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가 몇번 갈 것 같지도 않지만 일단 제목은 그럴싸하게 써 봅니다.
오늘 우여곡절 끝에 88년산 모델 M이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뚜껑 열어봤는데, 이게 과연 17년 묵은 물건인지 알 수 있는 구석이라고는
키보드 뒷편의 주민등록증(?)밖에는 없더군요.

오후에 자게에 쓴 글에도 말씀드렸지만, 포장상태는 매우 양호합니다.
제 경우에는 추가로 세척할 필요도 없어보입니다만(고수분들께서 스위치를
눌러본다면 말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일단 개봉하면서 찍은 사진을 올립니다. 비교사진 중 아래쪽은 96년도 영국산입니다.
윗쪽 것이 88년산입니다.

키감이야 다들 아시는 내용일테니 크게 언급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만, 96년산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스프링의 반발음과 느낌이 약간 다릅니다. 88년산쪽은
타이프라이터 소리처럼 탁탁탁 거리는 경향이 있다면 96년산은 약간의 울림이 더해져서
퉁퉁퉁 거린다고나 할까요. 실제 손으로 느끼는 키감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만 귀로
듣는 차이는 좀 있습니다.

이유를 찍어보자면 마무리의 차이로 보입니다. 88년산쪽이 케이스가 더 꽉 맏물려 있습니다.
즉, 필요없는 공진이 최소화됩니다. 제가 판단하건대 버클링 스위치 작동기는 구조상
상당한 진동(?)과 소음을 동반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니만큼 케이스나 기판 등을 가능한
한 단단하게 고정하는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맞나요? 뭐 틀리면 말고요.). 다른 키보드를
사용하시는 고수님들 역시 이런 이유와 키감 향상을 목적으로 철판을 덧대는 등의 개조도
하시는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하여튼 첫인상은 아주 좋은 키보드입니다. 역시 '나 말이지... 아냐? 나는 모델 M이다, 짜샤.'
라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백전노장이 오랜만에 사우나라도 가서 때 빼고 날아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96년산 모델 M은 분양해 주신 분께 돌려보냈습니다. 저는 예비군은 안 키우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