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뜻 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 오래된 애플 컴퓨터가 하나 있던데,"
낡은 "로직어날라이져"에 애플컴퓨터가 붙어있고, 당연히 키보드와 마우스도
함께 있다고 하더군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 키보드를 가져가도 되나 물어보니,
담당하시는 분과 얘기 좀 하고 전화 준다고 했습니다.
그 때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 곳에 가입하고 나서 부터 상사병에 걸려 일도 잘 안잡히고 있었습니다.
집에 놔두고온 "애플 확장 1"을 가져와 써 보고 싶은데,
현재는 일 때문에 집에 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5월 말이나 되어야 가능할 텐데,
그 동안 이 곳에서 리뷰나 사용기만 읽고 참으려니 정말 몸이 단다는 말을 실감하겠더군요.

"어, 난데, 그거 안된다고 하네."
"지금 안쓴 다며? 어차피 버릴 건데, 주지?"
"아직까지 자산에 포함이 되서, 한데, 그냥 가져다 써라. 주는 것은 안되고"
결국 친구한데, 영구 임대 승인을 받아서 다음 날 (토)에 가져 가기로 했습니다.
금요일 저녁은 잠들기 힘들었습니다. 일부러 운동도 격렬하게 했는데,
잠이 안오더군요. 마치 처음 소개팅 나갈 때 처럼 말입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래임으로 긴장된 아침을 맏았습니다.

처음 받았을 때, 정말 오래동안 안썼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먼지가 임절미 고물처럼
붙어 있었습니다. 결국 3시간이나 걸쳐서 뜯고 씻기고 말리고 조립하는 일을 마쳤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일은 키캡을 벗기는 것이었습니다. 손으로 뜯으려니, 마치 소림사에
와서 수련 받는 것같이 힘들더군요. 게시판에 여러가지 팁이 있었지만, 결국엔
드라이버 두 개를 이용해서 지레처럼 들어 올려 볏겨 냈습니다. 옆면으로 벗겨 내면
생각보다 쉽게 들어내어 지더군요. 물론 스위치에도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나중엔 국화빵 아져씨처럼 쉽게 키캡을 띄어 낼 수 있었습니다.

Switch.jpg
그림에서 보시는 것같이 스위치를 검은색 철판이 받이고 있었습니다.
기왕이면 이 철판까지 분리해볼 생각이었지만, 너무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서,
오늘은 포기 했습니다.

Board.jpg
기판 뒷면 입니다. 1989년도면 16년전이군요. 애플컴퓨터의 타이포그라피가 지금과는 다릅니다.

Keyboard.jpg
키보드 전체 사진 입니다. 3시간 동안의 결과 입니다. 지금도 손가락이 아픕니다.

키감에 대해선 도져히 쓸 수가 없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처음 써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멤브레인의 물렁물렁함과는 다르고 팬타그래프의 쫀득쫀득함과도 다릅니다.
"사각사각"이라는 의성어가 잘 어울리는 데, 이것도 딱 맏는 느낌은 아니더군요.
다만, 생각보단 조용해서 의외였습니다. 전에 알던 후배의 HHK는 상당히 시끄러운 소리를
냈는데, 거기에 비해선 다소곳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 친구의 키 스트록이 좀 강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길고 두서 없는 사용기 였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