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디지펜님에게 분양받은 Omnikey 101을 청소하다가 내친김에 스위치의 분해, 윤활, 조립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이 키보드는 그동안 사진에서 보았던 것과는 달리 상당히 고급스러운 외형에 찰랑거리는 독특한 클림음을 들려주는데, 꼼꼼히 키 하나하나를 눌러보니 키감이 일정치 않고, 클릭음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어린시절, 조립식 장난감 한번 만져보지 못한 기계치 수준이지만, 몇달전에 본의 아니게 IBM AT 5170을 여러차례 완전 분해, 조립한 경험을 살려 알프스 스위치에 관한 자료(팁&테크의 디지펜님글, zoooz의 자료)를 모아 정독하고, 핀셋과 미니 일자 드라이버 두개, 키캡리무버등을 준비했습니다.  

저의 Omnikey 101의 경우, 자주 사용하지 않는 키10여개는 클릭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 논클릭 수준이었고, 자주 사용하는 키들의 경우 약간의 서걱거림이 느껴졌습니다.

분해-zoooz에 상세한 사진과 함께 실린 글을 참조하고 시도했는데...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키 스위치에 대한 개념이 없다 보니, 스위치가 어떻게 분해되는지 조차 예상할 수 없었읍니다.  그런데, 너무나 쉽게 스위치의 윗쪽과 아래쪽을 벌려 살짝 흔들어주니, 부드럽게 위로 올라오면서 분해가 되던군요.  무리해서 힘주지 않고 살짝 흔들어 주는 것이 팁인것 같습니다.

윤활, 클릭음 잡기-윤활은 팁&테크의 디지펜님의 글에 사진과 함께 윤활해야할 부분을 쉽게 설명하고 있어서 어렵지 않았습니다.  제 옴니키의 경우, 스위치의 내부가 전반적으로 먼지도 없고 상당히 깨끗한 상태라 윤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만, 서걱거림을 줄이기 위해서 하우징과 슬라이더뿐만 아니라, 양쪽의 판 스프링의 아래부분도 윤활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클릭음을 내지 못하는 스위치는 아래쪽의 판 스프링을 살짝 벌렸다가 다시 끼우니까, 쉽게 제 소리를 찾더군요.  주의할 점은 판스프링을 너무 벌리게 되면 키압이 무겁게 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조립-가장 많이 헤메고 힘들었던 부분이 분해한 스위치를 조립하는 과정이었습니다.  IBM 버클링 스위치의 경우, 아래쪽 돌기에 스프링을 밀어넣어 끼우고 키캡을 씌우면 간단히 조립이 되지만,  알프스의 스프링은 아래쪽 돌기에 쉽게 끼워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슬라이더 아래쪽의 돌기에도 딱 맞아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번번히 실패를 거듭하였읍니다.  이 과정에서 판스프링과 스프링이 상하게 되면, 스위치를 버리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궁리 끝에 제가 생각해낸 방안은 스프링의 한쪽 끝에 스무스에이드를 살짝 발라주어 슬라이더의 아래쪽 돌기에 끼우는 것이었습니다.  스무스에이드를 발라주면 점성때문에 스프링이 떨어져 나가지 않고, 슬라이더에 스프링을 붙인채 바로 끼워넣을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아래쪽 판 스프링을 제거하고 스위치를 조립하면 자연스럽게 논클릭이 되면서, 리니어 필을 주는 스위치로 변하더군요.

막연히 스위치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키감을 느끼다가 분해, 조립을 직접 해보니, 다시금 아끼던 키보드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새로운 흥미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불과 두시간정도 투자한 듯 한데...  지금은 너무나 쉽게 스위치를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물론, 차이를 보이던 키감과 클릭음도 거의 수정한 듯 하구요...    

다시한번 단순한 듯한 키보드의 깊고도 넓은 세계를 확인하는 소중한 경험이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