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입인사 겸 해서 이번에 구입한 Atessa clear 리뷰라도 올려볼까 합니다. 구입하신 분은 꽤 되시는 것 같은데 의외로 사용자 리뷰가 하나도 없네요.

제가 주로 사용하던 키보드는 세가지 입니다. 집에서 쓰던 아론 A103S(성원 미션 상표 붙은 그녀석), 학교 연구실에서 쓰는 아론 A106S+, 돌아다니며 팜으로 조금 긴 글을 쓸 때 사용하던 팜 정품 4단접이 키보드. 따라서 그다지 다양한 키보드를 써 보지도 못했고, 기계식에 대한 올바른 지식도 얼마전 여길 보고서야 겨우 알게 된 정도입니다. 그러니 너무 무게를 두진 마시고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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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앞면. 사진 실력이 없어서 어둡고 흐립니다.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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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뒷면. 사양 부분이 106키 일본어판으로 잘못 나와 있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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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를 열었을 때. 비닐에 싸인 키보드 본체가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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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모습. 사진이 허접합니다만, 실제로 보면 정말로 예쁩니다!


1. 외양

이것에 대해서는 뭐 두말할 나위가 없으리라 봅니다. 굉장히 예쁘고, 그러면서도 기능적으로도 전혀 떨어지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화려해서 쉽게 질리는 디자인도 아니고, 심플하면서도 정말 예쁘네요. 게다가 컴팩트 키보드라는 것도 좋습니다. 제 책상이 모니터와 키보드를 놓으면 좀 좁은 편이라 조금 작은 키보드를 원했었는데 미니키보드는 아무래도 오래 쓰기엔 좀 불편했거든요. 그런데 키는 풀사이즈 키보드와 같으면서도 공간은 적게 먹는 이런 녀석은 매우 마음에 듭니다. 이 모델에 종종 나타난다는 유격 문제도 제가 산 녀석엔 전혀 없네요. 운이 좋았나 봅니다.
다만 높이 조절 다리의 작동이 조금 뻑뻑하다는 게 아쉽네요. 펼칠 때 좀 불안합니다.

2. 키 감각

위에도 썼다 시피 제가 주로 쓰던 키보드가 아론 것들입니다. A103S의 가볍고 압력변화가 별로 없으면서 딸깍딸깍 하는 느낌과 A106S+의 약간 걸리는 듯한, 강한 또각거림에 익숙하던 저로선 처음 이 녀석을 썼을 때 좀 위화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잠깐 타이핑을 하면서 감각에 익숙해 지니 이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 타격감이 날 때 까지 급격히 압력이 바뀌다가 A106S+보다 조금 둔탁한 '철컹' 소리가 나면서 부드럽게, 하지만 확실히 때려 주는 경쾌한 느낌이 나고, 적당한 반발력으로 올라오는 것이 거의 감동입니다. 아론 쓰시는 분들껜 정말 죄송하지만, 집에서 이 녀석 쓰다가 연구실에서 A106S+를 쓰면 살짝 짜증이 날 정도입니다.

3. 키 배치

사실 제가 이 녀석을 사기로 결정한 큰 이유 중 하나가 키 배치 입니다. 이곳 리뷰란에서 DJ.HAN님은 이 키 배치를 그다지 안 좋아 하시는 것 같던데, 저는 이게 너무 좋습니다.
이래저래 전공도 있고 해서 프로그램 짤 일이 많은 저는, 집에선 보통 리눅스를 씁니다. 작업은 흔히 그렇듯이 vi 에디터 온리죠. 지금 이 글도 vi로 쓰고 있습니다. 연구실에선 주로 윈도우를 씁니다만, 프로그램은 보통 윈용 vi를 깔아 놓고 그걸로 짭니다. 그러다 보니, 바뀐 esc와 ctrl 키 위치가 그렇게 좋을 수 없습니다. 아마 vi 에디터를 많이 써 보신 분들은 얼마나 좋은 지 아실 겁니다. 팔 전체를 움직일 필요 없이 손목만 까딱 해서 esc를 누를 수 있다는 게 정말...ㅠ_ㅠ 리뷰에선 PC-9801의 영향으로 이렇게 된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 이전에 유닉스 터미널의 영향을 받은 게 아닐까 합니다.
\의 위치도 리눅스에선 별 문제가 안되고(어차피 많이 안 쓰니), 기타 home키 등도 키패드를 많이 이용하는 저로선 뭐 그다지 불편하지 않네요. 다만 ㄱ자 엔터키는 좀 문젠데, 이건 익숙해 지는 수 밖에 없겠죠.


제가 체리나 리얼포스 등의 고급 키보드를 써 보지 않아서 그런 키보드들에 비하면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의 감상은 '이보다 더 좋은 순 없다' 수준입니다. 가격이 부담스럽긴 했습니다만, 그만한 값은 충분히 한다 싶네요. 이런 키보드를 알게 해 주신 kbdmania 여러분들과 iomania에 감사드립니다. 내일은 이녀석 씌워 줄 키스킨이나 사러 가야겠습니다. 아 물론 전 투표도 벌써 했습니다. 부재자로. ^-^;

그럼.