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박3일간의 산행에서 돌아와 보니
세벌식 사랑 모임의 회원분께 무료로 방출 받은 아론 키보드가 도착해 있더군요.
여장도 풀지 않고 바로 분해 · 세척에 들어 갔습니다 ㅡ.ㅡ

분해 전에 키를 눌러보니 넌클릭(?)이라서
짝퉁 알프스 스위치가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분해해 보니 하얀 알프스 백축이 보이는군요 ^^

알프스 백축 리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위치를 분해해 보니 역시 클릭판만 빠져 있습니다.

※ 여기서 잠깐
아론 세벌식 390 자판에 사용된 아론 넌클릭 스위치와 키감을 비교하면
아론 넌클릭이 가볍고 경쾌한 맛이라도 있다면
알프스 백축에서 클릭판을 제거한 이번 세벌식 최종 키보드는
키압만 강하게 느껴지고 그나마 아론 키보드에서 느껴지던 약간의 경쾌함마저 느낄 수 없습니다.

음~ 하늘의 뜻인가
다음 순간 먼저 분해되어 있던 치코니 KB-5181 키보드를 쳐다봤습니다.



완성도 면에서는 아론 키보드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는 좋은 물건이지만
단지 세벌식이 인쇄되어 있다는 이유로 치코니에서 나온 클릭판을 아론 키보드에 이식했습니다.



그런데 윤활과 클릭판을 삽입 작업을 하다보니 이상한 것이 있네요.
처음 분해할 때부터 다른 스위치하고는 색깔이 좀 틀리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엔터키의 스위치는 알프스가 아닌 아론 스위치였던 것입니다.



알프스 백축에서 클릭판을 빼고 넌클릭이라고 판매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엔터키는 왜 또 짝퉁 알프스?

그런가보다하고 윤활과 클릭판을 하나 하나 핀셋으로 조정해가면서
작업을 해나가는데 어느 순간 공병에 들어있던 14ml 윤활액이 바닥을 보입니다.
비슷한 용량의 스무드에이드의 경우 수십대의 키보드를 윤활할 수 있는 용량이라는 글을
본 기억이 있는데 용제의 차이인지 아니면 사용 방법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상보다 참 많이 들어가는군요.

하여간 윤활과 클릭판 삽입이 끝나고 키보드를 조립하고 두들겨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이 키보드를 두드려봤을 때의 느낌이
반발력이 강하고, 답답하고 참 밋밋하다는 것이었다면
클릭판을 집어넣으니 조금은 칠만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키보드의 완성도 자체만 놓고 볼 때는 어디다 명함도 못내밀 수준이지만
어쨌든 국내 유일 아니 세계 유일의 세벌식 자판들이니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 받을만한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끝으로 세벌식 390·세벌식 최종 키보드 & 위에서 빠진 이번 작업에 사용된 공구들


큰 사진은 여기를 클릭 하세요.



이런 키보드 뒤면 라벨도 빠졌네 ...

간신히 알아볼 수 있게 찍혔군요 하하 ^^;

큰 사진은 여기를 클릭 하세요.

부실한 키캡 · 하우징 · 프라스틱 보강판으로 5점도 과한 점수지만
세벌식이 최종이 인쇄되어 있다는 점과
기대하지 않았던 동시입력이 잘되어 6점 줍니다.


기계식 키보드 + 세벌식 최종 = 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