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보드가 주는 감동 --

잘 모르는 사람이 이 글을 읽는다면 아마도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으로 오해하기 딱 알 맞을 것 같습니다만,
오늘도 또  어쩌지 못하여  이렇게 글을 올려 봅니다.

얼마전까지 어렸을 때 어렷풋이 느껴본 그러나 내 것은 아니었고 다른 사람 것을 쳐 본적이 있었는지 아닌지,
당시에는 꿈 같은 아이비엠 AT의 키보드의 환상에 젖어 꼭 한번 구해 볼려고 애를 많이 썼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 희소하여  잘 구해지지가 않았다가 우연히 요즘 저랑 개조 키보드 때문에 자주 연락을 하는
성시훈님으로부터 AT84 키보드를 양도 받아  아주 즐겁게 사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손가락이 또 간사한지라 조금 지나니 또 2% 부족한게 느껴 지는 것 이었습니다.
아니 이 궁극의 키보드를 감히 불만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불손하게 느껴 질텐데,

괜히 내가 키보드 몇개 개조해 보고 나니 아무래도 간이  부은게 분명해.
이건 잘못이야. 잘 못이고 말고 이건 말도 안돼. 그냥 그렇게 며칠은  지났습니다.

어느 날 성시훈님과 얘기하는 중에 5170이 좀 약간 아주 약간 강하게 느껴지지 않더냐고 조심스럽게 물어 보았더니
이 친구 아주 별것도 아닌 것처럼 오래 돼서 좀 스프링이 빡빡해 진게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얘기 하더군요.
그럴리가 오래돼서 스프링이 빡빡해 지다니 나도 분해해서 청소와 윤활을 해 보면서 자세히 살펴 보았지만
스프링은 아주 빤짝 빤짝 마치 새것처럼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던데...

그래서 아무래도 미국인들의 손에 맞으니 우리 손에는 좀 세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외에는
달리 생각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원체 귀한 키보드라 잘 못 건드렸다가는 어렵게 구한 키보드 하나 망치고
또 가슴 치는 사태가 상상이 되어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어서 언제  상태가 안 좋은 놈으로 하나 더 구해서
실험을 해 봐야지 하고, 일단은 잘 포장해서 키보드 선반에 얹어 두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마침 모델F, XT가 새것같은 것이 하나 장터에 나왔길래 얼렁 사서 쳐 보았더니
어라 이게 약간 키압이 AT보다 약한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사실 스프링을 개조하기 위하여 구입했는데
마침 약간 딱 아주 맞게 키압이 AT보다 약하니 안성마춤으로 바로 스프링을 바꾸어야 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모델F는 스프링이 정전용량을 만들어 주는 탄소판에 붙어 있어 이 탄소판과 같이 교체해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XT(5150)를 분해하여 스프링 판을 따로 박스에 넣어두고 다시 AT(5170)를 분해하여 스프링판을
역시 통에 담아 두고서 처음에 XT에서 뺀 스프링판을 전부 AT에 바꾸어 넣었습니다.

이 때 탄소판이 바닥의 기판에 닿는 부분과 힌지역활을 하는 부분에는 전부 윤활을 해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페이스 바에도 윤활을 잘 해서 다시 조립하여 쳐 보았더니
역시 키압이 약간 약해져서 딱 손에 맞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컴에 물려서  실험을 해 봐야죠?

컴에 물려서 키를 쳐보았더니 전에는 좀 강한것이 손을 좀 퉁겨 내는 감이 들었는데 이제 손에 착착 감겨오는게
아~감동의 물결이... 왠 감동? 내가 아무래도 키보드땜시 푼수가 다 된거구로나.혼자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그 감동이 오는 것을 어쩌겠습니까? 남들이사   푼수라고 하든 뭐라든 좋은걸 어떻해.

그렇게 자위하며 이 글을 씁니다.  그래도 키보드매니아들은 이해해 주겠지 설마 혹시 아니면 할 수 없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이 개조 5170은 이제 제게 더 이상의 키보드가 전혀 필요 없을 것처럼 느껴지네요.
지금 현재로는 .....

뱀발 : XT는 83개, AT는 84개로  키 숫자가 하나가 차이가 나서 어딘가에 원래 것을 하나 넣었으니,
         나중에 이 키보드 빌려서 쳐 보시는 분은 잘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