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본 순간 가지고 싶었던
IBM 84 Key Keyboard For PC/AT 5170

얼마 전 지름신과의 조우로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으로 가져와서 간단한 테스트 후 분해에 들어갔죠.



예전같으면 3중 철판까지 분해해서 구조를 살펴봤겠지만
이제는 나이 때문인지 호기심보다 귀찮음이 앞서는군요.

대충 분해해서 정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고수 분의 손을 거쳤는지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구석의 먼지조차 없이 깨끗하더군요.

3일 정도 말린 후 조립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테스트... OK!



그런데 분해할 때부터 찾아봤지만
제조년월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립하는 과정에서 발견했으니
바로 이것.



2/27/87
대략  1987년 2월경에 만들어진 키보드로 보입니다.

물건의 완성도야 이론의 여지가 없으니 넘어가고
키감을 느껴보는 일만 남았는데
이런~ 키감을 느껴 보기도 전에 손가락들이 허공을 헤매는군요.
바로 키 맵핑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바꾸어 놓았죠 ㅡ.ㅡ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키감 평가에 들어가면

처음 키보드를 치기 시작 했을 때는 기존에 사용하던 치코니 KB-5181보다
좋다 나쁘다는 그런 느낌이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 스위치와 레이아웃에 적응이되니
예전 키보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상쾌한 리듬감이 느껴지더군요 T_T

오래 전에 저를 세벌식의 길로 들어서게했던
네벌식 기계식 타자기 이후 키보드로 이런 느낌을 주는 놈은 처음입니다.
(SORTIE님 절대 방출 없습니다 ㅎㅎ ^^;)

그런데 가끔 엔터키를 치다 보면 불쾌한 프라스틱간의 마찰이 느껴지더군요.
처음에는 그냥 윤활이 필요한가 보다 했지만 잠시 후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5170은 기존에 사용하던 KB-5181와는 다르게 스테빌라이저가 가로 방향으로 하나 밖에 없었던거죠.
처음에는 값싼 세라믹그리스를 발라주고 말까도 생각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부작용을 생각하고
코팅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정우 테프론 코팅제와 작은 공병을 구입했습니다.

기준 글쇠에 돌기가 없다는 것.

레이아웃이 요즘 것과 달라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
엔터키에 세로축 스테빌라이저가 없어 측면 타격시 부드럽지 못하다는 것.

이 세가지 이외에는 나무랄데가 없는 물건이고
세가지 모두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커버가 가능한 것을 생각하면 ... 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리듬감이 너무 좋네요.


기계식 키보드 + 세벌식 최종 = 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