로 만듬새가 조잡했고 키감은 금성알프스보다 조금
가벼웠던 기억이 나는군요. 물론 키감이야 개인에 따라 선호가 갈리는 것이긴 합니다만 제게는 금성알프스의 무거운
키 스트로크가 더 입맛에 맞았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처음에 이 키보드를 접했을 때는 키를 누를때 키보드가 따라 올라오면서 손가락을
밀어주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느낌은 나지 않네요. 키보드가 오래되서 인지 아니면 당시에 멤브레인만
쓰다가 기계식을 접하면서 느꼈던 감정일 뿐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