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과 같이 올려야하는데 디카 빌리기에 실패해서 좀 재미가 없게 되버렸네요.. ^^;***

1. 들어가며 : 객지로 나온지도 벌써 5년이 되어가네요. 무엇에 대해서든 글이라는 것을 써본 것이 도대체 언제인지 알 수 조차 없게 힘겹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래 음반 매니아였던 저는 친구의 빚을 청산해주기 위해서 몇 년 전 힘겹게 모은 음반 1,500여장을 처분하고 요즘들어 조금씩 다시 모으고 있지만 통 삶의 낙이라는 것이 없더군요. 그러다가 이 사이트를 알게 되고 짧은 시간이지만 몇 개의 키보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원래 키보드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다가 2001년에 수원서 웹 프로그래밍 과정 수료후 같이 공부한 형과 함께 창업이라는 이름으로 취직도 안되고 해서 모여서 놀던 시절에 오래전부터 컴퓨터를 사용해온 형의 MS키보드를 쳐보고선 뭔가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묵직하면서 쫀득한 느낌... ‘우와 좋다’라는 생각을 그때는 했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 자취를 잠깐 시흥에서 했는데 역시 그 형에게서 키보드는 기계식이라는 게 있는데 자기도 예전에 써본 거 같다는.. 소리가 시끄럽고 무겁다는 그 말만 듣고 무작정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이었던 거 같은데 아무런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갈망渴望... 지금도 새롭게 찾아온 괴로움이지만 그때도 만만치 않았죠. 유일하게 찾아낸 것이 테크노아에 올라와있는 김홍철님의 키보드 강좌 ((Link)www.technoa.co.kr)였습니다. 캐페시터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방식과, 거기 사진에 올라온 IBM 마크가 찍힌 현재는 유니콤프만 생산한다는 M키보드(나중에야 M이 멤브레인이라는 것을 알게됨).
렉스마크, 유니콤프... 아무리 검색해도 국내에선 그런 것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지 못하더군요. 그러다 처음으로 만난 기계식 키보드란 것이 당시 아론이라는 회사가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며 내어놓은 베이지색 클릭 키보드였습니다.  그렇게 기계식 이라는 키보드와 첨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

2. 지금까지 태어나 내 돈주고 구입한 키보드 명단 (이 모든 걸 기억하고 있다니 놀랍군요. ^^;)
- 98년 제대 후 컴맹이었던 내가 하사관 퇴직금으로 용산에 올라가서 무작정 조립해온 사양 MMX166, 램32메가의 컴퓨터에 딸려온 이름모를 키보드.
- 2001년 (이때까지 거의 컴맹수준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써본 프로 뭐라고 하는 이름 모를 회사의 펜타그래프 방식 무선 키보드 (조금만  빨리쳐도 타이핑 후 글자가 화면에 나나타나는 답답함에 바로 다시 팔아버림)
- 아론의 베이지색 클릭 키보드 (위에 언급된 형님에게 조금 쳐보고 선물함)
- 아론의 KPT블랙 미니키보드 (미니 사이즈에 열광했던 시기지만 오른쪽 쉬프트 키에 적응치 못해 2005년 현재까지도 비닐에 싸여 보관중)
- 아론의 106블랙 키보드 (블랙에 미쳐 있었고 어차피 모두 나오자마자 아론에서 샀었는데 키캡이 쉽사리 지워지고, 먼지가 너무타서 지금은 블랙 키보드는 관심밖. 2001년에 태어나 처음으로 만난 여자친구이자 지금은 주말 부부에 가까운 애물단지 여자친구가 사용중)
- 아론 109 Zoom블랙 (아무것도 모르던 당시로선 엄청난 고가에 -10만원 돈 이었던 거 같음- 인체공학방식이 적용되고, 비록 스티커 부착이지만 내 이름까지 박아서 바닥에 붙여나온 키압이 매우높은 걸로 기억되는 키보드. 누군가에게 모니터를 줘야할 일이 생겨서 위에 언급된 형님의 삼성 17인치 모니터와 보관만 하다가 교환함)
- IBM M 95년 미국산 미사용 신품 (나도 컴퓨터를 장만하고 여가생활도 하면서 살아야겠다 싶어서 올 4월경 장만한 키보드)
- 애플 G5 키보드 (아론 키보드 이후 많은 시간을 뛰어넘네요. 여자친구 컴 사양이 떨어여 가는 듯 싶어 내년정도 새 컴을 장만해줄 때 쓰기 위해서 아이오매니아를 매일 모니터하여 2005년 4월말 구입. 반응은 비명을 지르며 이쁘다고 난리임. 내가보기에도 사진보다 실물이 예술적임)
- 애플 확장1 오렌지 알프스 넌클릭 (2005년 5월 드디어 키보드매니아 사이트에서 맘먹고 구입한 전설의 키보드)
- 애플 대만산 llgs키보드 (확장1과 함께 구입하였으며 그렇게 까지 구하려고 하지 않았던 애플 키보드에 목을 매게 만든 못된 녀석..^^)
- 애플 일본산 llgs키보드 (두 분에게서 구매했는데 하나는 내가 쓰고 하나는 신세 많이 진 대전의 동생에게 선물하려고 구매함)
- 애플 스탠다드 1 (개인적으로 컴팩트하고 디자인적으로 뛰어나보이거나 색다른 것들을 선호하는데, 그래서 확장1보다 이 녀석을 구하고 싶었기에 일본산llgs와 함께 구매함)
- 애플 어드저스터블 키보드 (아마 신품으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었기에 고대했었는데 99.9% 신품을 구매함)

*** 이후부터 아래의 허접 사용기는 단기간 사용해본 느낌을 적은 것이며, 전문적인 지식의 바탕없이 쓰여진 것과, 초보의 글임을 감안하여 잘못된 것들이 보여도 웃으며 넘어가주시길 바랍니다. 저같은 초보 입문자분에게 확장1과 llgs의 아름다움과 키감의 우수함을 알려주고 싶어서 용기내어 적었습니다. ***


3. 허접사용기 그 첫 번째 애플 확장1 (2005년 5월 초 Sortie님으로부터...)

- 외관 :아론 106블랙을 직접 사용하진 않지만 그래도 가장 오래 사용한 기종으로써 그 가벼운 바디와 비틀면 삐걱대는 외관의 불안스러움을 단숨에 날려버릴만큼 육중하며 오랜 세월 견뎌왔지만 잔기스나 선탠도 거의 없는 깔끔한 마감새가 감탄스러울 지경이다. 높낮이 조절판이 없는 것은 개인적으로 그런 것을 꼭 펴고 사용하지 않으면 뭔가 손해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거기다 블랙의 먼지탐으로부터 안녕이다.... ^^

- 청소의 편의성 : 아무래도 이제부터 만나는 기종들은 청소하며 관리하며 함께 지내야 하므로 청소의 편의성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이 되는데 바디는 뒷면의 나사를 풀면 상판과 하판이 분리가 되는데 아래쪽은 끼워서 걸리게 되어있으므로 들어올리고 조립할 때 약간의 주의가 필요한 듯 하다. Sortie님에게 분양받을 당시 미국서 들여와서 청소를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내부에는 약간의 먼지가 있었고, 외부는 몇 개의 키캡에 이물질이 묻어있는 상태였지만 처음으로 하는 키보드 청소의 대상물이기에 정말 열심히 깨끗이 청소하여 지금은 개인적으로 눈이 부실 지경이다..ㅎㅎ
키캡을 분리하는 것은 손가락도 아프고 힘겨웠지만 익숙해지고 재미있었다. 아무래도 몇 시간의 청소가 즐거웠던 듯... 하지만 역시 초보고 기계치라 스위치를 분해하여 청소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아 하지 않았다. 분양하신 분이나 나나 상태가 아주 좋다가 판단하였기에 그런 과정까지 가려면 더 긴 세월을 보낸 후에나 해야 할 듯 싶었다.

- 디자인 : 스텝 스컬쳐2 (맞나?)가 적용된 옆면의 똑 떨어지는 흘러내림과 하얀 키캡들이 주는 아름다움. 확장1은 애플 키보드의 현대적 레이아웃의 모범인 듯 보이며 그 질리지 않는, 지금도 이어지는 애플 특유의 특징인 ‘단순 깔끔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듯 하다. 특히나 애플 키보드가 디자인적으로 뛰어나 보임은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폰트의 채택과 이어짐의 역사에 있지 않은가 싶다. IBM범용 키보드의 타이포그라피가 가지각색에 촌스러움이 가끔 묻어나는 동안에도 빛을 발하는 애플 키보드 디자인의 백미라 말할 수 있을 듯하다.

- 키감 : 아론 키보드에서 느껴지는 클릭음이 너무나 싫어진 내게 논클릭 키보드는 처음이었고, 단순하게도 만족스러움 그 자체였다. 사실 확장1을 구입할 때 까지도 논클릭인 줄 몰랐으니 한심하긴 하지만 말이다.
아론 키보드는 누를 때 초기 지점에서 강한 걸림이 느껴지며 그 순간을 넘어서면 바닥까지 쑥 빨려드는 듯이 타이핑이 되는데 확장1은 초기 지점에서 미세하게 그런 느낌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일정한 힘이 바닥까지 이어지며 그 일정함이 매우 부드러운 타이핑이라는 인상을 준다. 역시 논클릭이기에 그렇겠지만 고속 타이핑시에도 현저하게 소음이 줄어 기분좋음을 안겨주는 듯하다. 더불어 많은 분들이 얘기하는 타이핑시의 ‘도각도각’ 하는 듯한 사운드의 공명은 원초적인 즐거움은 아닐까 싶다.
키압은 생각보다는 좀 낮은 듯 했는데 개인적으로 무거운 키압을 선호하는바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듯도 했다. 확장1은 전체적으로 십수년의 연식을 무시해도 좋을 만큼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키감을 보여준다고 보는데 많은 분들에게 칭송받는 확장1의 키감은 확실히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니 명성은 역시 헛되이 전해지는 것이 아님을 실감케하는 놀라움이 아니었나싶다.

-종합 : 연식과 별개로 확장1은 애플키보드의 큰형님과 같으며 그 듬직함과 세월의 무게, 그리고 많은 매니아의 칭송속에 그 모든 것을 지휘하는 장군의 풍모가 느껴진다. 키감의 만족스러움에서 오는 행복과 별개로 질리지 않는 평이함의 단순함과 눈의 이끌림은 적어도 키보드란 것이 현재의 형태로 지속되는 동안에는 최고의 키보드 자리 1,2위를 여전히 넘나들 중요한 현역임을 새삼 인식케 하는 듯 했다.
총점은 10점에서.. 모든 확장1에 적용된 것이 아니고 내가 만져본 확장1의 전체적인 것에 주는 점수로 8.4점을 주고 싶다. (순전히 개인적인 점수다)


4. 허접 사용기 그 두 번째 애플 llgs 대만산과 일본산 (2005년 5월 초 대만산은 Sortie님에게서, 일본산은 p5jk님과 블랙체리님으로부터... 사용기는 블랙체리님 것으로부터)

- 외관 : 대만산과 일본산 모두 외관의 차이는 없다. 연식에 따른 키캡과 바디의 노후화가 뚜렷해 보이는 것이 대만산이고 그렇지 않은 것이 일본산이라는 어느 분의 말씀이 두 llgs를 놓고보면 확연히 구분이 된다. 대만산은 키캡과 바디가 거의 동일한 느낌으로 변색되어 있는데 일본산은 지금 구한 것은 스페이스바의 키캡, 바디 모두가 하얀 극상품이지만 장터에 등장하는 많은 llgs는 대게 스페이스바의 변색이 뚜렷하다. 나같은 초보자가 이베이등에서 물건을 구분할 때 이런 것으로 보아도 된다니 참고하면 좋을 듯....
색상은 그렇고 전체적인 외관은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뭐 이렇게 생긴 녀석이 다 있다냐 싶었는데 실물을 받았을 때 그 컴팩트한 귀여움과 앙증맞음에 입을 벌려야 했음을 굳이 감추고 싶지 않다. 그런 귀여움이 어울리지 않는 듯한 철판보강의 적당한 육중함은 신뢰도 만점을 향하여 강력한 아드레날린을 분비케 하는듯....^^

- 청소의 편의성 : 이미 확장1을 청소해보았기에 두려울 것이 없었으므로 과감하게 뒷판의 나사를 푸니 사과모양과 파워버튼이 위치한 상단의 긴 프라스틱이 들려나오고.... 끝이다. 키캡 전체가 그냥 상부 바디를 형성하고 있는 형태였다. 키캡을 빼는일은 확장1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드라이버를 대고 살짝 올려만 주어도 쉽게 빠진다. 스위치 청소는 역시 무서우므로 패스... ㅠ.ㅠ
그 흔한 디카가 아직 없어서 사진은 못올리지만 대만산 llgs는 키캡들의 면적이 넓은 부분 (스페이스바나, 엔터키등)은 하얗게 되었는데 강력한 세정제로 천에 묻혀 열심히 닦으니 몰라보게 하얘짐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작은 키캡들은 그렇게 힘을 주어 닦을 만한 면적이 되지 않기에 효과를 보진 못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보면 작은 키캡들의 선탠도 하얗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거다. 소유주의 지극정성이 필요하겠지만..ㅎㅎ
키캡을 분리해보니 대만산은 하얀색 스위치 (검색해서 찾아보면 미쯔미사의 스위치라고 한다)이며 일본산은 핑크색 스위치로 구성되어 있음을 직접 확인 할 수 있다. 청소와 관련하여 llgs의 단점이라면 키캡과 키캡 사이가 널찍널찍해 보여서 먼지가 많이 유입될 듯 싶었다. 하지만 분리하기 쉬우니 자주 청소해 주면 될 듯 싶다.. 고로 통과....^^;

- 디자인 : 독일 프로그사에서 디자인 했다는 llgs의 디자인은 귀여우면서도 장난스러워 보인다. 특히나 현대의 어떤 키보드에서도 볼 수 없는 이중 돌출 구조의 키캡은 일단은 키보드를 모르는 누구의 시선이라도 사로잡을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키보드의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스탠다드1과 같으며, 많은 분들의 지적처럼 키배열의 적응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 특히나 확장1, 스탠다드1, llgs 동히 IBM범용 키보드에 익숙해 있는 나같은 이에게 적응이 가장 오래 걸릴 것 중 하나가 손가락을 파지시 보지 않고도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게 해주는 돌기 부분이 양손 검지에 해당하는 키에 있지 않고 중지에 해당하는 키에 있다는 것이다. 이부분은 적응이 되기야 하겠지만 키보드를 자주 번갈아가며 쓸 계획이라면 좀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다.
llgs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키캡의 디자인이 상당히 독특하다 작은 돌출부들을 타이핑해야 하는데 정상적인 하부의 키캡조차도 사이가 많이 벌어진 듯 한데 위의 돌출부들은 매우 먼 거리감을 지닌다. 천천히 쳐볼 때는 느낄 수 없지만 고속의 타이핑을 하게 되면 손가락 끝이 틱틱 걸리는 느낌을 가끔 받게 된다. 역시나 디자인 자체는 범상치 않음에 틀림없음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 키감 : llgs의 키감은 한마디로 ‘경천동지驚天動地’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M이나 구하고 F 5170이나 구해보자고 했던 내게 오래된 알프스 넌클릭의 세계로 푹 빠져들게 한 llgs의 키감이라니...
사실 확장1도, 스탠다드1도 매우 훌륭한 키감을 가지고 있고 매니아층이 두터운 기종이지만 개인적 기준에서 llgs에는 한 수 밀린다는 생각이다. 확장1에 비한 강한 반발력과 묵직한 키압, 고속타이핑에서 들려주는 특유의 사운드가 주는 놀라운 행복감. 왜 그토록 많은 분들이 세계 최고 키감을 가진 키보드로 llgs를 꼽은 건지 한 번 쳐보는 것만으로 단번에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면 그 느낌을 단적으로 표현할 수 있음에 다름아닐까 생각해본다. 확장1같은 철판의 공명은 없지만 타이핑시의 유일무이한 독특한 사운드는 이 키보드를 치고있는 나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바꾸어 주는 듯 하다. ‘백문이 불여일타’라는 말을 몸소 보여주는 키감의 황홀경... 그렇게 정의내려 보기로 한다.. ^^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는 미쯔미 스위치가 사용된 대만산과 알프스 스위치가 사용된 일본산의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 키감차이에 있다. 물론 조금만 쳐보면 구분이 약간 느껴짐이 사실이긴 하지만 대만산 llgs가 장터에서 보면 매우 무시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다른 회사 다른 스위치... 그런데 어떻게 비슷한 키감을 가질 수 있을까?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키감을 가진 스위치를 만들어낸 미쯔미사의 스위치 탑재 키보드는 매니아사이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감히 가격대비 최고의 키감을 지닌 키보드를 꼽으라고 한다면 대만산 llgs의 손을 들고 싶다.

- 종합 : 잘은 모르지만 llgs는 현재 우리에게 범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애플 키보드중에 가장 오래된 기종인 듯 싶다. 하지만 역설되게도 그 오랜세월을 건너옴에도 애플의 어떤 키보드도 그 키감을 뛰어넘지 못하였으니 가히 키감의 세계지존이라 칭하여 손색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앞서 확장1을 장군의 풍모에 비유하였다. 오랜 세월 전투에서의 피곤과 상처, 피의 얼룩짐등으로 지쳐가고 있지만 여전히 그 용맹과 위풍당당함이 확장1의 이미지라면 llgs는 이제 그 장군의 손에 쥐어진 한 자루의 검에 비유하고 싶어진다. 많은 싸움에서 상처받고 칼집의 장식은 닳아지고 희미해졌지만 그 안의 검날은 여전히 휘황하며 검의 숙명처럼 피를 향한 소리없는 울부짖음으로 칼집안에서 쉬고 있는 명검. 우리의 손가락을 빨아들이는 알 수 없는 흡인력에서 그 명검의 향취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음은 비단 나뿐이 아닐 듯 하다.
굳이 총점을 주자면 역시나 개인적인 점수이며 전체 llgs가 아닌 내가 받아든 llgs에 주는 점수임을... 대만산 llgs 8.2점 , 일본산 llgs - 9.2점


5. 나가며 : 어설픈 몇 줄의 사용기를 적다보니 얼마전 했던 생각이 나는군요. 타임머신..ㅎㅎ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IBM F 5170도 신품으로 구하고 llgs며 이번 사용기에 적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애플 키보드중 디자인과 키감 두 가지 모두를 만족시키는, 그래서 애플 키보드중 신품 수준의 것을 꼭 가져보고 싶은 스탠다드1 키보드 등... 그런데 여러 가지 글을 읽다보니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의 컴퓨터는 엄청난 고가이기에 키보드도 3,40만원에 육박했을 거라는 어느 분의 글을 읽고 웃음이 나더군요. 현재에서 과거의 지폐를 구해서 타임머신 타고 가도 배송료도 안빠지겠다는....^^;
농담이었구요..
사이트를 돌아다녀보니 매우 공감이 가는 두 분의 글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블랙체리님의 글 말미에 있던 것이었는데 애플은 왜 IBM처럼 변색되지 않는 재질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IBM은 왜 애플처럼 예쁜 키보드를 만들지 못했을까? 정확하진 않겠지만 대충 이런 글이었던 거 같은데... 무릎을 탁치며 감탄했던 공감의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애플 키보드가 변색되지 않는 튼튼함으로 무장하였다면 좀 더 나은 외관을 찾는 순례의 행렬이 가능했을까 그런 생각도 해봅니다.
또 하나는 저같은 초보분들은 매니아 사이트의 초기글 중 칸트님이 적으신 글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키보드는 자신에게 맞는 키보드를 서너개만 가지고 있어야 골구루 사랑을 베풀어 줄 수 있다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러한 개인적인 초기설정값이 존재하지 않으면 뭐가 좋다더라라는 말들에 현혹되어 한없는 충동구매에 빠지게 될겁니다. 그건 개인에게도 다수의 매니아 분에게도 악영향으로 다가오지 않을지 생각해봅니다. 예전에 음반을 모을 때는 무슨 음반이 좋다는 글을 보면 어떻게든 구해야 직성이 풀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충동구매는 그렇게 무서운 거랍니다.
제 계획은 현재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몇 개 방출하고 IBM M과, 스탠다드 1, llgs, 어드저스터블, 여기에 앞으로 5170과 리니어 타입을 하나쯤 추가하여 두달에 하나씩의 키보드를 번갈아 사용하며 즐겁게 살아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5170 매물글을 1번으로 보는 날은 언제나 올는지 원....^^

6. 감사함을 전하며....
너무 길었네요. 사실 되지도 않는 이런 어설픈 사용기를 적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런 키보드들을 만나게 해주신 분들께 짤막한 인사라도 (잘쓰고 있다는) 건네야 할 듯해서 였습니다.
- 확장1과 대만산 llgs로 저를 알프스 넌클릭의 세계에 빠트리신 분 Sortie님 미워요.. ^^
- 비록 매매할 의사가 있긴 하셨지만 내놓지도 않았는데 제 쪽지에 응해서 일본산 llgs를 분양해주신 p5jk님 감사합니다.. 님의 키보드는 스페이스바의 선탠을 제거하여 신세 많이 진 동생에게 선물하려고 구매했는데 실수로 강력 세정용제에 오래 담가두어 스페이스바 녹아버렸어요.. ㅠ.ㅠ (누구 망가진 llgs 가지신 분 없나요???)
- 키감이 훌륭한 (선탠이 좀 있어서 야속하여라) 스탠다드1을 분양해주신 블랙체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나 협박성(?)쪽지에 흔쾌히 응해서 극상품 llgs를 분양해주신 마음은 키보드로 무언가를 타이핑하며 사는 그날까지 잊지 않을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 신품으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었던 어드저스터블 키보드를 분양해주신 나조님과 분양 선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중생을 위하여 선뜻 양보해주신 정보제공자님께 마지막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 참.. llgs를 구하고 싶다고 징징댔던 제게 친절하게도 게시판이 매물이 나왔다고 쪽지주셨던 윤석용님께도 감사를....

모두들 행복하세요.

부탁 하나 : 리니어 타입 키보드중에 어떤 것이 좋을까요? 아이오매니아에서 팔던 체리 리니어는 체리사에서 직접 제작한 키보드가 만듦새가 그다지 튼튼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포기했는대.. 추천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