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코도 질렀겠다 잠시동안의 휴식기를 가지면서

이제까지 열심히 질렀던 모델들 (지금은 이미 떠나고 없는것들도..) 을 한번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잊고 지내면 정말 까먹을지도 모른다는 위험이.. ㅡㅡ;

1. 모델 M : 렉스마크였죠. 정말 우연히 5년전쯤 손에 넣게된 모델.. 그때는 이것이 유일하고도 진정한 기계식인줄 알았음.. ㅡㅡ; 하지만 조금 식견이 넓어진 지금도 이 버클링의 매력은 다른 기계식이 흉내내기 불가능한 정말 독특한 것이라는걸 느끼고 있습니다. 모델 F 의 등장 전까지는.. ㅡㅡ;

2. 리얼포스 : 이 사이트에서 처음 지르게 됐던 키보드.. 뭐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 모델 M 에서 리얼로 넘어왔기 때문에 처음엔 이게 뭐냐 했는데.. 리얼 한두달 사용후 모델M 은 쥐약이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편식하는 습관을 고쳤기 때문에 뭐든지 적응할 수 있습니다. ^^; 지금은 방출해 버렸죠. 재구입이라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중입니다.

3. 체리 G3000 청색 : 고급키보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 가장 후회했던 모델.. 울집 사람들은 전부 좋다고 하는데 저는 버클링도 아니고 리얼도 아닌 재깍재깍 기계식이란게 별로 감흥이 오질 않았습니다. 더구나 두두둑 분해되어 버리는 허약한 구조는 철판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인식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방출. 좋은 주인 만나서 잘 길들여지길... (음? ㅡ_-;)

4. 아테사 클리어 : 단 1분만에 구입후 반품해버린 비운의 물건.. ㅡㅡ; 프레임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고 약간 붕 떠있더군요. 불량인줄 알고 반품했는데 불량이 아니라는 답변.. 사실 불량이 아니라고 해도 손으로 누르면 딱 들어갔다가 떼면 다시 딱하고 떨어지는 물건을 불량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쓸수는 없어서 미련없이 방출.. 고로 키보드 자체에 대해서는 전혀 할말이 없네요. ^^

5. 사과 확장1 : 여기서부터 저의 본격적인 지름이 시작된 겁니다! 처음 확장1을 쳐봤을때의 그 부드러운 도각도각은.. 이것이 제가 찾던 기계식이다! 라는 느낌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견고한 외관과 키캡의 감촉.. 이마테 신품이 전혀 아깝지 않은 명기중의 명기였습니다. 지금은 IIGS 와의 경쟁에서 지는 바람에 방출되어 버렸지만.. 정말 구입부터 방출까지 후회한점 없는 좋은 물건이었습니다.

6. 사과 IIGS(일본산) : 텐키를 많이 쓰는 저로서는 최강의 컴팩트 키보드. 거기다가 알프스 넌클릭의 정점에 서 있는 키보드중 하나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바닥치기의 쾌감.. 뽀대작살 디자인. 현재 회사에서의 저의 주력키보드입니다. 거기다 선탠이 거의 없다시피한 외관까지.. 이놈은 평생소장 등록했습니다. 결코 파는일은 없을듯..

7. zkb-2 : 키보드란 이렇게 만드는 것이다! 라는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키보드죠. 이중철판과 강력한 키캡접합력(ㅡ_-), 부저음만 아니면 어느곳 하나 흠잡을곳이 없는 단단함 그 자체의 키보드입니다. 물론 전설의 모델 F 시리즈와는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현재 나오는 표준형배열 키보드중에서는 zkb-2 를 뛰어넘을 만듦새를 가진 키보드가 별로 없을듯.. (옴니키가 있긴 합니다) 그리고 알프스 리니어의 맛을 처음으로 보여준 키보드라서 애착이 더 갑니다. 리니어 중독증세는 여기서부터 조금씩.. 평생소장품목 등록. 조만간 부저제거할듯.

8. 사과 확장2 : 운이 없었던지 구입당시 키캡이 부러진 상태라서 반품한 아쉬운 모델입니다. 타이핑은 덕분에 10분 정도밖에 하지 않았습니다만 확장1의 맛에 길들여진 저로서는 개조안한 확장2의 키감은 바닥치는 맛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별로 매력적이지 않더군요. 아마 온전한 상태로 있었다면 개조를 했거나 방출했을듯 합니다. 이로서 사과는 대강 맛을 봤군요.

9. 올드델 핑크슬라이더 : 알프스 넌클릭 최강! 이 설명으로 족할듯 합니다. 처음에 받은건 윤활이 조금 필요한 매마른 올드델이었습니다만.. 두번째로 구한건 외관선텐 전혀없고 판스프링만 조금 조절해주면 윤활이 필요없을 정도의 상태 극상의 올드델.. 처음엔 zkb-2 의 이식을 생각했습니다만 올드델은 그 자체로 왜 그리 뛰어난 평가를 받는지를 써보고 알았기 때문에 오리지날 상태로 보존하기로 결정했죠. 알프스 넌클릭을 느끼는데는 뭔가 건드릴 필요가 거의 없는 정말 잘 완성된 모델입니다. 체리 갈색+철판과의 좋은 대결이 기대됩니다. 평생소장품목.

10. HP D4950-63021 : 여러가지 멤브레인을 수집해보고 결국 최종 낙찰된 녀석이죠. 멤브레인의 최강중 하나라고 말할수 있을듯 합니다. 마치 키압높은 리얼포스를 쓰는듯한 느낌.. 기계식을 능가하는 구분감과 키압.. 철판치는 느낌은 없지만 멤브레인중에서는 최상급의 키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몰랐는데 MyKBD 님께서 이놈이 키트로닉 OEM 이라는 사실을 새로 가르쳐 주셨습니다. ^^; 평생소장까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손에서 떠나보내기 싫은 녀석이죠.

11. 사과 IIGS(대만산) : 대만산도 알프스인줄 알고 구입한 멍청한 저때문에 핍박을 많이 받았던 모델.. 일본산과 달리 이중사출 키캡에 미쯔미 스위치를 사용해서 일본산보다 키압이 강하고 조금 걸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저렴한 입문용으로는 부담없는 모델이고 키감도 나쁜편은 아니지만 차후 윤활이 거의 불가능한게 최대 단점이고.. 이미 일본산이 있는데 대만산을 소장하는것도 저의 철칙에 위배되는 것이라 방출했습니다.

12. IBM MODEL F AT 5170 : 렉스마크의 버클링만 쳐보면서 버클링의 느낌은 이미 파악했다고 생각하던 것이 우물안 개구리였다는걸 깨닫게 해 준 모델입니다. 정전용량 버클링의 힘이 어떤 것인지 여실히 보여줬죠. 거기다 현시대에서는 더 이상 생산할수 없는 최고의 재질을 사용해서 20년이 넘은 지금도 선텐이 거의 없는 상태를 보여주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명품중의 명품이죠. ^^; 이녀석의 키감은 쳐보지 않으면 뭐라 설명할 수 없다고 봅니다. 현재 EMRII 신품의 스프링을 이식해서 더욱더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당연히 평생소장품.

13. IBM EMRII : 5170 의 스프링 보강용으로 들어왔다 사라진 비운의 모델.. ㅡ_-; 신품답게 정말 깨끗한 외관과 5170 보다 훨씬 부드러운 키감과 스페이스바가 저를 유혹했지만 동종모델을 2개씩은 소유하지 않느다는 저의 철칙에 따라 결국 이식후 방출해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키캡과 스페이스바도 전부 다 바꾼 후에 방출할걸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만.. ^^;

14. WYSE PS/2 : 우연찮게 구입한 체리 흑색축. 철판이 들어있는데가 표준배열, 그리고 상당히 날렵하면서도 뽀대나는 디자인 + 레어급 이라는 이유때문에 반신반의하며 구입했는데 결과는 의외로 상당히 만족합니다. 체리 리니어의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이더군요. 키압같은건 버클링으로 단련된 저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알프스 리니어에 비해서 서걱거림없이 정말 스무스하게 내려가는게 마음에 드는군요. 갈축 이식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이 자체로도 너무나 매력적인 기기라 그냥 놔두기로 했습니다. 평생소장을 심각하게 고려중..

15. 노스게이트 옴니키 울트라 : 처음 접해보는 (아테사제외.. ㅡ_-) 알프스 백색 클릭이었습니다. 키감은 제쳐두고 제가 사용해본 키보드 중에서 최강의 덩치를 자랑합니다. 그런데도 zkb-2 에 버금가거나 오히려 능가할 정도의 대단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견고 그 자체를 자랑하는 외관에 완벽한 철판보강, 무시무시한 속도의 반복입력 (N 키 롤오버가 안되는듯 한데.. 이게 아깝군요. 키를 계속 누르면 일어나는 반복입력 속도는 제가 써 본 키보드 중에서 가장 빠릅니다. 어이없을 정도의 속도더군요. ^^) 등 어째서 키보드계의 롤스로이스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는 모델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최초로 하드웨어적으로 프로그래머블 키를 탑재했다고는 하는데 현재 쓸일이 없으니 패스. 이녀석이 알프스 클릭만 아니었으면 평생소장이겠는데.. ㅡ_-; 스트로크가 조금 짧은 감이 있어서 클릭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빠른 타이핑이 가능합니다. 이번주나 다음주쯤 대대적으로 청소를 해 줄 예정인데 청소가 끝나면 어쩌면 소장쪽으로 기울어질지도 모르겠군요. 클릭을 좋아하시는 분에겐 크기만 극복하면 궁극의 키보드가 될수도 있을듯 합니다.


에효~ 본격적인 지름질을 시작한게 2월인데.. 저 위의 품목들의 90% 이상이 요 3개월 사이에 지른 것들이군요. 다른 분들이 질주한다는 표현을 쓰시는게 저렇게 써놓고 보니 조금 이해가 됩니다. ^^; 현재 필코 마제스터치를 예약해놓은 상태.. 이제 필코만 써보면 알프스, 체리 클릭, 넌클릭, 리니어를 전부 사용해보게 됩니다. 길고도 짧았던 여정의 끝이 점점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동종계열을 두개씩은 가지지 않는다는 저의 철칙때문에 더 좋은 기종으로의 업글은 있어도 더 이상 키보드의 숫자가 늘어나는 일은 없을듯. (그럴라나.. ㅡ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