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위치를 분해해서 윤활을 시도했습니다.

키캡을 벗겨내서 청소한적은 몇번 있었지만 그때까지 사용한 모델이 리얼포스라서 윤활을 위해

스위치를 벗겨낼 필요는 없었죠. 하지만 분양받은지 얼마 안된 2gs 의 몇몇 키들이 찍찍 소리를

내는 사람에 수술을 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에 오게 됐습니다.

하필이면 첫 윤활대상이 전설의(?) 일본산 주황색 알프스라니.. ㅡㅡ; 경험도 지식도 전무한

저로서는 앞길이 막막하더군요.

하지만 역시 걱정만 하고 있어서는 gs 의 상태가 계속 나빠질 수 밖에 없어서 결국 이곳에서

염치 불구하고 고수분들께 이것저것 물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검색만으로 상당한 지식을

얻을수는 있었지만 제가 워낙 키보드에 문외한이라 판스프링이 뭔지도 몰랐어요. ㅡㅡ;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조언을 아끼지 않으셔서 대충 지식만으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지

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시간이 많은 일요일을 택해서 저한테는 귀하디 귀한 2gs 를

분해하기 시작했죠.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

일단 이 날을 위해서 많은 검색과 함께 리더님께 스무스 에이드도 분양받고 (찍찍을 고치기 위해

스위치까지 분리하는데 윤활을 하지 않으면 언젠가 분명히 노가다를 다시 해야 할 날이 올거라고

생각해서.. ^^;) 키캡리무버와 작은 일자드라이버 2개도 준비를 했습니다. 간단한 청소를 위한

3M 키보드 세정제와, 범국민용 세척제로 쓰이는 물파스 (그런데 냄새가.. ㅡㅡ;) 그리고 먼지털이

용 에어 스프레이까지.. 일단 제가 준비할 수 있는건 전부 다 했습니다.

일단 마음 단단히 먹고 본체를 분해 후 키캡을 뺐죠. 여기까지는 물구나무서서 찰떡 먹기였습니다.

2gs 의 키캡이 확실히 일반 키캡보다는 빼기가 쉽지 않더군요. 리얼포스의 키캡은 물만난 물고기

처럼 쑥쑥 빠지는데 gs 는 약간의 저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별것 아니었고..

그‹š부터가 가장 골치가 아팠는데, 스위치 분해하는 사진은 오직 쿼터스 클리닉에 있는 단 한장의

사진 뿐이었던 겁니다. ㅡㅡ; 드라이버를 잘못 끼워넣다가 스위치가 부러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에 도무지 손에 힘이 들어가질 않더군요. 하지만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본 후 결국 드라이버를

끼워넣고 말았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드라이버를 걸쇠(?) 바깥에 눌러넣으려고 애를 쓰는 바람에

잘못하면 정말 스위치 날려버릴뻔 했죠. ㅡㅡ; 아무래도 이상해서 다시 한번 사진을 보니 스위치와

돌기 사이에 집어넣는다는걸 그제서야 이해했습니다.

조심스럽게 한쪽을 넣어보니 그제서야 들어가더군요. 그런데 한쪽만 드라이버를 넣으니 왠지 균형

이 안맞을것 같아서 두쪽을 동시에 살짝 넣었습니다. 언제쯤 부러질까 하는 걱정에 슬금슬금 천천히

드라이버를 집어넣고 있는데 어느 순간 짤깍 하면서 스위치가 위로 튀어오르더군요. 그때의 감동

이란.. ㅡㅡ; 갓 태어난 자식의 얼굴을 보는 아비의 마음이랄까 (결혼도 안했지만. ㅡㅡ;)

한두 번 스위치를 벗겨내니 그때부터는 감을 잡았다고 할까요, 드라이버 두개를 손에 잡으면 스위치

분해하는데 2초면 충분했습니다. 딱 집어넣고 살짝 들어올리면 만사 OK. ^^

드디어 저를 이렇게 감동시키고 걱정시킨 알프스 넌클릭의 은밀한 곳까지 낱낱히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얇은 철판과 스프링과 주황색 가운데손가락(...)이 그렇게 저의 손가락을 즐겁게

해 주고 있었다니 참 키보드의 세계는 오묘하기 그지없다는 성찰의 시간을 10초정도 가진 후 다시

수술작업으로 돌아갔습니다. 일단 하우징과 슬라이더, 판스프링과 스프링을 분리해서 잃어버리지

않게 모아둔 후 찍찍거리던 스위치의 판스프링을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과연 다른 분들이 지적해

주신 대로 돌기부분이 살짝 안으로 오무라져 있더군요. 이걸 부셔버리거나 구겨버리면 짤없이

리니어 gs 로 가는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조심조심 돌기를 펴 줬습니다. 물론 다른 스위치의 찍찍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모든 판스프링을 살짝살짝 90도로 꺽어줬죠. (사실은 90도 보다 조금 더

벌렸습니다. 혹시나 해서) 그리고 스무스 에이드로 슬라이더 윤활 시작.. 일단 판스프링과 하우징에

접촉되는 부분은 전부 발랐습니다. 이제 모든 경험을 다 해본 저로서는 무서울게 없었던 겁니다.

한번 칠하고 나서 30 분 후에 덧칠을 해 줬습니다. 그리고 가벼운 기분으로 식사. 1시간쯤 후에

조립을 위해서 다시 작업실로. ^^

조립에 관한 부분도 충분한 조언을 들었기 때문에 두려울게 없었습니다. 뭐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스프링이 고정이 되질 않으니 본체를 위로 들어올려서 합체하는수 밖에 없더군요. 분리할때처럼

파손위험도 없어서 정말 간단하게 찰칵 하고 조립이 됐습니다.

엔터키가 의외로 스테빌라이저의 고정과 동시에 키를 꽂기가 힘들더군요. 하지만 다행히도 며칠 전

세진 1080의 엔터키로 씨름을 한 경험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

프레임까지 재조립 완료 후 떨리는 마음으로 찍찍이 키들을 눌러보니 (사실은 스위치가 섞여버렸기

때문에 의미없는 짓이었죠. ㅡㅡ) 드디어 ›”초보 매니아에서 그냥초보로 승격하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어느 키를 쳐봐도 도각도각, 그냥 기분탓일수도 있지만 키감 자체로

그럭저럭 스무스해 진것 같구요.. 일단 찍찍이 없어졌다는 것만으로도 수술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조언을 아끼지 않은 탓이겠지만 일단은 혼자서 스위치를 분해, 조립을 해냈다는게

정말 큰 짐 하나를 덜었다는 느낌이네요. 이제 기본적인 수술은 할 수 있을것 같으니 예전처럼

찍찍을 보면서 한숨만 쉬고 있지 않아도 될듯 합니다. ^^;


그런데 이번 수술을 하면서 확실히 느낀건.. 키보드 수술은 실력과 재능이 아니라 노력이 중요하

다는 점이었네요. 3시에 시작해서 밥먹고 노는시간 빼고 4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ㅡㅡ; 2gs 라서

이정도지 노멀타입이었다면 과연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