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돌기 갈색축 초간단 사용기 - 갈축이 밋밋하다고?

그 동안 갈색축은 밋밋하여 재미없다는 생각을 계속 가져왔는데 오늘 그러한 편견(?)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두어 달 전에 11800을 구입했는데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일자돌기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점돌기 두 놈이 오늘 도착했습니다. 키보드 10개는 들어감직한 커다란 박스에 넣어져 왔는데 이러한 큰 박스 포장에  배송대행사를 이용했으면 지불했을 운송비를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가로*세로*높이=60*32*32(cm): 이 부피면 배송사의 기준으로 10.24kg에 해당하는 운송료를 지불해야 했겠군요.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입니다. 여하튼 썩 만족스러운 가격에 구입하지 못하여 항공운송은 엄두가 나지 않아 배송비라도 아끼려고 선박운송을 했는데 두 달 가까이 마음 졸인 것 생각하면 정말 할 짓 못됩니다.

키보드의 상태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박스만 없다뿐이지 신품 수준이고, 다만 박스 없이 보관(혹은 사용)되다 보니 안타깝게도 약간의 (보관상의) 문제는 있군요. 하나는 케이블이 날카롭게 약간 베여 전선 피복이 1센티정도 노출되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극히 미세하지만 하우징이 조그맣게 찍힌 곳이 보입니다. 그외의 외관 상태는 아주 만족스러워 키캡을 열어보니 역시 기판이 먼지가 거의 없이 깨끗한 것이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키캡이 전에 만져본 일자돌기 레이저 키캡보다 더 두껍게 보이는데 정말로 그러는지 아니면 착시현상인지 역시 내공수준이 수준인 만큼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육안으로 판단해 보아 그렇게 느껴집니다. 그러고 보니 인쇄 폰트도 일자돌기와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또한 하우징의 색깔도 어느 고수님이 지적해 주신대로 흰색이 아닌 베이지색 톤입니다.

중요한 키감에 대해 말씀드리면 - 참고로 이것도 역시 제 내공탓으로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는 순전히 제 개인적인 느낌에 의존한 평가입니다 - 전에 딱 한번 두드려보고 바로 방출한 일자돌기 보다는 훨씬 더 구분감이 있어 밋밋하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구분감이 점자돌기여서 그러한지 아니면 스위치 상태가 좋아서 그런지도 저로서는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 동안 갈색축의 밋밋함에 별로 감흥이 나지 않아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백색축이 더 낫다고 생각해왔는데 이제는 그러한 편견(?)을 버려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고수분의 조언을 구한 후 구입하여 몇 번 두드리다 이 역시 얼마 못가 방출한 백색축도, 굳이 대구맨님의 지론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훌륭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변덕이 심한 탓인지, 아니면 정서가 불안해서 그런지 저는 아직은 한 가지 키보드에 정착이 안됩니다. 흑축에 반해서 흑축에 안착하나 싶더니 곧 방출하고 갈축 구입후 바로 방출, 이어서 백축 구입, 다시 방출, 그리고 나서 멤브레인 두들기다 이제는 작년에 적응에 실패하고 방출한 ML 4100에 적응하고 있는 중인데 점돌기 갈색축이 슬며시 끼어들어 4100에 정착하는 것을 방해하려 하고 있습니다. 4100도 계속 두드려보니 정말 좋은 키감인 줄 이제야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이 역시 대구맨님의 조언이 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갈축이 나타나서 방해를... 원래 계획은 받자마자 키감만 맛보고 바로 두 놈 다 방출모드였는데 깨끗한 외관에 홀렸는지 어쨌는지 뭔가 상쾌한 키감으로 다가오는지라 계획을 바꿔 당분간 보유모드입니다. 아니면 이 기회에 1800 멤브레인을 구입하여 장인의 도움을 얻어 스위치를 이식해 볼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이러한 생각 역시 그 놈의 변덕 탓에 얼마 갈지 모릅니다만.

어쨌든 체리 갈색축, 백색축, 흑색축 그리고 ML 스위치 모두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는 스위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상은 점돌기 갈색축을 불과 몇 분 사용해보고 정밀한 분석없이 오로지 주관적인 느낌에만 의존한 초간단 허접 사용기였습니다. 그리고 제 이름으로는 권위가 서지 않는 만큼 글에 공신력을 더하고자 권위있는 대구맨님의 이름을 자주 팔았는데 대구맨님의 양해 바랍니다. 허접한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