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집에서 세진 SKR-1032모델(93년형)을 찾은 후에 갑자기 키보드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예전부터 기계식이 독특한 키감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굳이 사서 사용해볼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SKR-1032를 다시 꺼내어 먼지를 닦고 타이핑을 쳐보니까 지금 발매되고 있는 키보드들과는 뭔지 다른 독특한 키감이 있었습니다.

애플의 키보드처럼 푹푹 들어가는 물러터진사과 씹히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 웬지 좀 묵직하다고
해야 할까요? 어쨋든 손에 어느정도 압력을 느낄수 있는 그런 키감이 웬지 모르게 색다르게 느껴지더군요. 그러나 검색을 해보니 아쉽게도 세진 SKR-1032는 기계식 느낌이 나지만 기계식이 아닌
멤브레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진정한 기계식 키보드를 찾고 있던중에 타회사의 상당한 고가의 키보드와는 달리 정말 저렴한 앱솔루트사의 메카니칼 X라는 이름도 심상치 않은 키보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웹사이트를 검색을 해보니 이 회사는 4000원짜리부터 키보드를 판매하더군요. 호기심에서라도
4000원짜리 키보드의 구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기계식은 최저가가 35000원짜리 부터 시작하는데 이 제품은 워낙에 싼 가격이라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습니다만 밑져야 15000원이라는 생각에 조모라는 사이트에서 택배비 포함 18000원에 구입을 하여 지금까지 일주일동안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첫 느낌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외관도 깨끗하고 뒷마무리도 뭐 이정도면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키감은 뭐라고 해야할까요? 기계식 키보드의 전문가가 아니라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만 쫀득쫀득
거리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야말로 소리가 '짤깍 짤깍' 이런소리가 납니다.
그리고 오른쪽 상단에서 빛나고 있는 세가지 색깔의 LED램프가 정말 예쁩니다.
이 키보드 곳곳에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데요, 특히 파워 스위치가 왜 키보드에 달려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애플사의 아이맥같은종류는 키보드의 파워 스위치로 본체의 On/Off를 할 수 있습니다만) 눌러봤더니 정말 본체가 off 되더군요. 그러나 다시 누른다고 해서 본체가 다시 on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큼직한 역 L자형 엔터키는 저한테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역 L자형 엔터키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저는 오히려 큼직한 엔터키를 더 선호합니다. 왜냐하면 헷갈려서 다른 키를 누를 염려가 없어서 좋거든요.

세진의 SKM-1080도 주문하여 포장을 뜯어놨습니다만 일단 호기심은 이 앱솔루트 메카니칼X에
더 가더군요. 웬지 싼게 비지떡이 아닌가하고 확인을 먼저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이제 더이상 앱솔루트사에서 이 메카니칼X 기계식은 만들지 않는다고 하는데 단종되기에는 상당히
아까운 모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처럼 기계식 초보자가 입문하기에는 이만한 키보드도 없다는게 제 의견이고 또한 저렴한 가격에 적절한 기능을 가진 상당히 매력있는 모델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사서 하나도 돈이 아깝지 않은 'Fun Keyboard'라고 정의를 내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